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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술을 바꿔라 인생이 바뀐다

작성자명관**
조회수2024
등록일2007-03-07 오후 5:24:34
화술을 바꿔라 인생이 바뀐다
지은이 래리 킹
출판사 매가북스
봉사자 한양대학교 최성훈

들어가기 말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당신이라면 다음 둘 가운데 무엇을 택하겠는가?
1. 낙하산도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아니면,
2. 만찬 석상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옆에 앉기
당신이 2번을 택했다면 잘못이 아니다. 대부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말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말하기가 까다로운 상황을 자주
맞이한다. 그런 경우에 누구든지 말을 좀더 잘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사회적 성공이 되었든 전문 분야의 성공이 되었든 성공에 이르는 길을 포
장하는 것은 화술이다.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 그 길은 거칠고 울
퉁불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쓰는 이유가 바로 그 길을 좀더 순탄하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지난 37년 동안 말하기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왔다. 라디오와 텔레비젼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나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에서 마이클 조단에 이르기까지
숱한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
청중 앞에서 강연도 많이 해 왔다. 때로는 경찰서장들을 모아 놓고, 또
는 아무 집이나 쳐들어가는 세일즈맨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연한 적도 있
다. 이제부터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내가 체득한 말하기의 요령--한 사람
을 상대로 하든 수백 명 앞에서 하든--을 당신에게 전해 주려 한다.
내 경우에, 말하기에 인생에서 커다란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나는 언제
나 말하기를 좋아한다. 브루클린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맨 먼저 떠
오르는 기억은 베이 파크웨이와 만나는 86번가 한 귀퉁이에 서서 지나가는
차들의 차종을 읽곤 했던 일이다. 그때 나는 일곱 살이었다. 친구들은 그
런 나를 두고 '떠벌이'라고 불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줄곧 말과 함
께 살아왔다.
당시에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는 허브 고헨이었는데(그는 지금도 가장
친한 내 친구이다), 내가 에베츠 구장에서 브루클린 다저스 팀을 어떻게
응원했는지는 그에게 물어 보면 된다. 외야석에 혼자 앉아서 미리 만들어
온 스코어 카드를 펼쳐 들고 경기 내용을 '중계'하곤 했었다. 집에 돌아와
서는 친구들에게 그 시합의 모든 것을--진짜로 모든 것을--말해 주었다.
허브 표현으로 하면 이렇다. '레리카 에베츠 구장에 구경갔는데 그 게임이
두 시간 십 분 걸렸다면 래리의 설명도 두 시간 십 분 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브와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우리가 열 살 때 교장실
에서였던 것 같다. 내가 그리로 불러갔을 때 그가 마침 거기 있었다. 왜
거기 불려갔는지는 두 사람 다 기억을 못하지만, 추측컨대 교실에서 떠들
다가 그리 되었을 것이라는 게 우리 두사람 모두의 생각이다.
이처럼 말하기를 좋아하는 한편으로 그만큼 나는 사람들이 왜 말하기에
불편을 느끼는 지도 알 수 있다. 뭔가를 잘못 말하지나 않을까, 또는 맞는
말이더라도 잘못된 방식으로 말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
이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면, '침묵을 지킨 채로 당신이 바보일지도 모른
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입을 열어 모든 것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것보다는 낫다.' 낮선 사람에게 말을 건넬 때, 또는 많은 사람을 상대로
말해야 할 때 그 두려움을 증폭된다.
이 책이 그런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터득한
한 가지 사실은 우리가 올바른 태도를 갖추기만 한다면 어떤 상대와도 말
을 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어떤 대화에도 자신
있게 임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그 일과 관련
하여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해야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지를 알게 될 것이다. 말을 잘할 뿐만 아니라 말하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는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실제적 상황을 중심으로, 말하기의 구체적 윤곽을 다룬
다. 친척의 결혼식에서부터, 정장을 해야 하는 만찬 석상과 사친회에서의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설명한다. 방송 대담의 경험을 통해서 내
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그리고 나아가 나의 경험을 당신에게 도움이 되
도록 응용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전하고자 한다. 읽어 보면 알 수 있
겠지만, 내 경우에 이 교훈들 가운데 몇 가지는 혹독한 체험을 통하여 얻
을 수 있었다.
말이란 인간들 사이의 의사 소통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형태이다. 그것
은 우리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별해 주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보
통 사람들은 날마다 평균 만 팔천 단어의 말을 한다고 한다. 나는 전혀 이
숫자가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내 경우에는 그보다 많을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데 가능한 한 말을 잘하기 위한 솜씨를 닦어야 하지 않겠는
가?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페이지만 넘기면 된다.
어이, 허브, 내 말좀 들어 봐?

성공적인 대화의 기본
말하기는 골프를 친다든지, 자동차를 운전한다든가, 또는 상점을 운영하
는 일과 같다. 더 많이 해 볼수록 그만큼 더 잘 할 수 있고 그리하여 그
일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장 기본적인 몇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말하기와 관련하여 내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게 된 데에는 운이 많이 따
랐다. 그래서 사람들 가운데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말하기가 재미있다고?
그 사람이야 그렇게 말하겠지, 타고났잖아' 하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
다.
내 경우에 말하기가 자연의 선물(타고난 소질)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
지만 어떤 일에 타고난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 자질을 계발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자질이 실력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다. 테드 윌리암스는 내가 직접 본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였고 내
평생 그보다 많이 야구의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보지 못하였지만, 타격 연
습을 할 때는 누구나 마찬가지처럼 연습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경이로
운 목소리를 타고났다. 그런 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성악 강습을 받
았던 것이다.
내 경우에 말하는 능력과 성향은 자연적으로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그
러나 나 역시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경우를 수없이 겪어야만 했다.
불안한 데뷔
37년 전에 당신이 만약 파리로 둔갑하여 마이에미 비치에 있는 한 라디
오 방송국의 스튜디오 벽에 붙어 앉아서 내 방송 경력의 시작을 목격할 수
있었다면, 전문 방송인으로 성공할 내 모습보다 밥벌이하기도 힘들 모습의
나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1957년 5월 1일 아침, 워싱턴가와 1번가의 교차로 근처, 경찰서 맞은편
에 자리한 조그만 방송국의 한 스튜디오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그때
라디오의 세계로 진출해 보려는 꿈만 가지고 3주째 일거리도 없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 방송국의 사장 시몬즈가 내 목소리는(이 역시 운이 좋
아서 타고난 것 가운데 또 한 가지다) 좋지만 빈자리가 없다고 했기 때문
이다. 그 말에 나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나는 당시 기회를 잡을 의욕으
로 가득 차 있었고 그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좋다, 빈자리가
나면 너를 쓰겠다'고 했던 것이다.
마이애미에는 잭 삼촌 부부가 그 방송국 근처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는데, 브루클린을 떠나올 때 확실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돈은 한 푼도
없었고, 삼촌의 아파트 덕분에 다락방이라고 잘 곳은 마련된 셈이었다. 거
기서 내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매일 방송국에 갔다. 방송
진행중인 디스크 자키들, 뉴스를 방송하는 아나운서들, 스포츠 뉴스의 진
행자들을 구경했다.
거기서 나는 뉴스거리들이 AP나 UPI전송망을 통하여 들어오는 것을 처음
으로 보고 조용한 황홀경에 빠지곤 했다. 짤막한 기사 몇 개를 혼자 써 보
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내가 작성한 기사가 누군가에 의해 실제 방송에서
사용되는 날을 꿈꾸곤 했다. 그렇게 3주가 지났는데 갑자기 아침 방송을
맡아 오던 디제이 한 사람이 그만 두었다. AKTIF이 나를 자기 사무실로 불
러 일거리를 준 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월요일 아침 9시 방송부터 내가 맡
게 된 것이다. 주급 55달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9시부터 정오까
지, 오후에는 뉴스와 스포츠 뉴스를 이것저것 하고 퇴근은 5시.
마침내 꿈이 이루어졌다. 라디오에 나가게 된 것만이 아니었다 매일 아
침 고정 프로그램을 맡은 데다가 매일 오후에도 대여섯 번 출연이라! 당시
CBS의 수퍼스타였던 아더 고드프리만큼 자주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던 것이
다.
그 주말에 나는 한숨도 못 잤다. 방송에 나가서 할 말을 준비하고 반복
해서 연습했다. 첫날 아침 8시 30분이 되었을 때, 나는 살짝만 건드려도
무너질 정도로 바짝 긴장해 있었다. 입과 목이 말라 붙어서 커피와 물을
계속해서 마셔댔다. 스튜디오에 들어가자마자 턴테이블에 걸려고 프로그램
의 주제곡, 레스 엘가트의 '스윙잉 다운 더 레인'의 판을 준비하고 있었
다. 기다리는 동안 일 분, 일 초가 지나면서 점점 더 초조해졌다.
마샬 시몬즈가 내게 행운을 빌어 주기 위하여 사무실로 불렀다. 내가 고
맙다고 인사를 하자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하고 물어 왔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거 원, 래리 자이거라는 이름을 쓸 수는 없어, 소수 민족의 냄새가
물씬 풍기거든. 사람들은 그 이름을 발음하지도 못할 테고 기억할 수도 없
을 거야. 좀더 나은 이름을 써야 해. 래리 자이거라는 이름은 절대 아니
야."
그 때 그의 책상 위에는 '마이애미 헤럴드'가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 그
리고 펼쳐진 면에는 마침 킹 주류 도매상의 전면 광고가 실려 있었다.
AKTIF의 눈길이 그 곳으로 향하더니 이내 짤막하게 '래리 킹이 어때?' 하
고 물어 왔다.
"괜찮은데요."
"했어. 그게 이제부터 자네 이름이야--래리 킹. 자네는 이제부터 (더 래
리 킹 쇼)를 주재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 나는 일자리, 프로그램, 주제곡, 게다가 이름가지 새로 얻
게 되었다. 9시가 되어 마침내 뉴스가 나갈 시간이 되었다. 스튜디오에 들
어가서 '스윙잉 다운 더 레인'을 턴테이블에 걸어 놓고, 뉴스가 나오기를
기다릴 청취자에게 방송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내 입안은 솜뭉치
라도 물고 있는 것처럼 침이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작은 방송국에서는 으레 그렇듯이 아나운서가 기사의 역할을 같이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손수 주제곡을 틀어야 했다. 음악이 흘러 나왔다. 이어
서 방송을 시작하기 위하여 음악의 볼륨을 낮추었다. 여기까지는 잘 나갔
는데 그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음악 대신 나와야 할 것이 나오지 않은 것
이다.
그래서 음악의 볼륨을 다시 높이고, 잠시 후에 다시 낮추었다. 그런데
여전히 내 입에서는 한 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볼륨을 높
였다 낮추는 일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해야 했다. 그 사이에 청취자들이 들
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주제곡의 볼륨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뿐이
었다. 그 사이에 사람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내가 그 때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
억할 수 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거야. 동네의 길거리에서 떠들어댈 수는 있겠지만 이
런 일을 전문적으로 할 능력은 내게 없어."
나는 자조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되뇌이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일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지만 그 일을 막상 맡
아서 할 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점 역시 분명한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
일에 필요한 베짱이 내게는 없었다.
결국 내게 그토록 친절을 베풀고 커다란 기회를 제공해 주었던 바로 그
사람, AKTIF 시몬즈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야 말았다. 방송국의
총책임자로서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통제 구역의 문
을 박차고 뛰어 들어와 다음 네 마디를 크게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
건 말로하는 사업이야!"
그리고 그는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그가 그런 바람에 나는 마이크를 향해 몸을 숙이고 방송인으로서 첫마디
를 겨우 토해 낼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저는 라디오 방송을 처음 해 봅니다. 나는 언제나
방송계에서 일하게 되기를 갈망해 왔습니다. 지난 주말 내내 연습을 했습
니다. 15분 전에 저는 새 이름을 지었습니다. 주제곡을 틀 수 있도록 줄곧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입 안이 자꾸 말라 붙었습니다. 제가 초
조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에 사장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이건 말로 하
는 사업'이라고 소리쳤습니다."
일단 말문을 열자 조금 자신이 생겨서 계속해 나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날 나머지 방송은 그런대로 괜찮게 진행되었다. 전문 말꾼으로서 내 첫
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뒤로는 다시 라디오 방송에 관하여 초조해
진 적이 없다.
솔직성
그날 아침 마이애미의 방송국에서 나는 교훈을 하나 얻었다. 방송에 나
가든지 그렇지 않든지 솔직해야 한다는 점이다. 벙송에서든 아니면 다른
어떤 상황에서든 말하는 데에 잘못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더 고드프
리 역시 방송인에게 성공의 비결이 따로 있지 않다고 내게 말해 준 적이
있다. 청취자와 시청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느낀 바를
말하면 되는 것이다.
