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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약, 잘못 버리면 '슈퍼 버그'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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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을 둘러보면 서랍 속에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폐의약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성 물질이 증가할 수 있어 빠르게 배출하는 것이 좋다. 잘못 버린 약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 변이 박테리아인 '슈퍼 버그'를 키워 나와 가족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약물로 오염된 환경에서 발생하기 쉬운 '슈퍼 버그'로 2050년 1,000만 명의 사망자와 누적 100조 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폐의약품을 어떻게 배출해야 할까? 정다운 약국 이상봉 약사(한양대 겸임교수)와 함께 폐의약품의 위험성과 올바른 처리 방법을 알아봤다.

폐의약품, 잘못 버리면 '슈퍼 버그' 증식 초래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은 '폐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이상봉 약사는 "폐의약품, 특히 항생제 성분이 포함된 약물이 종량제 봉투나 하수구를 통해 배출되면,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상호작용하여 내성균 (슈퍼 버그)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 내성균은 항생제 유입을 차단하거나, 항생제를 분해·변형 시키는 효소를 만들거나, 항생제가 작용하는 표적 부위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항생제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상봉 약사에 따르면, 항생제 성분이 토양이나 하천으로 유출되면 미생물 변이를 촉진해 내성균이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항생제가 하천 및 지하수로 스며들면, 자연환경 속 세균이 항생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내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내성균이 인간이나 동물의 소화관 및 피부로 침투하면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어려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폐의약품에서 유래한 항생제가 식수, 농산물, 해산물 등에 축적되면 사람의 장내 미생물총에도 영향을 미쳐 유익균 감소 및 내성균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강력한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균(mdr, multi-drug resistant bacteria) 감염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치료를 제한하고 감염 질환의 치명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 영유아, 만성질환 환자는 이러한 감염에 더욱 취약해 패혈증과 같은 위험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슈퍼 버그', 환경 오염·경제적 피해로 확산
항생제 내성균은 식품을 통해서도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봉 약사에 따르면, 폐의약품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고 배출될 경우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켜 농산물과 수산물에 영향을 준다. 오염된 물로 재배된 채소, 과일, 곡류 등에 미량의 항생제 및 내성균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폐의약품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양식장에서 기르는 어류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폐의약품 오염으로 가축이 내성균에 감염될 경우, 인체로 전파될 위험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간이 마시는 식수를 통해서도 내성균이 유입될 수 있는데, 이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총(microbiota)을 변화시키고, 장내 내성균을 증가시켜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내성균에 감염될 경우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감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상봉 약사는 "일부 연구에서는 내성균 감염이 대사 질환,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폐의약품, 제형별로 분리방법 달라...분리 후엔 약국·보건소·행정 복지센터 수거함에
폐의약품은 제형별로 배출하는 방법이 다르다. 식약처에 따르면, 폐의약품을 처리할 때는 2차 포장지를 최대한 제거하고, 종류별로 분류해서 처리해야 한다. 가루약은 병원과 약국에서 받은 약포지 그대로, 캡슐은 안에 든 가루만 한곳에 모아서, 알약은 포장재 제거 후 내용물만 모아 밀봉해서, 시럽류 등 물약은 한곳에 모아 밀봉해서, 연고와 천식 흡입제 등의 기타 의약품은 특수 용기 그대로 정해진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

'폐의약품 수거함'은 거주 지역의 약국, 보건소, 보건지소, 행정복지센터 등에 비치되어 있다. 다만, 지자체별로 분리배출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정확한 분리배출을 위해 약국, 보건소, 행정복지센터에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을 권한다.

종합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은 종량제 봉투에 배출 가능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달리 성분과 작용 기전이 달라 폐기 방식이 다르다. 이상봉 약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영양 보충을 목적으로 하며, 질병 치료 효과가 없고 체내 약리학적 작용도 미미하다. 또한, 대부분의 성분이 단순 영양소로 이루어져 있어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자연 유래 성분이 많아 상대적으로 생분해가 쉽다. 따라서, 생활 쓰레기와 함께 처리해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는 것이 허용된다.

도움말= 이상봉 약사(한양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