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사소한 물건도 자주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과로로만 넘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야간이나 새벽에 손 저림으로 잠에서 깨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손목터널 증후군(수근관증후군, carpal tunnel syndrome)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환은 손목에 위치한 좁은 통로인 수근관(carpal tunnel) 내부에서 정중신경(median nerve)이 압박을 받으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말초신경 압박 질환입니다. 반복적인 손목 사용, 잘못된 자세, 혹은 퇴행성 변화 등으로 인해 내부 공간이 좁아지면 신경이 눌리면서 저림과 감각 저하, 손의 기능 저하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손목터널 증후군, 어떤 증상이 있을까?
정중신경은 엄지부터 약지 일부까지 손바닥의 감각과 움직임을 담당합니다. 이 신경이 눌리면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 밤이나 새벽에 손이 저려서 잠에서 깨는 증상
△ 아침에 손이 뻣뻣하고 감각이 둔한 느낌
△ 운전 중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손끝 저림
△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세밀한 손동작의 어려움

질환이 진행되면 젓가락질, 단추 채우기, 글씨 쓰기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도 큰 불편이 따르게 됩니다.

손목터널 증후군의 진단과 평가
손목터널 증후군은 단순히 증상만으로 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손 저림이 어느 부위에 나타나는지, 어떤 시간대에 심해지는지를 면밀히 확인한 뒤, 손목에 대한 이학적 검사(정중신경을 자극하는 검사)를 시행합니다.

보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신경전도검사(nerve conduction study)를 통해 정중신경의 전도 속도와 압박 부위, 손상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합니다. 이 검사는 치료의 방향성과 필요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수술 없이 가능한 비수술 치료 방법
손목터널 증후군은 조기에 진단만 잘 이루어진다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다양한 비수술 치료 방법이 있으며, 대부분 외래에서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염증과 통증을 줄이기 위해 약물치료가 이뤄지며, 진통소염제나 신경 안정제 등이 처방될 수 있습니다. 함께 진행되는 물리치료는 온열 요법이나 초음파 치료 등을 통해 손목 부위의 혈류를 개선하고 부기를 완화해 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도수치료는 손목과 팔의 정렬을 바로잡고, 긴장된 근막을 이완시켜 정중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더불어, 체외충격파 치료는 손목에 미세한 충격을 가해 조직 회복을 유도하고, 신경 주위 조직의 유착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줍니다.

통증이 심하거나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신경차단술, 즉 초음파 유도 하에 약물을 정중신경 주위에 주입하는 주사치료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신경 주변의 염증이 줄어들면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들은 대부분 10~20분 내외로 끝나는 간단한 시술이며, 입원이 필요하지 않고 외래에서 안전하게 받을 수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손과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방치하게 되면 감각 저하와 근력 약화로 이어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일상적인 활동에서 손을 많이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빠른 진단과 치료가 회복의 핵심입니다.

단순한 손 저림으로 여겨 지나치기 쉬운 증상일수록, 정형외과 진료를 병행하는 신경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초기에 잘 다스린다면 손 기능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