나중에 내가 텔레비젼의 좌담 프로그램 사회자로 데뷔하게 된 것 역시
마이애미에서였는데, 그 때에도 나는 비슷한 경험을 겪어야만 했다. 내 평
생 마이크 앞에서 초조해 진 경우는 딱 두 번뿐인데, 라디오 방송 첫날이
그 하나이고 이 때가 그 두 번째이다.
그 때까지 나는 텔레비젼에 출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사람이 초조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 때문에 초조감이
일어난 것은 나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PD가 나를 등받이 없는
회전의자에 앉힌 것 역시 큰 실수였다. 초조감에 휩싸인 나머지 내 상반신
은 계속 앞뒤로 흔들렸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는 금방 시청자들의 눈에 띄
었다.
시청자에게 무언가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뒤로
는 거의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우선 시청자로 하여금 내가 처한 입장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3년 동안 라디오 방송은 해 왔지
만 텔레비젼 출연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 회전 의자에
나를 앉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내 처지를 모든 사람에게 말하고 나니 초조한 마음이 싹 사라졌
다. 그 뒤로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 나의 텔레비젼 데뷔 역시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이는 모든 듣는 사람에게 내가 솔직했기 때문이
다.
최근에 어떤 이가 나에게 물었다.
"NBC방송국의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당신을 붙잡아 스튜디오로
끌고 가서 의자에 앉히고, 서류 몇 장을 보여 주면서, '브로코(톰 브로코
는 NBC 저녁 뉴스의 앵커)가 아파서 그러니까 당신이 대신하시오."라고 말
하고, 이어 조명이 들어왔다고 칩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소?"
내 대답은 그 모든 사정을 모두 솔직하게 밝히겠노라는 것이었다. 카메
라를 똑바로 보고 앉아서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고 했다.
"여기 NBC방송국의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나를 이리로 끌고 들어
와 이 종이를 주더니 브로코가 아파서 내가 방송을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
습니다."
이렇게 말해 주면, 내가 한 번도 텔레비젼 뉴스를 진행해 본 적이 없고,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지 못하며, 내가 읽는 문장들이 나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고, 어떤 카메라를 봐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사실들을 모든
시청자들이 즉각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와 시청자들 사이에 교
감이 생겨나게 된다. 이 곤경을 나와 시청자들이 함께 하는 되는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솔직한 만큼,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그들
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들에게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곤경에 처해 있는지도 아울러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점을
감추려 애쓰는 것보다는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나 자신의 처신을 용이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내가 세상의 꼭대기에 서 있고 모든 일이
잘 진행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솔직함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내가 하
는 말을 잘 전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성공적 의사 소통을 위한 나머지 비결
말을 잘하기 위하여 필요한 다른 요소 하나는 올바른 태도다. 다시 말하
면, 말하기가 매우 불편한 자리라 할지라도 말을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마이애미에서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뒤로 나는 그러한 태도를
갖출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마이크 공포증'을 경험하고 나서 다
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나는 두 가지 원칙을 세우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다.
첫째, 언제 어느 때나 말을 계속해서 할 것.
둘째, 말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할 것.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나는 말로 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했다. 아침에 (더 래리 킹 쇼)를 진행하고 틈틈이 일기 예보를 맡았
다. 오후에는 스포츠뉴스와 경제 뉴스를 진행했고, 때때로 종합 뉴스의 앵
커를 맡기도 했다. 여기저기 강연도 했다. 누가 아프다든지 아니면 하루
쉬고 싶어하면 내 근무 시간이 끝난 다음이라도 비번 근무를 자칭했다. 방
송에서 가능한 한 말을 많이 하기 위하여 내게 찾아오는 모든 기회를 붙잡
았다. 방송에 나가고 거기서 성공하는 것이 내 목표였던 만큼, 내가 하는
일이나 테드 윌리암스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했던 일이나 마찬가
지라고 나 자신에게 다짐했다. 말하자면 정해진 훈련 시간 외엥도 타격 연
습을 혼자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구 선수에게 타격 연습이 있듯이 말을 잘하기 위해서도 그와 같은 것
이 있다 화술에 관한 책 또는 요즈음으로 말하자면 비디오 테이프를 보는
일 말고도 스스로 연습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다. 집이나 아파트에서
자기 자신을 청중으로 삼고 소리내어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지금도
그렇게 한다.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그렇게 연습하고 있다. 혼자
살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말을 소리내어 말하
는 경우가 있다. 장차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또는
쇼에서 무슨 말을 할까 하고 궁리 끝에 떠오르는 말을 혼자 해 보는 경우
도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창피할 까닭도 없다. 그러나 혼자 사
는 사람만 이렇게 연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에 들어가 혼자서 연습
할 수도 있고, 지하실도 있을 것이다. 또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연습할
수도 있다. 말을 잘하기 위한 연습을 하려고만 한다면 연습할 길은 얼마든
지 있는 것이다.
거울 앞에 서서 거기에 비친 당신 자신의 모습을 상대로 말할 수도 있
다. 이것은 대중 연설을 잘하기 위해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지
만, 일상 대화에도 마찬가지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또한 상
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거울에 비친 자
신의 영상을 향하여 말을 할 때, 거의 자동적으로 그 눈을 응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의 방법은 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 병원에 신
고하지는 말아 주기 바란다. 만일 집에 애완 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그 동
물들을 상대로 말하기를 연습할 수도 있다. 개, 고양이, 새, 심지어 금붕
어도 가능하다. 이것은 사실 매우 훌륭한 연습 방법이다. 이를 통하여 상
대방의 반응을 걱정하느라 말하는 중간에 집중력을 잃는 경향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중간에 말이 잘릴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훌륭한 대화꾼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통하여 갈고 닦겠다는 의지에 덧
붙여 최소한 두 가지 요술을 더 갖추어야 한다. 그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 자신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개방된 태
도를 가지라는 것이다.
CNN의 심야 좌담 프로그램의 시청자라면 거기 초청된 손님들에게 내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급적 항상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려 한다(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못해서 대화에서 성공하지 못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뒤에서 따로
논하기로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의자와 함께 내 몸을 앞으로 숙이고,
그 사람들의 개인적인 일들에 관하여 질문한다.
내 쇼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을 나는 존중한다. 대통령이든, 명예의 전당
에 일들에 헌정된 운동 선수는 물론, 커어밋 개구리 또는 피기 인형 등 모
두가 다 내게는 손님이다. 실제로 인형이나 개구리가 내 쇼에 출연한 적도
있다.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하는 바에 관심이 없거나,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그들과 성공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길은 없다.
언젠가 윌 로저스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은 모두 다 무식하다. 다만 차이는 각기 그 무식한 분야가 다르다
는 점이다."
출근길에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되든지 아니면 수백만의 시청자들
이 지켜보는 가운데 TV쇼의 게스트와 이야기를 할 때든지, 이 말은 기억해
둘 만한 가치가 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누구든지 어떤 일에 관해서
는 전문가라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말하기를 좋아하는 주제가 최소한 한
가지는 있다.
항상 그러한 전문성을 존중하라. 당신이 존중하고 있는지 아닌지 듣는
사람들은 금방 알아차린다. 그들이 당신의 존경을 느낀다면, 그들은 당신
이 말하려 하는 바를 더욱 경청하게 될 것이다. 그 반대라면,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그 말만 가지고는 당신의 뜻한 바를 전달할 수 없게 될 것이
다.
성공을 위한 비결로서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당신 자신에 관한 개방적
태도다. 내가 난생 처음 방송을 경험하던 날 나 자신을 열어 보임으로써
그 지독한 마이크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사
람이 너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하라'는 황금률은 대화
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마음을 열고 솔직해지기를 원하
는 만큼 당신도 상대방에게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당신 자신의 이야기만 하라든지, 또는 개인적 비밀을 실토
하라는 말은 아니다. 내 이야기는 사실 정확하게 그 반대다. 이웃 사람과
만났는데 그가 자신의 담석증 이야기만 한다면 당신에게 재미있을까? 모르
긴 몰라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대
화에서 삼가야 한다.
그런 반면에, 다른 사람에 관하여 당신이 알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이 당신에 관하여 알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은 기꺼이 풀어놓아야 한다. 당신이 지나온 길, 무엇을 좋아하
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따위의 일들은 대화를 통하여 서로 주고받는 것이
다.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사귀어 서로를 알게 된다.
방송 사회자 가운데 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는 레지스 필빈과 케시 리
지포드가 있다. 그들은 당신에게 쉽고도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자기들이 좋
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드러낸
다. 그들은 자신에 관하여 이야기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신
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개인적인 화제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 것도 꾸미려 하지 않는다. 자신 또는 게스트의
이야기 도중에 슬프거나 또는 다른 어떤 감정이 일어나게 될 때 그러한 느
낌을 드러내는 것을 창피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슬픈 순간에 슬픈 감정
을 표시하고 두려울 때에 두려움을 표시하는 데에 잘못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레지스와 케시라는 잘 알고 있다. 스튜디오를 비롯한 각 가정의 청
중은 이 사실을 금방 알아차리게 되고, 그들의 개방적 태도를 그들의 진실
성과 연관시키게 된다.
잠깐이나마 나와 말을 나눈 사람은 나에 관하여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될
수 있다. 첫째 나는 브루클린 출신이고, 둘째 나는 유태인이다.
그 사실을 그들이 어떻게 알게 되느냐고? 그 까닭은 나는 나의 출신 내
력을 나와 접촉한 사람 모두에게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력은 내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나 자신의 일부다. 그리고 나는 유태인이자 브루클
린 출신이라는 사실, 그 두 가지를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
는 대화에서 자주 출신 내력을 언급한다. 다른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하는
것이 내게는 즐거운 일 가운데 하나다.
내가 만일 말을 더듬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바로 그 사실을 상대방과 공
유하려 할 것이다.
"아--안--녕히--히--하세요. 반가--가--갑습니다. 내 이--이--름은 래리
킹이--입니다. 내게는 마--말을 더드--드--듬는 문제가 이--있어요. 그런
--렇지만 이렇게 얘--얘기를 나누니 즈--즈--즐거--겁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당신의 처지가 활짝 공개된다. 이제는 다시
그 말을 할까말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당신이 바로 방금 그것
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기 때문이다. 사실 당신이 말을 안 했더라도 그들
은 그것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 점에 관하여 떳떳하게 밝혔다. 아무 것도 꾸미거나 허
세를 부리려 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대화는 이 문제로 인한 족쇄로부터
완전히 해방된다. 그리하여 당신에게나 상대방에게나 즐거운 대화의 가능
성이 높아질 뿐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말더듬이증이 고쳐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당신이 자신에 관하여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으로부
터 존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컨트리 웨스턴계 가수인 멜 틸리스가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이다.
그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 사람인데도 가수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인터뷰
의 상대로서도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다. 노래할 때에는 말더듬증이 나타나
지는 않지만 말을 하게 되면 금방 드러난다. 그런데 멜은 그 때문에 짜증
을 내기보다는 그 사실과 정면 대결을 벌인다. 자신의 말더듬증을 가지고
농담도 한다. 그 자신이 그 점에 관하여 쉽게 생각함으로써 그는 결국 다
른 사람들 역시 편하게 해 주는 것이다.
언젠가는 플로리다에서 온 어떤 사람을 내 TV쇼의 게스트로 초청한 적이
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구개가 파열되어서 그가 하는 말은 알아듣기
가 아주 힘들었다. 그런데 그는 내 쇼에 출연하게 된 것을 아주 기뻐하고
있었으며 자기 자신에 관하여 기꺼이 말하고 싶어했다.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흔히 가지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백만 달러의 재산
가였다. 무슨 일을 해서 그렇게 큰 재산을 모았을까 한 번 맞추어 보라.
놀랍게도 그는 세일즈 맨이었다. 누구에게 말을 할 때에도 그는 전혀 허세
를 부리려 하지 않았고, 자신의 '발음이 이상하다'는 분명한 사실을 숨기
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처해야만 했던 상황에
적응했고,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들 역시 그와 만난 상황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말문 열기
사교를 위해서든 직업과 관련된 대화이든 남과 얘기할 때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 하나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부
끄러워하는 심성을 타고났고-믿기 힘들겠지만-나도 예외는 아니다. 브루클
린 출신의 안경 낀 유태인 아이는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모를 리가 없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공개석상에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면,
누구든지 초조해 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 지경에 이르기 직전일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부끄러움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은 다음
과 같은 옛날 속담 하나를 계속 되뇌이는 것이다.
