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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년들의 기억력은 점점 퇴보하는가 ③ 술

대한민국 사람들은 술을 꽤나 사랑한다. 어느 모임에 가던지 술자리가 잘 빠지지 않으며, 각종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도 술은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술과 건강에 대한 국제 현황 보고서 2018’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015~2017년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이 10.2l로 일본(8l)과 중국(7.2l)을 제치고 동북아 아시아 최고의 주당 국가로 등극했다. 또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2030세대 남녀들이 한 달에 술값으로 평균 ‘11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은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이 된다



이렇게 음주를 자주 하는 문화는 영츠하이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나,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술에 의지하면 상황은 더 나빠지며, 기억력의 저하로 이어져 영츠하이머의 세 번째 원인인 알코올성 치매로 진행될 수도 있다. 술을 자주 찾는 2030세대들의 알코올성 치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형배 과장(인천참사랑병원)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알코올성 치매

영츠하이머에서 세 번째로 지적되는 원인은 알코올입니다. 알코올도 스트레스와 마찬가지로 2030세대에서 치매를 유발하기보다는 기억장애를 일으킨다고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다만 40~50대에 발병하는 알코올성 치매가 대부분 젊은 시절의 음주습관에서 시작되는 만큼 지금까지 얘기한 디지털,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장애보다 실질적으로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요인은 음주 문제일 것입니다.



현대 사회와 2030세대, 왜 청년들의 기억력은 점점 퇴보하는가 ② 사회적 스트레스



술은 청년기의 시작을 알리고 삶을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워주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한 발만 더 나아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낭떠러지로 안내하는 무서운 적으로 돌변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임에 술이 빠지면 재미가 없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주변에서 한 잔을 권하는데 거절하기가 어렵다” 등 다양한 나름의 이유와 방어 기제들, 술을 잘 마셔야 대인관계를 넓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은 사회 저변에 여전히 만연해 있습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2019년에 연간 8.3ℓ로 oecd 평균(8.8ℓ)보다 낮다고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5년마다 시행되는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는 2016년 알코올 사용 장애의 일 년 유병률이 여전히 다른 세대보다 2030세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고, 여성에서의 음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한 번에 소주 1병(여성은 소주 5잔),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음주율이 2030세대 여성에서 증가하였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잘 이용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 빠지면 독이 되는 술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술은 우리 몸에 흡수되어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지만 여기서는 뇌의 변화만 짚어보겠습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위장관에서 흡수된 후 간에서 대사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1시간에 1잔 정도를 해독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면 해독되지 못한 알코올이 혈액을 따라 뇌에 도달하게 됩니다. 뇌에서는 가바, 글루타메이트, 세로토닌, 도파민, 오피오이드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여 불안을 가라앉히거나 우울감을 잠시 잊게 만들고 때로는 흥분과 들뜬 기분을 만듭니다. 음주가 지속되면 중추신경계에 대한 억제 기능이 강화되면서 결국 기억력, 주의집중력, 언어 등의 인지 기능을 떨어뜨려 ‘블랙아웃’이라고 하는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손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또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려 충동 억제 기능을 해제시켜버립니다. 평소에는 말이 없던 사람도 술에 취하면 말이 많아지고 심지어는 욕설이나 폭력성을 보이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알코올은 운동과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소뇌를 마비시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가 되며 손상이 장기화되면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알코올로 인한 기억장애를 대표하는 병은 베르니케-코사코프 증후군(wernicke-korsakoff syndrome)입니다. 문제는 음주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알코올의 효과를 최대한 느끼기 위해 식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가 고프거나 속이 아프면 물로 해결해버리고, 다시 술의 늪에 빠져들려 하는 것이죠. 식사량이 적다 보니 영양소의 결핍이 불가피한데, 이중 알코올로 인해 음식 속에 함유된 티아민(비타민 b1)의 흡수가 제한받거나 부족해지면 나타나는 질병이 베르니케-코사코프 증후군입니다. 이 병은 각기병이라고 하는 질병의 한 형태이며, 베리베리병(beri-beri)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베리’는 스리랑카 원주민 언어로 ‘나는 할 수 없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티아민 결핍으로 신경 손상이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각기병은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티아민이 함유된 쌀 눈이 제거된 것을 섭취함으로써 나타나기 때문에 부족한 경우에는 현미, 보리와 혼식하거나 영양제 등으로 결핍을 보충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문제 음주의 기간이 20~30여 년에 이른다거나 단기간에 폭음을 지속하는 경우 뇌가 쪼그라들어 치매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를 알코올성 치매로 진단하는데, 이 질병의 제일 첫 번째 치료는 단주입니다. 단주를 하게 되면 쪼그라든 뇌도 구조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며, 인지예비능에 의해 기능이 보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6개월 정도 단주를 하면 어느 정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으며 다만 뇌 손상이 심하게 온 경우에는 일부 인지 기능의 저하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단주를 하기 위한 첫 단계는 인식입니다. 음주가 나에게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인식의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한 단계씩 실천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 그런 날들이 이어지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말은 쉬워도 팍팍한 현실 앞에서 술을 끊기란 쉽지 않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주는 원래 외롭고 힘든 길이며 필요 없는 가지는 잘라내야 나무가 잘 자라는 것처럼 단주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정리를 꾸준히 해나가십시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력자를 주변에 두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영츠하이머 사회적 현상일까?)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형배 과장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