'저 사라도 바지 입을 때 한 번에 한 쪽씩 밖에 못 끼운다'
이것이 진부한 이야기라고? 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진부한 만
큼 그 속담이 말하는 바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진부해진 것은
무엇보다도 그것이 옳은 말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 속담은 진부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을 아
주 효과적으로 밝혀 주고 있다. 따라서 당신의 대화 상대가 박사 학위를
네 개나 가진 대학 교수라든가. 우주 공간을 시속 2만9천 킬로미터로 비행
한 우주 비행사라든가. 또는 전직 주지사였다는 사실 때문에 당신이 기죽
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당신 스스로가 그 대화로 인하
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대방이 보게 됨으로써 상대방 역시 그 대화를 즐
기게 된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그와 대등하다고 여기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관이 없는 문제일 뿐이다.
우리들 거의 모두가 같은 입장에서 출발하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부 또는 권력을 타고난 사람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케네디 가
문, 록펠러 가문, 여타 극소수의 선택된 가문을 빼놓고는 모두가 마찬가지
다. 우리 대부분은 중간 소득층 또는 저소득층의 자녀로 출발하였다.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하여 시간급을 받고 일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처음에는
시간제 일자리부터 출발하였다. 대개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당신보다 더 부자고, 더 유명하고, 더 성공한 사람일 수는 있겠
지만 출신배경이 엇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모두 다 형제고 자매라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쪽 구석에 숨어서 열등감을 가져야 할 까닭도 없고
압박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상대편이 속한 바로 그 곳의 일원이 되는
데에 당신은 아무런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사람 역시 당신만큼이나 부끄러워하고 있으리라는 사실을 기
억한다면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탄다. 이 점을 필요한 때에 떠올릴 수만 있다면 부끄러움을 극
복하는 데에 놀라운 효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당신보다 훨씬 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과도 대화해야 한
다. 어는 공군 조종사의 사례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2차 대전 때 적기를 다섯 대 이상 격추시켜서 '최고'라는 칭호를
얻은 사람이었다. 그와 같은 조종사들로 구성되어 '최고들의 모임'이라 불
리는 모임이 있는데, 그 지부는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 일본,
베트남 등 각국에 퍼져 있다.
1960년대 말에 그 지부들이 모두 마이애미에서 모이게 되었다. 그때 나
는 MBS에 가맹된 WIOD라는 방송국에서 심야 라디오 토크쇼의 사회를 맡고
있었다. '마이애미 헤럴드'의 기자들이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유일한 '최
고' 한 사람을 찾아냈다. 그는 2차 대전 중 독일 공군기 일곱 대를 격추시
켜서 '최고'가 되었는데 이제는 증권 분석가가 되어 있었다. 신문사에서
내가 진행하고 있는 쇼의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그리고는 그를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를 다루는 특집 기사에 라디오
토크 쇼의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최고'를 초청하기로 예약하였다. 열한시부터 자정까지 한 시
간 동안 출연하게 되었다. 신문사에서는 취재 기자 한 명과 사진 기자 한
명을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드디어 그가 스튜디오에 도착하였다. 그와 악수를 하는데 그의 손바닥에
땀이 나 있었다. 그는 들릴까 말까 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그가 초조해 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초조하다
니?' 어떻게 이런 친구가 비행기 조종사가 될 수 있었단 말인가? 5분 동안
11시 뉴스가 나가고 11시 5분에 우리 쇼가 시작되었다. 나는 '최고들의 모
임'에 관한 짤막한 질문 몇 개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첫 질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종사가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조종을 좋아하시는 것은 사실이지요?"
"예"
"조종을 좋아하게 된 까닭은?"
"몰라요."
질문이 몇 개 더 이어졌지만 그의 대답은 전부 한 마디로만 이루어졌
다.--예. 아니오, 몰라요.
스튜디오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11시 7분. 나는 벌써 할 말이 동나 버렸
다. 더 물어 볼 것도 없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얗게 질려 있었
다는 말이다. 신문사 쪽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나 또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모두의 마음 속에 똑같은 물음표가 찍혔다. 이 일이 이대로 나
가다가 어찌 되려나? 아직 50분이 남아 있다. 이 상태로 일 초가 더 지나
면 마이애미에서 라디오 듣는 사람은 전부 채널을 바꾸고야 말 것이다.
이번에도 본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우리 머리 위에 적기 다섯 대가 떠 있고 이 방송국 뒤에 비행기
한 대가 있다면 출격하겠습니까?"
"예"
"그런 상황이라면 초조에 휩싸이실까요?"
"아니요."
"그런데 지금은 왜 그렇게 초조해 하십니까?"
드디어 '누가 듣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일단 여러 마디의 답을 끌어내기에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니까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로군요."
그리고 나서는 조종사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고 두려움에 관하여 이
야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초조감이 싹 사라졌다. 10분쯤 지나자 그는
완전히 돌변해 있었다. 비행에 관한 이야기하자고? 문제없지. 그는 열정에
사로잡혀 말하고 있었다.
"내 비행기로 구름을 뚫고 올라갔어요! 오른쪽으로 기체를 심하게 기울
이자 태양이 내 날개의 끝에서 빛나고 있었지요!"
자정이 되었을 때 사람들이 와서 그를 데리고 나가야만 했다. 나가면서
도 그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 2차 대전의 영웅은 두려움을 극복하
자마자 대단한 말꾼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처한 상황에 몰입하여 자신의
목소리에 익숙해짐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할 수가 있었다. 처음에 그의 과거
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그는 내가 무엇을 물어 올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인터뷰에서 장차 무엇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는 겁을
집어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가 겁낼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되었다. 바로 그 순간 스튜디오 안에서 일어나고 있
는 일에 관하여 느낀 바를 말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자 그
는 초조하지 않았고 자신감마저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 변화를 확인
한 뒤, 나는 다시 그를 과거에 관한 이야기로 이끌 수가 있었다.
당신이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할 때에도 입술의 얼음을 깨는 데 바
로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하느냐고? 문제는 간단하다--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이
다. 그들 자신에 관하여 이것저것 물어 보라. 그러다 보면 얘깃거리가 될
만한 것을 찾을 수가 있다. 그리고 상대방은 당신이 대화를 잘 이끌어 간
다고 여길 것이다. 왜냐고?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 관하여 말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지상정이다.
영국의 소설가, 정치가, 그리고 수상을 지냈던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이
렇게 말했다.
"남과 이야기할 때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라. 그러면 그 사람은 몇
시간이고 당신 말을 경청할 것이다."
말문을 열기 위한 실마리
파티 또는 만찬 석상, 취직하여 출근 첫날, 새로 이사온 이웃을 만났을
때, 기타 무수한 경우에 말을 붙이기 위해 쓸 수 있는 화제거리에 한계는
없다.
1994년 동계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였다면 토냐 하딩과 낸시 케리건의 사
건이 말문을 열기 위한 화제거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화성에서 온 사
람이 아니라면 그 일을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모든
사람이 날씨에 관하여 떠들어 대면서 그에 관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고 불평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날씨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
문에, 특히 상대방에 관하여 당신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경우에는 아주 안전
한 화제다. 중서부의 홍수, 서부의 지진, 산불, 산사태, 동부의 폭설과 혹
한 등 날씨는 수많은 화제거리를 제공해 준다.
W.C.필즈는 '아이들과 동물을 싫어한다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그 둘을 모두 좋아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둘을 다 가지고 있다. 상대방에게 아이들이 있고 또 애
완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말 붙이기가 훨씬 쉽다는 점은 필즈 자
신도 인정하였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화제는 일단 꺼내기만 하면 말이 술
술 나오게 된다.
앨 고어 부통령이 TV에 나올 때 너무 딱딱해서 목상 같다고 비판하는 사
람들이 있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어쨋든 상관없다. 내
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에게 편안한 이야기를 물어 본다면 어떨까를 상
상해 보라는 것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즈(미국 볼티모어 프로 야구단)에 관
하여 물어 본다든지, 또는 테네시 출신 상원 의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워
싱턴으로 와서 세인트 알반즈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을 말하라고 한다면 그
는 생기에 넘치고, 정열적이며, 활력있는 사람으로 변할 것이다. 지금 그
를 목상 같다고 비판하는 이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에게 아이의 이야기를 물어 보라. 역시 우리는 아주 다정하고
인간적인 앨 고어를 보게 될 것이다.
부통령과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러한 화제를 선택한다면 성공적으로 대화
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그에게 물어 보고 싶은 정치적 문제들이 아주 많
고, 또 그 하나하나에 관하여 그는 길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의 말문을 열게 하는 데 가장 좋은 화제는 그 자신에게 인간적으로 가장
친근한 일들이다. 이 점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만약 파티 석상에서라면, 그 자리 자체가 말문을 열 수 있는 좋은 실마
리가 된다. 내가 예순 번째 생일을 맞았을 때 친구들이 파티를 마련해 주
었는데, 그때 그들은 그것을 '래리 킹의 열 번째 생일의 제50회 기념식'이
라 부르면서 1940년대에 브루클린에서 유행하던 음악을 주제곡으로 틀었
다. 그날 밤 참석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는 대부분 다저스, 코니 아일랜드,
그리고 향수어린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때로는 당신이 참석한 장소 자체가 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날 밤 파티는 백악관 건너편에 있는 유서 깊은 건물 디케이터 하우스에
서 열렸다. 참석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 건물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파티가 누군가의 집 또는 사무실에서 열린다고 해 보자. 그런 경우에는
대개 가구 가운데 어떤 것, 또는 추억을 상징하고 있는 어떤 물건에 관하
여 말을 꺼냄으로써 주인을 즐겁게 해 줄 수가 있다. '붉은 광장'을 배경
으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면? 러시아 여행에 관하여 물어 보라. 벽에 크
레용으로 그린 자국이 있다면? 아들 딸 또는 손자 손녀 중 누가 그렸는지
물어 보라.
'예/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피하라
'예/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좋은 대화에 장애가 된다.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두 마디로 끝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무더위가 아주 지겹죠?"
"다시 한 번 경기 침체가 올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레드스킨즈 팀(미국 워싱턴 D.C.의 프로 미식축구팀)은 올 시즌에도 여
전히 고전할 것 같죠?"
이것들은 모두 훌륭한 화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을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하면 대답 역시 단순한 "예", 아니면 "아니오"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화제가 끊기게 되고 마침내 대화 자체가 그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풍부한 내용을 담아서 질문한다면 돌아오는 대답에도 풍부한 내
용이 담기게 된다. 그럼으로써 대화가 계속하여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물으면 대답이 얼마나 다양해 질 수 있는지에 주목해 보라.
"요새 날씨가 이렇게 찌는 걸 보면 지구 온난화인지 뭔지 하는 게 사실
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증권 시세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 좀 보세요. 경제가 그다지 안
정국면이 아닌 것 같아요. 이러다다 경기 침체로 연결되는 건 아닐지. 그
럴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 것 같습니까?"
"워싱턴으로 이사온 뒤로는 줄곧 레드스킨즈 팀을 응원해 왔는데, 요새
그 팀은 세대 교체중인 것 같아요. 게다가 카우보이즈 팀(미국 남부 댈러
스시의 프로 미식축구팀)은 언제나 강적이고요. 올해 래드스킨즈가 선전할
것 같습니까?"
보통 사람은 한두 마디만 가지고 대화의 실마리를 끌어내지 못한다. 당
신이 상대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주제만을 본다면 두 번째로
예시한 질문들과 그 앞에 나온 질문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같은 주제를 가
지고도 첫 번째의 방식으로 묻는다면 간단히 '예/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
다. 반면에 두 번째 방식의 질문은 좀더 길게 대답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
고 따라서 자동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대화의 규칙 제1조 : 경청하라
말하는 동안에는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 이것이 대화의 규칙 제1조
다. 나는 내가 오늘 무슨 말을 하든지 그 말로부터 내가 배울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매일 아침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것을 배우려
면 남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 점은 너무나 뻔한 진리이지만, 매일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남의 말을
경청하여 듣는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를 생각해 보라. 가족 또는 친구들에
게 당신 비행기가 여덟시에 도착한다고 말했다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몇 시에 도착한다고?' 하고 물어 올 것이다. '좀 전에 무어라 하
셨지요? 깜박 잊었네요.' 하는 말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 들었는지 한 번
헤아려 보라.
당신이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으면서 남이 당신의 말을 경청해 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시골이나 소도시 근처의 철도 건널목에는 '서시오--살
피시오--들어 보시오'라는 표지판이 있다. 나는 언제나 이를 잊지 않고 실
천하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이 말하는 바에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당신이 말하는 바에 상대방 역시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말을 잘하기 위해
서는 먼저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주의 깊은 경청
은 당신이 말할 차례가 왔을 때 응대를 잘할 수 있게 해 준다. 상대방이
한말에 대하여 적절히 응대할 수 있는 능력이 곧 훌륭한 대화꾼의 표지인
것이다.
유명 여성 MC 바바라 월터즈의 대담 프로를 보면서 내가 자주 실망하는
이유는 바바라가 '그래서요?' 하는 투의 질문을 너무 자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금 귀국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같은 것이
그런 식이다. 내 의견으로는 그렇게 피상적인 질문 말고 좀더 나은 응대,
상대방이 한 말과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질문으로 응대한다면 훨씬 좋을 것
이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유명 MC 테드 카펠은 몇 년 전에 '타임'지의 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해
서 나를 아주 기쁘게 했다.
"래리는 자기 쇼의 게스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합니다. 그는 게스트
가 말할 때 주의를 기울입니다. 대담 프로의 사회자 가운데 그와 같은 사
람은 아주 드물지요."
나에게 붙은 별명은 비록 "떠버리"이지만, 나 스스로 생각할 때 내가 성
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본
다. 방송에서 게스트와 대담할 때에는 미리 질문 사항을 쪽지에 적어 둔
다. 그렇지만 대담 도중에 그들이 하는 말에 이끌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 결과 대화가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1992년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때에 댄 퀘일 부통령이 내 쇼에 게스트
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낙태 규제 법안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퀘일은 "내딸이 학교를 하루 결석하는 데에도 내 허락 또는 내 아
내의 허락이 필요한데, 부모의 동의없이 낙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이 정치적 문제를 퀘일이 인간적인 각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만일 딸이 낙태를 하겠다고 상
의해 오면 어떻게 하겠는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 딸이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퀘일의 말은 곧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 해 선거전에서 낙태는 초
미의 관심사였고 공화당은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런
데 부시의 러닝 메이트로서 공화당을 대표하는 퀘일이 갑자기 자기 딸이
낙태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도와주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낙태 문제에 대한 입장이야 어찌되었든지, 내 이야기의 초점은 이것이
다. 퀘일에게서 국민들이 엄청난 반항을 일으킨 대답을 내가 끌어낼 수 있
었던 것은 내가 미리 준비한 대로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말하
는 바를 경청하였고, 그러다 보니 뉴스거리가 된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
었던 것이다.
같은 해 2월 20일에는 로스 페로가 내 쇼에 나왔는데 그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날 그는 자신의 대통령 출마설을 몇 번이나 계속해서 부
인하였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의 말에 무언가 빠진 구석이 있는 것처럼 들
렸다. 쇼가 거의 끝날 즈음에 나는 같은 질문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물었
다. 그러자 만일 50개 주 가운데 한 군데도 빠지지 않고 유권자들이 자신
을 후보로 등록시켜 준다면 대통령에 출마하겠노라고 말한 것이다.
이 두 경우에 모두 대답을 끌어내게 된 것은 내 입 덕분이 아니라 내 귀
덕분이었다. 그들의 말에 내가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인기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였던 짐 비숍은 생전
에 마이애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같은 뉴욕 출신이기 때문에
내가 마이애미에서 활동할 때 자주 만날 수 있었다. 한 번은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를 짜증나게 하는 일 한 가지는 사람들이 자기한테 어
떻게 지내느냐고 물어 놓고는 자기 대답은 듣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심하게 그런 사람이 하나 있어서, 짐은 그 친구가 얼마나 남의 말을
안 듣는지 시험해 보았다.
어느 날 아침 그 사람이 전화를 했다. 으레 그렇듯이 그는 "어이 짐, 그
동안 어찌 지냈나?" 하면서 말을 시작했다. 짐은 슬쩍 "내가 폐암이래."하
고 대답했다.
"아주 잘돼구먼. 그런데 말이야,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짐 비숍은 자기 추측이 맞았다는 확증을 얻었다.
데일 카네기가 써서 지금까지 천오백만 부 정도 팔린 책, '친구를 사귀
고 남에게 영향력을 가지려면'에는 이 점이 아주 간결하게 요약되어 있다.
'남의 관심을 끌려면 남에게 관심을 가져라'
카네기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이 즐겨 대답할 만한 것을 물어라. 그들로 하여금 자기 자
신과 자기의 업적에 관하여 말하게끔 도와주어라. 그 사람들로서는 당신에
관한 관심보다 자기 자신에 관한 관심이 수백 배나 높을 수밖에 없다는 사
실을 잊지 말라.
중국에 기근이 일어나 백만 명이 아사하는 것보다 자기 입 안의 치통이
그 개인에게는 훨씬 중요한 것이다. 아프리카에 지진이 마흔 번 일어나는
것보다 자기 목에 난 뾰루지가 더 중요한 것이 인간이다. 다음번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점을 명시하라."
보디 랭귀지
몸짓을 보고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한 명확한 답은 아
직 없다. 아마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저명한 법률가인 에드워드 베네트
윌리암스는 보디 랭귀지라는 것은 엄청나게 과장된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
다. 반면에 그의 동료 법률가인 루이스 나이저의 rs해는 정반대다. 그는
말하는 중에 다리를 꼬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표시, 팔을 꼬면 불편한
심사를 나타낸다고 믿는다. 그는 사람들의 몸짓을 갖가지 문장으로 해석해
낸다. 실제로 그는 자기를 찾아오는 소송 의뢰인들로 하여금 법정에 나가
게 될 때 몸짓을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준비시킨다. 그리하여 법정에서 판
사와 배심원들이 의뢰인의 보디 랭귀지를 나이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
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 생각에 보디 랭귀지는 말로 하는 언어와 마찬가지다. 대화나 의사 소
통에서 몸짓은 아주 자연스러운 요소다. 몸짓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경우
그것은 굉장히 효과적인 의사 소통 방법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계획적으
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다만 가식에 불과하다.
내가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목소리를 가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가 내일 아침 쇼에 나가서 왕립 세익스피어 극단 배우처럼 말한다면 웃
음거리밖에는 안 될 것이고, 방송국에서도 당장 쫓겨나고야 말 것이다. 또
그렇게 하려고 해도, 나는 한 마디를 발음하면서 동시에 다음 말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 하고 궁리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러느라 대화에도
신경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보디 랭귀지 역시 마찬가지로 이루어진다. 어떤 자세를 통하여 권위를
보이고 어떤 몸짓이 관심을 표시하는지에 관한 책이야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신 자신에게 자연스럽지 못한 자세를 취하게 되면 기껏 잘
된다고 해야 당신 스스로 불편할 것이고, 잘못되면 조롱을 당할 따름이다.
더욱이 당신이 무언가로 말미암아 불편하다면 상대방과의 대화에 진지해지
려해도 진지해질 수가 없다. 말하면서 하는 몸짓은 그 말 자체와 마찬가지
인 것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입으로 하는 말이든지 몸짓으로
하는 말이든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말이다.
눈맞춤
보디 랭귀지에 관하여 특별히 공부한 바는 없기 때문에, 그 문제에 관하
여 무슨 권위가 있는 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적인 대화를 위하여 누
구나 지켜야 할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상대의 는을 똑바로 보고 말
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시선에 당신의 시선을 맞추는 일은 성공적인 화술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 또는 끝마칠 때뿐만 아니라 그 중간에
도 마찬가지다. 또한 당신이 말을 할 때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에도 언제나 시선을 맞추어야 한다. 내 경우에는 여기에 덧붙여 상대방
쪽으로 상체를 약간 숙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에게 내가 주
의를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경청'하는 일이 열쇠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
고자 하는지에 실제로 주의를 기울여 보라. 다른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대
함으로써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우이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사실을 곧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은 그때그때 상황에 알맞은 보디 랭귀지는 당신이 상대
방의 말을 세심하게 경청할 때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가 하는 말, 또는 그
사람 개인을 향한 관심은 동감할 때 고개를 끄덕이고 믿기 어려울 때 고개
를 젓는 식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면 이 모든 일을 자연스럽게
느낌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이 책에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마냥
고개만 끄덕이고 있으면 안된다.
눈맞춤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일 말이 있다. 대화에서 가
능한 한 자주 눈길을 맞추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
방을 계속 쏘아볼 필요는 없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해 할 것이
고, 그렇게 하는 당신 역시 편할 수는 없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을 때, 그
리고 당신이 그에게 무언가를 물어 볼 때에 눈을 똑바로 보는 것이 중요하
다. 당신이 말할 때는 가끔씩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괜찮다. 하
지만 시선이 막막한 허공을 향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당신이
혼자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될 것이고, 따라서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만일 파티 석상이라면, 상대방의 어깨 근처에 눈길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지금 당신과 마주한 대화 상대보다 훨씬
중요한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 말을 요약하자면 당신이 현재 말하는 습관이 어떠한지를 돌
이켜 생각해 보고 당신의 몸짓은 저절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금기'에 너그러워진 현실
우리의 부모 세대에 비교한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시대에는 해
서는 안 될 일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는 터부에 관
해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회적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터부는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요사이는 터부라는 단어 자체가 옛날보다 훨씬 드물
게 쓰인다. 영화, 책, TV, 심지어는 '가정용 신문'에서도 옛날에 알게 모
르게 작용하던 제약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1920년대에 '뭐든지 가능해'라는 노래를 불렀던 콜포터가 요즈음 가사를
다시 쓴다면 새로운 일들로 가사를 다시 쓰고도 남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
은 2차 대전 이후 널리 퍼진 자유주의적 풍조에서 비롯됐고 60-70년대의
유행의 기초였던 '반항'에 의해 더욱 가속되었다. 뒷마당을 통하여 각 가
정에 침투한 케이블TV 역시 한 몫을 거들었다. 이와 더불어 케이블TV의 장
면이나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에는 콜 포터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흔
들 만한 것들이 많다.
이처럼 터부의 벽이 실제로 무너졌는지에 관해서는 동의하는 사람도 있
겠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1990년
대의 미국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란 거의 없다'는 원칙이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 실제로 작용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사교적 대화
에서 여전히 어느 정도의 터부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 해도, 그것 역
시 예전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Even that kind of talk ain't what it used to be.
바로 이 단어 --ain't--만 해도 옛날에는 써서는 안 될 단어였다. 우리
가 어릴 적만 해도 그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혼쭐이 났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은 그때마다 우리를 세워 놓고 꾸짖었다. 'ain't'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전에도 그 말이 나온다. '웹스터 신세계 사
전'에는 그 단어를 풀이하기를, 'am not'의 구어체 표현' ---is not, are
not, has not, have not'등을 축약한 방언 또는 속어라고 되어 있다.
심지어 옛날에는 욕설로 분류되던 말조차 요즈음은 흔히 쓰는 말이 되었
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로 나온 비비안 리에게 레
트 버틀러 역의 클라크 게이블이 '이봐, 솔직히 말해 볼까? 빌어먹을, 그
래서 어쨌다는 거야?" 하로 말한 것만도 당시에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진주만 폭격 이튿날, 몬태나 출신 상원 의원 버튼 휠러가 한 말이 우리들
브루클린의 꼬마 사이에 한참 동안 유행하여 모두들 흉내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는 일본인들을 비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그 빌어먹을 작자들을 박살내는 일이다."
1994년의 상황을 대조해 보자. 예를 들어 버지니아 주에서 있었던 보비
트 사건의 재판을 다룰 때, 신문이건 방송이건 매스컴은 남성의 신체 부위
를 가리키는 단어들을 그대로 썼다. 옛날 같으면, 적어도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단어들은 남녀가 합석한 '점잖은' 자리에서는 결코 사용할 수 없었
다. 하물며 뉴스 미디어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그 재판에서도
그러한 단어들은 언제나 전문 용어로 쓰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말들은 어떤 종류의 상황에서도 결코 사용되지 않던 단
어였다. '콘돔'이란 단어만 하더라도 그렇다. 예전 같으면 뒷골목에서 누
구와 어울릴 때가 아니면 그 말을 입에 올릴 일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요
즘에는 TV광고에서도 버젓이 쓰인다.
사회적으로 금지된 단어들이 점점 적어지는 것과 아울러 터부시되는 화
제 역시 그 종류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라디오와 TV토크 쇼의
영향이 매우 크다. 예전 같으면 집안에서 절대로 입에 담을 수 없던 종류
의 주제들이 토크 쇼를 통하여 거실로 들어오고 있다. 옛날에 자주 쓰이던
'종교나 정치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아'라는 표현이 있었다. 하지만
그 표현을 최근에 들어 본 것이 언제였더라? 요즘은 그런 것들에 관해서도
말을 할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다. 그것을 화제로 삼는 프로그램들이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화에서 피하는 것이 좋은 사안들은 여전히
몇 가지 있다.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는 일이라든지, 또는 거론하면 상대방
이 너무도 감상에 젖어 버려서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일
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라 할지라도 '그래, 봉
급은 얼마나 됩니까?'같은 질문은 삼가야 한다. 잘 모르는 사람하고 이야
기하는 도중에 "낙태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다면 안전
핀 뽑힌 수류탄을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터부를 벗어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대화의 상대방과 당신 자신
이 얼마나 친근한지에 달려 있다. 친한 친구하고라면 봉급에 관하여 말을
못할 것도 없다. 수년 동안 잘 알고 지내 온 사이라면 낙태에 관하여 솔직
하게 의견을 교환하여 무언가 새로이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
무때나 그럴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
러한 화제에 관하여 상대방이 편하게 응하리라고 무조건 속단해서는 곤란
하다.
미국과 같은 문화에서 말을 잘하기 위해 새로이 요청되는 요소는 각종의
정보에 익숙해야 한다는 점이다. 20세기의 후반기에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초래한 중대한 결과 한 가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잇는지 사람들이
보다 잘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2차 대전 전에는 사교적 대화가 어
떤 한 가지 주제에 집중되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가장 큰 까닭은 당시 사
람들은 뉴스와 여론을 지금 사람들의 반만큼도 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
다. 그들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양에서도 적었을 분만 아니라 속도에서
도 지금보다 훨씬 느렸다. 물론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저녁 뉴스에 나오는
모든 정보를 다 듣고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나 깊이 알고 있
는지와는 상과없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또는 낸시 케리건이 습격
당했을 때나 프랭크 시나트라가 무대에서 기절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뿐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난 '즉시'알게 된다.
성공적인 대화꾼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일에
관하여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상대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방금 라디오에서 들은 뉴스 또는저녁뉴스에서 본 일이 남아 있을 수도 있
다. 현대 세계에서 대화를 잘하려면 당신이 말하는 바와 상대방의 관심이
어떻게든 연관되어야 한다. 오늘날 사교적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현실과의 연과'일 것이다.

모임에 주인공이 되려면
사교적인 대화가 필요한 경우는 무수히 많다. 친구 몇명이 모여 저녁을
같이하는 것처럼 작고 편안한 자리가 있는가 하면 워싱턴의 칵테일 파티처
럼 제각기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도 있다. 결혼식이나 성인식 같
은 경우는 이 두 극단의 중간에 놓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들은 각각 서로
다르지만 대화의 원칙은 마찬가지다. 마음을 열고 상대방과 서로 통할 수
있는 공통기반이 무엇인지를 찾아라.그리고 언제나 남의 말에 귀 기울여
라.
칵테일 파티
나에게는 칵테일 파티가 항상 까다로우면서도 도전해 볼 만한 문젯거리
를 가져다 준다. 나는 사람들과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모인 시끌벅적한 자리에 가면 먼저 그 분위기에 압박
감을 느낀다. 술은 전혀 입에 대지 않고 비알코올류의 음료 역시 그다지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잔을 들고 있는 일도 드물다.
남들이 모두 잔을 들고 있는데 혼자만 빈손으로 있기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팔짱을 끼고 서 있게 되는데, 나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편
해서 그런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상대를 약간 경계하는 태도로
보일수도 있다.
이런 경우 운집한 사람 수에 압도당하는 것보다는 거기 참석한 사람 가
운데 일대일로 대화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내 전술은 먼저 자리를 잡고 나서 누군가를 골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다.
만약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이렇고 저런 일들에 골고루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런 사람이 가장 좋은 대화 상대
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대화가 내 흥미를 끄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그 사람들 틈에 끼여들어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한 가지 기억해 둘 것은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칵테일 파티에서 당신 자신을 성공적으로 내보이려면 여러 사람들
과 어울리지 않으면 안 된다. 파티는 대부분의 경우 당신과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들로 이루어진다. 이웃, 직장 동료, 같은 직장에서 일하지는 않
더라도 일하는 분야가 같은 사람 등.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 경우에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화제거리를 대여섯
가지는 가지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 어는 때나 통하는 질문
대화를 잘하는 비결은 질문을 잘하는 데에 있음을 명시하라. 내 경우는
모든 일들이 다 흥미롭다. 그래서 칵테일 파티에 참석하였을 때 내가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왜?'이다. 누가 다른 도시로 이사가기로 했다고 말하면
나는 왜냐고 묻는다. 뉴욕 메츠 팀의 팬을 만나면 왜 그 팀을 좋아하느냐
고 묻는다.
텔레비젼의 내 쇼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아마도 그 단어일
것이다. 그것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 점은 앞
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대화에 생기와 흥미를 불어
넣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화를 마무리하는 방법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진다든가,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대충 마무리하고
다른 데로 옮겨 갈 시점이라고 판단될 때에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잠
깐 실례하겠습니다. 화장실에 볼 일이.' 이렇게 말하는데 붙잡을 사람은
거의 없다. 혹 그래도 상대방이 붙든다면 조금 급하다는 표시를 하면 될
것이다. 돌아와서는 다른 대화를 시작하면 되는데, 물론 다른 사람하고 말
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근처에 아는 사람이 지나간다면, '스테이시 아냐!
여기는 빌인데, 인사 나누세요.' 하면서 빠져 나갈 수도 있다. 스테이시가
빌과 악수하는 동안에 '금방 돌아올께요, 두 분이서 잠시 이야기 나누세
요.' 하면 될 것이다. 칵테일 파티에서는 서로 바쁘기 때문에 금방 돌아오
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놀랄 리는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당신과 말하
던 사람이 죽도록 지겨운 상대라면 나중에 스테이시가 당신을 용서하지 않
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술책을 쓸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대화에서 빠져 나오는 좋은 방법의 예를 몇 가지 더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이거 정말 맛있는데요. 한 접시 더 갖다 먹어야겠어요.
2.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저기 오래 못 본 친구가 있어서 인사를 해야겠
네요.
3.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어울려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실례합
니다.
이렇게 빠져 나올 때에는 예사로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져 나가
기 전에 한참 다른 곳을 살핀다면 결국 상대방은 당신이 빠져 나가기 위해
궁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는 지나치게 사과를 할 필요도 없다. 상대방이 말하다가 숨을 돌리는
순간을 잡아서 정중하게 말하고는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사실은 단순하게 '좋은 말씀 듣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라고 말하고 돌
아서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경우가 많다. 그 사람과의 대화가 정말로 즐거
웠던 것처럼 말할 수 있으면 된다.
소규모의 저녁 식사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몇 사람이 모여 저녁 식사 하는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가 내게는 가장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느낄 것으로 생각된
다. 보통 이런 식의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서로 잘 알거나 아니면 서로
에게 공통되는 어떤 것으로 말미암아 자리를 함께 하게 된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나.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말을 하게 하기 위해
서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의 폭이 넓어진다.
그런 자리에 갔을 때 내가 즐겨 하는 일은 대화의 흐름을 이끄는 것이
다. 그렇다고 내가 혼자서 떠들어 댄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말을
적게 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화제에 관하여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
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말문을 열게 하고, 내 생각에 바람직하다고 느껴
지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그러면서도 참석자 모두가
즐거운 기분을 갖게끔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에는 거기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그 대화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자리에서
는 특히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떤 한 사
람이 술에 취했다거나, 직장에서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거나, 또는 가족
중에 누가 중병에 걸려서 전혀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에게
대화에 재미를 느끼게 할 방도는 없다. 그런 경우에 할 수 있는 일이란 될
수 있는 대로 그 사람에게는 말을 시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말을 조금
더 많이 하게 하는 것뿐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골치 아픈 문제를 잠시
잊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가벼운 화제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물론 가장
좋을 것이다.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의 경우에는 나는 합석한 사람들
이 모두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게끔 노력하는데 대개 나의 노력은 성공
을 거둔다. 대화를 조정하는 일은 내가 직업을 통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터득한 기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말하는 것이 직업이 아니라고 하더라
도 그 기술을 누구나 터득할 수는 있다. 여기에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대화를 조정하는 기술
아래에서 몇 가지 상세한 예를 들겠지만, 가장 좋은 화제거리는 '만일
---하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이렇게
물어 보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기 때문
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복잡한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
다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
소수 몇 사람의 전문 분야에 속하는 화제는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직장 이야기가 가장 전
형적인 예다.
예를 들어 여덟 사람이 모였는데, 그 중 네 명이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
고 해 보자. 한 사람이 직장 이야기를 꺼내면 금방 그 네 명은 자기네 직
장 이야기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그 회사에서
날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말하도록 유도하라.
당신의 의견만을 계속해서 말하지 말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음으로써
당신은 대화를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헨리 키신저 역시 외교관
으로 평생을 보낸 사람인데, 그가 잘하는 일이 바로 남의 의견을 물어 보
는 일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속하는 문제에 관해서도(그는 아주 여러
분야의 전문가다)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자주 말을 멈추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어 본다.
또한 그 자리에서 항상 게스트들을 양 옆으로 앉게 한다. 특히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만일 내 오른편에 앉은 사람은 말을 시키지 않아도 적극적인 반면, 왼편
에 앉은 사람이 수줍어하는 유형이라면 그 사람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하
여 특별히 노력한다. 오른편 사람이 말하는 도중이라도 왼편 사람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그럼으로써 그 사람의 생각 역시 내게 중요하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때로는 키신저의 방법도 사용한다.
즉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토
록 수줍어하던 사람도 어느새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화제를 꺼내는 것도 좋은 방법
이다. 교육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중이라면, '그러다 보니 따님이 워싱턴
고등학교에 다닌다죠? 학교에 잘 다니나요?' 하고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대화를 독점하지 말라
사교적 대화를 하면서 혼자서 너무 오래 말하는 것은 큰 실수다. 사람들
은 어느 정도까지는 당신이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다가 그 한도를 벗어나게
되면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상대방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선거
때 후보자들이 TV에 나와 토론할 때처럼 같은 양의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
이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시콜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
는 없다. 사람들은 대개 '얘기하자면 길지만 간단히' 말하겠다고 해놓고는
길게 말하는 버릇이 있다. 누가 서두에 그렇게 말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장황한 이야기를 들을 각오를 해 두는 게 좋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
면 안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간략하게 하라.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일
수록 이야기는 짤막하게 하는 것이 좋다.
말을 너무 길게 하면 듣는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려 하다가도 말을 길게 하면 인상이 나빠지고
만다. 말을 너무 많이 하는 데 따르는 대가는 신용을 잃기 쉽다는 것이다.
쇼비즈니스에서 자주 쓰는 속담을 인용하자면 '무대에서 퇴장할 때를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또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당신과 대화하
는 사람에 관하여 알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밝혀낼 필요도 없고 그 사람
들이 말하는 경험의 세세한 부분가지 시시콜콜 캐내야 할 필요도 없다. 누
구를 만나게 되었든지 단순히 짧은 시간을 같이 보낼 따름인 것이다. 만찬
이라면 길어 봐야 두 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 동안에도 당신이 계속 쉬지
않고 말해야 할 의무는 전혀 없다. 혼자 떠들 필요가 없는 것처럼 심문을
해야 할 까닭도 없다. 그 자리가 끝난 두에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시험을 보아야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반면에 정반대의 경우 역시 점수를 잃기는 마찬가지다. 말을 너무 안 하
든가 너무 짧게 한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아는 게 없어서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든지 아니면 성격이 괴팍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교적 대화에서 이런 식으로 묻는 것은 대화를 시작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대화의 맥이 잠시 끊겼을 때나 흐름을 계속 이어가는 데에도 도
움이 된다.
·북한이 UN의 핵 사찰을 계속 거부한다면 한반도에서 또 한번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까?
·결국 베리 스위처가 댈라스 카우보이즈 팀의 새 감독이 됐다지요? 그
가 부임하고도 계속해서 한 2년쯤 죽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구
단주가 감독을 또 바꿀까요?
·당신이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집을 드디어 캘리포니아에 장만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새로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그 지역이 지진대
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사하시겠어요?
이런 식의 질문에는 그 종류와 수효에 한계가 있을 수 없다. 어떤 상황
에 처해 있더라도 최근의 뉴스를 사람들의 관심 분야에 연계시키는 방법을
찾아낼 길은 늘 열려 있다.
위의 예처럼 특별한 화제거리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윤리적인 문제라든지
철학적인 문제를 가상하여 물어봄으로써 더욱 큰 효과를 얻는 경우도 있
다. 이런 질문을 할 때에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나이, 학력, 사회적
배경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모
든 사람의 관심을 끄는 질문이 언제나 최선인 것이다.
다음은 만찬 석상에서 내가 자주 꺼내는 화제거리다.
가장 친한 친구와 단 둘이 무인도로 여행을 갔는데, 사실은 그 친구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죽으면서 친구가 '은행에 10만 달러가 있어. 내가
죽거든 그 돈으로 내 아들을 의대에 좀 보내주게'하고 유언을 남기고는 세
상을 떠났다. 하지만 친구의 아들은 플레이 보이여서 의대에 갈 생각은 손
톱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다. 10만 달러가 생김은 두 달도 안돼서 다 탕진
해 버릴 것이다. 반면에 당신 아들은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 돈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예일대 총장으로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갓 입단한 스물두 살짜리
신인 야구선수에 이르는 온갖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 묻곤 했다. 그때
마다 대화는 아주 잘 이루어졌다. 각기 나름대로 의견이 있고, 대부분 서
로 다른 의견을 가졌지만 모두가 그 나름대로 타당한 의견이었다. 때로는
이 한 가지 화제로 그 자리가 파할 때까지 대확 지속된 적도 있었다.
멘사협회는 말 그대로, 새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모임이
다. 남녀 구별없이 지능이 상위 2퍼센트에 들어야 가입할 수 있다. 이 모
임의 회원들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윤리적 측면이 차지하는 부분에 관한
깊은 성찰과 토론을 장려하기 위해서 이런 종류의 질문을 다각적으로 고려
한다.
이들이 토론하는 문제 가운데 두 개의 예를 들어 보자.
막 무너져 내린 동굴 안에 네 사람이 갇혀 있다. 탈출구는 하나뿐이고
네 명 모두 그 구멍말고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어
깨 위에 올라타고 그 위에 또 한 사람이 올라탔는데, 공교롭게도 맨 위에
는 아주 뚱뚱한 사람이 올라타게 되었다. 너무 뚱뚱해서 구멍을 빠져 나오
지 못하고 중간에 걸리고 말았다. 산소가 희박해져서 밑에서 떠받치고 있
는 세 사람은 점점 숨이 막힌다. 그를 죽이고 끌어내려야 할까? 아니면 그
가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기다리는 도중에 아마도 세 사람은 질
식하고 말 것이다. 이런 경우에 한 사람이 살아야 하나. 아니면 세 사람이
살아야 하나?
어떤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유자재로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면 그는 도덕을 지켜야 할 의무감을 여전히 느낄까? 이 문제에 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을 때 나는 멘사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다수의 의견
은 그가 그때까지 지켜온 도덕을---십계명이 되었든 아니면 다른 도덕률이
되었든---을 계속해서 지킬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
람도 있었다. 한 회원은 그가 투명 인간이 되어서 기업체 사이의 상담을
엿들은 다음에 증권에 투자해서 엄청난 이득을 올릴 거라고 했다. 또 한
회원은 경마장의 기수 틈으로 숨어 들어가 온갖 비밀 정보를 엿들은 다음
에 경마에 투자해서 돈을 딸 거라고도 했다. 이와 비슷한 가능성을 인정한
사람들은 이 밖에도 여럿 있었다.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그런 힘을 얻게
되다면 그 힘을 어디에 이용하겠는가?
이런 예를 통하여 당신은 철학적으로 가상적인 질문이 어떤 것인지를 대
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그 점을 이해했다면 이제부터는 당신 나
름의 화제거리를 생각해 보라.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만이 훌륭한 화제거
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단 대화가 시작되어 사람들이 말을 하게 되면 가상적인 질문
따위는 잊는 것이 좋다. 그런 질문에 답을 구해서 어디에 써먹겠는가? 다
만 대화가 지지부진해서 잘 진행되지 않고, 따라서 그 자리가 모두에게 어
색하다면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그런 가상의 질문으로 기름을 칠 수 있
다는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어떤 가상의 질문이 대화의 촉매 역할을 못할 수도 있음
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늘 좋은 질문을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일은 일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거기 모인 사람들이 전부 수도
원에서 방금 나온 사람이어서 당신이 기껏 꺼낸 화제거리에 관해 한 번 들
어 본 적도 없을지도 모른다. 또는 당신의 질문이 상대방에게 너무나 가슴
아픈 상처를 건드려서 가벼운 화제거리로 삼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그 사
람 어머니가 진자로 동굴에 갇힌 적이 있었다면 어떻겠는가? 사교적인 대
화에서 운이 없으면 가끔 이런 종류의 우연이 겹치기도 한다). 대충 살펴
서 사태가 그런 것 같으면 그 문제를 그만 덮어 두는 것이 현명하다 가상
적 질문을 하나 던졌는데도 대화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라면, 그
것 가지고 계속 고집을 부려 봐야 대화가 이루어질 리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책은 다른 가상의 질문을 시도해 보든지 아니면
아예 전혀 다른 화제롤 옮겨 가는 것이다.
그래도 말문들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 그 정도
라면 포기해도 괜찮다. 칵테일 파티 같으면 바로 그 때가 다른 자리로 옮
겨 가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할 시점인 것이다.
주변의 물리적 환경에도 주의하라
모임을 주재하면서 그 자리를 어떤 식으로 꾸밀 것인지, 즉 식탁 위에
놓을 꽃은 어떤 색깔로 할까, 가구는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손님을 초대하여 즐거움을 줄 줄 아는 사람들은 대개 물리
적 환경의 조성에 관해서도 예술적 갖추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문제에 관한 과학을 그들이 터득하고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나 자신은 물론 화훼 전문가도 아니고 실내 장식가도 아니다. 하
지만 TV화면을 통하여 '래리 킹 라이브'가 풍기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하
여 CNN 방송국이 어떻게 세트를 꾸미는지의 예를 가지고 이에 관한 몇 가
지 점을 말할 수는 있다.
워싱턴의 세트에서 나와 게스트들을 위하여 마련된 탁자는 애틀랜타의
CNN 전속 디자이너가 고안한 것이다. 그 탁자는 안락함과 친근감을 자아내
려는 의도에서 설계되었다. 실제로 나는 그 탁자에 앉을 때 그런 기분을
느낀다. 대부분의 게스트들도 마찬가지다. 화면을 자세히 살펴본 사람이라
면 그 탁자에는 꽃이 놓여 있지 않음을 발견하였을 것이다. 워싱턴의 명소
를 담은 거창한 그림이나 사진도 붙어 있지 않다. 탁자 말고는 벽에 세계
지도 한 장이 걸려 있을 뿐이다. 이 지도는 전세계의 구석구석을 커버한다
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CNN이 추구하는 바이자 명성을 얻게
된 까닭이다.
이처럼 세트의 꾸밈새에는 시청자로 하여금 어떤 기분을 가지고 프로그
램을 대하게 할 것인지에 관한 의도가 숨어 있다. 방송국에서 의도한 대로
그 기분을 느끼는 시청자라면 채널을 딴 곳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다. 나아
가 한 번 그렇게 되면 대개는 다음날에도 그 시간에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
게 된다.
1985년 처음 방송이 나간 이래 이 세트에서 바뀐 것은 오직 한 번 그 지
도가 더욱 큰 것으로 교체된 것뿐이다. 이 역시 전세계를 커버한다는 느낌
을 보다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가끔 나는 뉴욕에서 대담을 진행할 때도 있
는데, 뉴욕에 있는 세트 역시 워싱턴의 세트와 기본적으로 똑같다. 한 가
지 차이점은 뉴욕 세트에서는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탁자와 지도, 그리고 그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점 등은 마찬가
지다.
초청 받은 게스트로서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은 이런 세트에 생소한 느낌
을 받지 않는다. 그 방에 들어왔을 때 아주 익숙한 장소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들 한다. 게스트가 여럿인 날에는 서로서로 밀착하여 앉게끔 의자
를 놓는다. 그런데 이 역시 연출에 의하여 고안된 것이다. 친근감을 상징
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탁자와 의자가 그렇게 배치된 것이고, 또한 실제
로 그러한 연출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게스트들이 서로 친근하고 또 사회
자인 나 역시 그들과 친근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공개
석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각기 개인적인 일들에 관하여 꾸밈없이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화면 밖으로 전한다. 따라서 시청자 역시 TV앞에 좀 더 바
싹 다가앉게 되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 방송국의 세트가 당신의 저녁 식사를 위한 장소가 되어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 세트디자인의 예를 당신의 경우에 적용할 수
는 있을 것이다.
첫째, 모임의 장소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황홀해야 할 필요는 없다. 손
님들로 하여금 안락한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바깥 기온이 5도라면 거기에 자리를 마련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손님들로 하여금 서로 가까이 앉도록 유도하라. 말로는 너무나 당
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잊는다. 네 사람을 초청
해 놓고 열두 명이 앉고도 남을 식탁에 앉혀서는 안 된다. 집에 있는 것이
그 식탁뿐이라면 부페식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식탁 위에는 음식을 놓아
두고 각자 음식을 덜어 거실로 들고 가서 둘러앉아 먹으면 될 것이다. 식
탁에서 드문드문 떨어져 앉는 것만큼 어색한 것도 없다.
이성과의 대화
이성과 대화하는 일은,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일 때에, 말을 꺼내기가
가장 어려운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렇다.
이성에게 말을 붙이는 방식 역시 내가 자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
의 칵테일 파티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걸 때 몇 가지 상투적인 수법
이 있었다. '당신처럼 멋진 아가씨를 이런 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
다.' 또는 '여태까지 어디에 숨었다가 이렇게 제 앞에 나타나셨나요?' 아
니면, '어디선가 뵌 적이 있었던가요?'
요즘은 그런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상투적인 수법자체를
진부하게 여기는 추세다. 아직도 그런 식으로 말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면
연극에서 건달역을 맡아 대사를 연습하고 있는 것처럼 취급받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결코 남자에게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여자들에게도 남자와
대화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은 여자들에게는 그 일
이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여자가 남자에게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아주
오랫동안 금기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차 한 잔을 나누는 자리에 합석하여 간단한 화제를 꺼내는 정도는 경우
에 따라 허용되었지만, 여자 혼자서 돌아다니면서 남자에게 맘에 든다는
암시를 주는 일이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나대는 짓'이었고 나쁘게 보기로
하면 한이 없을 정도였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그리고 이삼십대에 접어든 시절까지만 해도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또는 여자가 남자에게 전화를 하는 것조차 아주 잘못
된 일이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훌륭한 여학생 가운데 남학생에게 전화
하는 애는 없어, 전화는 남자 쪽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당시에
는 이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말로 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여학생이 남학
생한테 전화하는 일 자체가 일어나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 시절에는 처녀와 총각 사이에 행동 방식을 엄격하게 규율하는 보이지
않는 율법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성간에 옷을 선물로 주고받는 일은 스웨
터라도 금기에 속했다. 넥타이나 장갑 정도라면 허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밖의 것이라면 속마음을 표출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책이나 지갑 정도의 선물이 최고의 친근감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해변이
되었든 다른 어는 곳이 되었든 처녀 총각이 하루 이상 걸리는 여행을 같이
하는 일이란 있을 수도 없었다. 이른바 '만나는 사람'끼리도 그럴 수는 없
었다. 더구나 이 불문율 가운데에는 '남자에게 전화해서는 안 돼, 전화는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날 이 모든 터부들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남자가 여자하고 통화하
고 싶은 경우에 상대가 부재중이라고 해서 이쪽에서 계속 전화를 걸어 보
아야 할 의무는 이제 없다. 메시지만 전해진다면 여자 쪽에서 언제든 응답
전화를 걸어 올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사무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 안, 남이 옆에 있든지 없든
지 여자가 남자에게 전화하는 일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
라, 사귀어 볼 만한 남자를 발견했다면 언제든지 여자가 먼저 말을 걸 수
도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이성과의 대화를 시작할 때 느끼는 어려움이 이
제는 남자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수반된다.
아더 고드프리가 말했듯이 '너 자신을 꾸미려 하지 말라'는 충고가 어느
다른 경우보다 바로 이 경우에 가장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
을 처음 만날 때, 그리고 그 사람과 알고 지내기를 원할 때, 어떻게 말해
야 하는지에 관한 내 충고는 단지 '솔직하라'는 것뿐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솔직한 것인가? 내 경우의 예를 들자면, '처음 만난
여성과 대화를 이끌어 가는 솜씨가 제게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은 제
가 가장 잘 못하는 일에 속합니다. 하지만 당신하고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
고 싶군요. 저는 래리 킹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하다.
그녀가 이에 대해 대답해 오면 그로써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아무 반응
도 없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왜냐하면 반응이 없다는 사실이 곧 그녀하
고는 어떻게 해도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점을 말해 주고 있기 때
문이다.
또는 다음과 같이 시험해 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몇 사람이 모여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처음 만난 여성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면 이
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걸때는 어떻게 하라는 특별한 요청같은 것이 요
새는 없는 것 같아요. 옛날에 상투적으로 쓰이던 표현들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지만 그 가운데 어느 것도 현대에는 맞지 않는 군요. 내가 당신하고
이야기를 하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솔직하게 시작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즉, 다른
사람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에 관하여 감을 잡을 수 있게 되며 따라서 대
화 도중에 그 대화를 계속해 나아갈지 말지를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
다. 이런 감을 잡기 위해서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꺼내 물어보면
될 것이다.
'요새 보면 메넨데즈 사건의 재판에 관해서 다들 한 마디씩 의견이 있었
던 데 그 재판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까 차 타고 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듣자니 오늘 또 증권이 58포인트나
떨어졌다고 해요.1987년 10월 같은 일이 한번 더 일어나는 거 아닌지 모르
겠어요.'
이런 동류의 질문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당신 자신을 소개한 다음
에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가기 위한 하는 동시에 상대방이 세상 돌아가는
일 중에서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그 부분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잴 수 있게 해 준다.
위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이렇게 응답ㅎ다고 하자.
'그 재판의 판결이 그렇게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로부터 당신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눈치챌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
에 대해 그 사람이 대충은 알고 있고 그 사람은 대화에서 남의 말을 알아
들을 줄 알며 그리고 어쩌면 두사람 사이에 무언가 공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사람이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는데요'라고
대답한다면 이 대답은 정반대의 일들을 말해 준다. 이쯤 되면 당신하고 주
파수가 맞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또 한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여성에게 당신이 증권시장에 관하여 물어보
았더니 그 여인이 '아 맞아요. 오늘 월 스트리트 저널에 그에 관한 기사가
났던데요'하면서 대답해 온다면 당신 두시람 사이에는 뭔가 실마리가 풀린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이 '그런 일에는 관심 없어요. 지겹잖아요?' 라면 아
마도 그 여자는 당신 역시 지겨운 사람으로 여기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물
론 당신 쪽에서 결국 그 여자를 지겹게 생각할 가능성 역시 매우짙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특히 이성과 처음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에 관하
여 내가 해 줄 수 있는 충고는 가능한 한 빨리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여러 측면에서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당신에게 관심 있는 분야로 상대
방을 끌고 간 뒤에 당신의 평소 스타일 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라. 당신 자
신이 재치있는 농담을 좋아한다면 저쪽 역시 그런지 안 그런지를 살펴보
라. 당신이 만약 진지한 대화를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상대편 남성도 그런
지를 살펴라. 당신이 만일 스포츠나 정치 또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상대는
어떤지를 눈여겨 보라.
당신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에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예의를 다 하면서 대화를 관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
을 찾아보라.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당신이 훨씬 재미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한 사람쯤은 있게 마련이다.
가족모임. 결혼식에서 장례식까지
결혼식 및 성인식(내가 자랄 때 와는 달리 요즘은 총각뿐만 아니라 처녀
들의 성인식도 마련된다) 또는 생일파티나 연말연시에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 등, 가족 모임은 대게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다. 거기 모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를 잘안다.그리고 결혼식 같은
경우에 한도 끝도 없이 찍어대는 사진 찍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만
뺀다면 그런 행사들은 대부분 행복하게 맘을 놓을 수 있는 자리다.
이런 식의 자리에서는 비록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게 되더라도 그 자
리에 걸맞는 화제거리가 얼마든지 있다.
'신부를 아세요? 신부는 저하고 오랜 친구인데 신랑은 오늘 처음 보네
요. 신부가 아주 예쁘죠? 신부 가족도 화목한 것 같고요.'
신랑이나 신부만 가지고도 삼십분 정도는 이야기 할 거리가 있을 것이
다.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사람 역시 신랑이나 신부에 관해서는 아
는 것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당신이 반 시간, 상대방이
반 시간, 합해서 한시간은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 신혼여행은 어디로 간데요?'
그들이 신혼여행 가는 곳에 당신 또는 상대방이 가 본적이 있다면 그곳
에 관해서도 도 반시간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장례식의 경우라면 이보다 훨씬 까다로운 게 당연하다. 나한테는 장례식
이 사교적 대화를 나누기에 가장 까다로운 장소 중에 하나다. 상가에 가서
상주측 사람과 말할 때 내가 지키는 원칙 하나가 있다. 그것은 하나마나
할 정도로 뻔한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심이 얼마나 크실지 저로서도 짐작할 만 합니다.'와 같은
표현이다. 이는 상가에서 흔히 듣는 표현이지만 나는 이런 식의 표현을 쓰
지 않는다.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고인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연사 한 경우라면 그것은 우리모두가
몇번씩 겪는 일이다. 열 두 살을 넘은 사람이라면 실제로 가족 가운데 적
어도 한 두사람을 그런 식으로 잃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상심이
얼마나 큰지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상주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다.그
사람 역시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고인이 사고 재난 등 어떤 종류가 되었던지 충격적인 일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라면 그 가족들의 상심이 얼마나 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통 사람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 참 비극입니다.' 라든가 '상심이 크겠습니다.'따위의 표현 역시
마치 상을 당한 가족이 겪는 슬픔의 크기를 당신이 잴 수 있다는 의미를
띄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어떻게 그 크기를 잴 수 있다는 말 인
가?
같이 비통해 하는 척 하기 보다는 당신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 지를 말하
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상가에 가면 고인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함으로써 애도를 대신한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존이 문병을
왔었어요. 비가 억술 쏟아지는 금요일 밤이었는데 그는 당시 뉴욕에 살고
있었어요. 주말을 맞아 집에 왔다가 내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바로 병원으
로 온 거지요.'
만일 그 가족과 상당히 잘 아는 사이라면 무언가 재미있는 추억을 얘기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내가 당한 장난 중에 가장 심한 장난을 프리츠가 하지 않았겠어요?'
상가야 말로 가벼운 이야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자리인 만큼 이런 이야기
는 그 장소에 잘 어울린다. 그것은 고인과 당신 사이에 개인적으로 있었던
추억이고 고인이 생전에 가족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을 확률이 낮은
이상 그들에게 흥미있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만일 당신이 고인을 개인적으로 잘 몰랐다고 하면 그 사람이 생전에 이
룩한 업적에 관하여 짧게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자기 분야에서 얼
마나 존경을 받았는지 그가 얼마나 가족을 생각했는지 이웃들과는 얼마나
잘 지냈는지 등등. 이런 경우에 할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내기 위해 상
담소를 찾아갈 필요는 없다. 당신 자신이 문상객을 받아야할 처지가 되었
을 때 어떤 말을 듣고 싶을 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된다. 간략하게 말하
는 것이 대개의 경우에는 최선이다. 노골적으로 밝히자면 이런 자리에서
상주 가족들은 당신이 말을 얼마나 잘 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단순히'안됐습니다. 두고두고 고인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라고 진정
어린 어조로 말하는 것이 충분할 수가 있다.
장례식에서 조사를 하는 경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 된다고 본다. 나 자
신이 조사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경험을 예로 들 수는 있을 것
이다.
1993년 11월에 내 친구이자 매니저 였던 봅 울프가 갑자기 죽었다. 봅과
거래한 사람은 누구든지 그의 친구가 될 수박에 없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봅에게는 재능이 많은 딸, 스테이시 울프가 있었
다.봅과 스테이시는 수년 동안 내 개인 변호사 일을 맡아 수고해 주고 있
던 참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성실했고(누구나 봅에 관하려 말 할 때는 이
점을 가장 먼저 든다.) 상대를 존중 했으며 주어진 일을 성공리에 마쳤고
예의가 몸에 뱄을 뿐만 아니라 유머감각도 훌륭했다. 그들이 매니저를 맡
았던 고객 중에는 래리 버드,칼야스트램스키,진 샐리트, 피트 악스템 같은
사람들이 있는 데 이 모든 사람들의 일들을 그는 똑같이 성실하게 처리했
었다.
그런 만큼 어느 가을날 오후 그가 를로리다에서 영면하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접하였을 때 그 누구도 도저히 밑을 수가 없었다. 워싱턴에서 내
예순 번째 생일 파티에 와서 사회를 맡았던 것이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
았던 것이다.
스테이시는 자기 아버지 장례식에서 다섯명이 조사를 하도록 하면서 그
중 하나를 내게 맡아 달라고 하였다. 이 요청을 받으면서 나는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게 생각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힌 마음도 들었다. 영광은
다섯명 중 한 명으로 선택되었기 때문이고 불안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조금만 벗어난 주제를 애기한다던지 주제는 제대로
되었더라도 말하는 방식이 조금이라도 잘 못 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었다.생각 끝에, 어려울 때마다 그래 왔듯이, 내 본능에 맡기기로
하였다. 그리고 본능이 이 경우에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라고 말해 주었다.
다섯명 가운데 나는 맨 마지막에 말하기로 되어 있었다. 나에 앞서서 말
한 네 명은 모두 훌륭한 조사를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봅의 랍비가 행한
조사가 가장 훌륭했다. 그 다음은 내 차례였다. 그것은 평생에 사람들 앞
에 서서 말한 연설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었다.
사실은 내가 그때 연설을 행했다고 할 수조차 없다. 나는 다만 내 자신
이 겪고 있는 슬픔을 같이 느끼고 잇는 사람들 앞에 나가 서로 공유하는
감정과 추억을 나누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람들 앞에 나가 내 친구가 누워 잠든 관 옆에 서서 관 뚜껑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내게 떠오른 생각은 스테이시 및 그 가족, 그리고 거기있는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도 그러리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을 꺼냈다.
'봅의 고객들 가운데에는 래리가 두 사람 있는데 래리 버드가 그 하나이
고 나머지 한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만약 래리 버드하고 제가 동시에 그
를 사무실로 찾아 갔다면 그는 누구를 먼저 응대할지 맞춰 보십시오.'
이 말로 인하여 사람들은 그날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들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내 말이 유머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가벼운 이
야기로 인하여 그들이 처음으로 긴장된 마음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웃음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봅은 언제나 웃는 사람이었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아주 즐
거워 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이어갔다.
'여러분이 다 아시다시피 봅은 사진찍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는 항상 무
언가를 찰칵찰칵 직곤 했지요. 멜 브룩의 영화에서 2천년전의 세계에서 온
사람은 액체 프렐과 사란 섬유 포장지를 보고 그것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
대한 발명품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봅 한테 물어보면 24시간 안에 사진을
현상하는 기술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청중들은 다시 한번 편안함을 느꼈다. 나는 내 본능이 들어맞고 있음을
느꼈고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역시 내가 말하는 방식이 봅에 관한 추억
을 이야기하기에 걸맞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장례식과 같이 까다로운
자리에 가게 되면 본능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을 해 주고 싶다.
본능은 말할 것이 무엇이고 '안 될'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재주를 가
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어떤 특별한 추억이나 또는 고인의 말 가운데
어떤 것을 듣고 싶어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면 그 느낌은 대게 옳다.
마찬가지로 어떤 말이 입까지 튀어 나왔는데 어쩌면 그 말이 오해를 불
러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본능이 뒤통수를 잡아당기면 그런 말은 그냥 삼켜
버리는 것이 좋다.
봅의 장례식에서 앞에 나가 말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다른 연사
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날 조사를 행한 우
리 다섯은 모두 같은 이유에서 그 자리에 섰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해야 할
일이었고 우리 곁을 떠나간 친구에게 예의를 표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애초에 장례식이 거행되는 것이다. 즐기기 위해서 장례
식에 가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한 가지 이유, 즉 그 사람을 사랑하였고
또 그것이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는 것이다.봅의 장례식에 참석
한 사람들 가운데 래리킹의 연설을 들으려고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는 그것이 봅의 장례식이기 때문에 거기 온 것이고 거기 와서
봅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행여 당신에게 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찾아 올 때를 위하
여 내가 해 줄 수 잇는 조언이다. 당신 말을 들으러 온 사람은 아무도 없
음을 명심하라. 당신이 거기에 참석하게 된 이유와 똑같은 이유로그들 역
시 거기에 온 것이다.
자기들이 사랑했던 사람의 장례를 애도하고 고인의 삶에 대한 추억을 서
로 나누기 위한 것이 전부이다. 고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족의 슬픔에 대한 공감 역시 중요하다. 말을 짧게
하는 것이 좋고 한 두마디의 유머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유명 인사를 만날 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유명인사를 만났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역시 골치 아픈 문제다. 유명인사는 개인적으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
이 하나도 없을 수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명성으로 말미암아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은 주눅들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 주의 하지 않으면 당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
신을 스스로 난처한 입장에 빠뜨리고 마는 경우가 있다. 영화 배우,TV탤런
트, 운동선수 등에게 팬들이 찾아와서 하는 말 가운데 어떤 것들이 그런
류에 속하는지 예를 몇 가지 들어 보겠다.
인기인들이 늘상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어린 꼬마 시절부터 나는 당신의
팬이었어요.'하는 말이다. 운동선수들은 이런 말을 너무 자주 들어서 동료
끼리 놀려 먹을 때 이 말을 써 먹는다.'내 어릴 적에 아버지를 따라 당신
경기 모습을 자주 구경하러 갔었어.' 그런 뜻으로 했던지 아니던지 간에
이런 말은 상대방이 늙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나도 어쩌면 메이저 리그 선수(또는 영화 배우 아니면 소설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말도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하지만 그들 유
명인사의 업적이 별개 아니라는 뜻이 되고 만다. 마치 그 정도야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쇼에 초청된 게스트들 가운데는 모든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망라되어
있다. 그들과 오랫동안 대담해 온 경험에서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사실
은 그들 역시 당신이나 나와 마찬가지로 그냥 보통 대화를 가장 좋아한다
는 것이다. 나는 그들과 대화를 시작할 때 유명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
니라 그냥 보통 사람들과 대화하듯 말한다.
그들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우리와 특별히 다를 것이
라고 미리 전제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들 역시 우리와 비슷한 감정을 가졌
으리라는 데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접근 했을 때 결과는
대게 성공으로 이어진다. 내가 그렇게 접근 했을 때 대부분의 유명인사들
은 대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는다.
유명 인사와 대화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하나 있다. 그 사람들은
자기 직업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선입견이다. 사실 영화계와 스포츠
계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리하고 학벌도 높고 아는 것도 많다.
그들은 또한 아주 다양한 활동영역과 사고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그들의 활동범위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천편일률적
으로 영화나 스포츠에 관한 질문만 한다.
그들이 자신의 직업 이외에 어떤 일에 과외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당신이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래서 그 일에 관해 물어 본다면 그들
은 자신의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 할 때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우디 알렌에게 뉴욕 닉스 농구팀에 관하여 물어보라. 또는
폴 뉴먼에게 아동 구호 활동에 관하여 물어보라.
만일 유명인사를 만났다고 해서 겁을 집어 먹게 된다면 그것은 곧 재난
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2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시기에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시골의 한
작은 읍에서 전쟁 채권 판매 캠페인이 벌어졌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였던 월터 피존(Walter Pidgeon)이 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읍장인 배우를 소개하였다.
'영광씨, 이것은 진짜 비둘기입니다.'
















말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8가지
대부분의 경우 성공하는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다.역으로 말 잘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사실 역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당신이 말 잘 하
는 능력을 개발 할 수 있다면- 이 능력은 개발이 가능하다.-당신 역시 성
공하게 될 것이다.만일 당신이 스스로 이미 성공했다고 여기고 있다 할 지
라도 말을 더 잘 하게 된다면 더 성공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면 서도 성공한 사람은 없느냐고?
나로서는 그런 사람을 한 명도 생각해 내지 못 하겠다.물론 성공한 사람
들 개개인은 때에 따라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다.어떤이는
사석에서 말을 잘 못 한다든지 또는 대중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각기 그 나름대로 장기로
삼는 상환에서 성공을 달성하거나 심지어 훌륭하다는 평을 듣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은 말을 잘 한다는 점이다.
해리 트루먼을 두고 훌륭한 연설가라고 일컫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하지
만 그를 훌륭한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그 까닭 중 하나는 그가
정치적 흥정을 벌이는 자리에선 말을 잘 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청중을
매료시키는 연설가는 아니었지만 분명하게 전달해야 할 의사가 있을 때에
는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줄 알았다. 거창한 수사에 능하지는 않
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평이하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표현하는
데에는 그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았던 것이다.대통령의 책임에 대해 한마디
로 요약하는데에 대해 트루먼 보다 간결하고 분명하게 요약한 사람은 없
다.
'내 말이 논쟁의 끝이다.'(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이 사실 하나로 그의 언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트루먼과 마찬가지로 린든 존슨 역시 말을 잘 한다는 평을 듣지는 못했
다.하지만 상원의 착의실에서 예복을 걸치는 동안에 나누는 대화는 어느
누구도 그보다 잘하지 못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 두사람과는 정 반대의 이유로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 군중 앞에 서서 하는 연설에 관한 한 그는 놀라운 재능을 구사하
였다. 무대에 서서 마이크에 대고 하는 말로써 그는 전국민을 감동시킬 만
큼 놀라운 연설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대중 연설에 관해서는 이 책의 뒷부분에서 좀 더 다루기로 하겠다. 대부
분의 사람들에게는 대중연설 보다는 일상적인 대화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할 것이다. 사교적 모임을 갖든 사업상의 상담을 하든
매일 하는 대회만 하더라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내기 지금까지 방송에
서 또는 방송 밖에서 만난 사람들을 쭈욱 돌이켜보면 그들 가운데 말 잘하
는 사람들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찾아 낼 수 잇다.
말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8가지
1)그들은 모든 일을 새로운 시각에서 살필 줄 안다. 아주 익숙한 일 일
수록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에서 바라본다.
2)그들은 넓은 시야를 가졌다. 자기자신의 일상생활을 벗어난 영역과 관
심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3)그들은 열의를 가지고 대화에 임한다.자신들이 살아가면서 하는 일에
열정을 갖는 동시에 남이 하는 이야기에도 관심을 보인다.
4)언제나 자기 자신에 관해서만 말하려 들지 않는다.
5)그들은 호기심이 많다. 왜 그러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당신이 그들
에게 말 할 때면 그들은 당신이 하는 이야기에 관하여 좀더 알고 싶어한
다.
6)그들은 상대방의 형편에서 상대를 이해한다. 당신의 형편에 서서 당신
이 하는 말과 직접 연관을 맺어 보려 노력한다.
7)그들에게는 유머 감각이 잇다. 그들은 자기자신에 관한 농담도 꺼리질
않는다.사실은 말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잘 하
는 것이다.
8)그들은 각기 말하는 데에 자기 나름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 1,사물을 새로운 시각에서 들여다보기
이것은 아마도 말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공통점일
것이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그 좋은 예이다.프랭크를 만찬에 초대하면은
언제나 그 자리가 빛난다. 그가 흥미를 보이지 않는 일은 없다. 나아가 일
단 그가 자신의 직업에 관하여 입을 열면 모든 사람이 매료되고 만다. 자
기가 얼마나 대단한 스타인지에 관해서 말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이야
기는 아예 입에 담지도 않는다.
그가 매혹적인 까닭은 음악에 대한 그의 깊은 지식 때문이다.자기가 하
는 일에 관해서 항상 깊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
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자주자주 내놓고는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어빙 벌린을 위해서 가까운 사람 몇이 마
련한 만찬이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는데 나는 마침 프랭크 바로 옆에 앉게
되었다.식사가 끝나고 벌린의 명곡 가운데 하나인 '리멤버'를 불러 달라고
사람들이 그에게 청하였다.우리나이 이상인 사람들의 기억에 그 노래는 부
드럽고 아련한 사랑노래, 애인한테 바치는 낭만적 선믈이라는 인상으로 남
아 있다.
이런 나에게 프랭크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그는 말하기에
관해서 늘 이렇게 말했다.
' 그 노래라면 내가 수 없이 불렀지. 그때마다 나는 부드러운 발라드 풍
으로 불렀는 데 오늘밤에는 조금 다르게 불러 봐야 겠어. 왜 그런지 알아?
그 노래는 사실 아주 가슴 쓰린 노래야'
그 말을 듣고 내가 잠시 그 노래를 생각하고 있는데 프랭크가 노랫말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 날밤 기억나?
네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그날 밤 말이야
기억나?
네 맹세 기억나?
하늘의 뭇별 들에 대고 네가 한 맹세 말이야.
기억나?
그리고 프랭크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친구는 지금 화가 나 있는 거야.그러니까 오늘밤에는 이 노래를 조
금 다르게 불러 볼게. 그런 기분을 조금 넣어서.'
그는 실제로 이렇게 했다. 노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래를 해석하는 데
에도 천재적임을 그는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이 시나트라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 -이 경우에는 흘
러간 노래-에 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만찬석상의 대화에 윤
기를 더해 주었다. 그날 그는 모두가 아는 노래에 대하여 아무도 생각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그 이후 나는 그 노래를 듣게 될 적마다
새로운 기분으로 감상하게 됐다. 프랭크가 한 말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
리고 바로 그의 그런 점이 훌륭한 대화꾼의 자질이다.
공통점 2. 시야를 넓혀라.
뉴욕 주지사 마리오 쿠오모의 경우 저녁을 같이 먹기에 더 없이 좋은 사
람이다.그런데 그 아들 앤드류 역시 곁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쿠오모
한테 직접 물어보라. 그러면 그는 내 말이 맞다고 시인 하는데 그치지 않
고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해 줄 것이다.
앤드류 쿠오모는 지금 30 대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주택 및 도시 개발을 담
당하는 서기관보로 일하고 있다. 그는 촉망 받는 변호사로써 사무소를 개
업하고 많은 경력을 쌓아 나가던 중 그 일을 그만 두었다. 그 후 워싱턴으
로 옮긴 뒤 행정부에 참여하여 공공 정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원
만한 인품에다가 아주 세련된 인물이다. 데일 카네기에게 그 사람의 인물
평을 하라고 한다면'스스로 관심을 끄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관
심을 갖는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다.
최근에 나는 쿠오모 주지사와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앤드류를 볼 때마
다 아주 원만한 젊은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해 주었다. 워싱턴에서 지
내면서 아주 우연히 마주칠 적마다 아주 재미있는 대화를 주고 받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쿠오모 주지사는 거기에는 까닭이 있다고 했다.우리 대부
분이 받지 못하는 행운 하나를 앤드류는 받았고 앤드류 측에서도 이 행운
을 지나쳐 버리지 않고 거기서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이다.
쿠오모 주지사가 말하는 행운이란, '앤드류의 양쪽 조부모 네분 모두가 그
애가 서른 살 때까지 생존 하셨답니다. 그 가운데 두분은 지금도 살아 계
시지요.'
그 아버지의 설명에 따르면 앤드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대할 때 언제
나 친절하고 사려깊게 행동했다고 한다.조부모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그리하여 그들의 인생에서 우러나온 이야
기들을 자세히 듣고 배웠다.네 노인들은 20세기초 이탈리아의 두 지방에서
태어났다. 당시에는 전기도 없고 라디오도 없고 사람들의 여행수단이라고
는 말과 마차가 고작이었다.
오래전에 퇴치되어 지금은 이미 문제도 되지 않는 병으로 말미암아 당시
에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죽어갔다.당시 사람들에게는 학교에 가서 처음
받아온 성적표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고 마을 밖에서 들려오는 소
식은 입에서 입을 통하여 전해질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앤드류 쿠오모가 옛날 시골 생활들에 대하여 어떠했는지에 관하여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대한 화제거리가 충분해서 만찬석을 빛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그 노인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서 앤드류가 자랐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가 남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안
다는 것이다.그 결과 그는 광범위한 지식에 관하여 지식을 주워 담을 수가
있었고 그 때문에 그는 어떤 화제에도 응할 수 잇는 박식한 대화꾼이 될
수 있었다. 아울러 남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
지 그를 만나서는 즐겁게 말할 수가 있었다.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이 설명을 들었을 때 나에게는 무언가 생각나는 바
가 있었다.여행을 통하여 시야를 넓힐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호
기심을 가지고 경청할 수만 있다면 집 마당을 벗어나지 않고도 시야를 넓
힐 수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없는 사람은 없다. 앤드
류의 조부모처럼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80
세,90세,심지어는 100세 넘게까지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리 희귀하지만은 않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에게서 들은
이야기, 배운 지식, 받은 인상들이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 마
음의 깊은곳에 스며들어 있을 지도 모른다.
내 경우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 혼자서 생계를 맡아야 했다.우
리를 먹이고 입히고 ,브루클린의 벤슨 허스트 구역에 있었던 작은 아파트
집세를 내기 위해서 어머니는 돈을 긁어 모아야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우리 형제를 보살필 만한 한 할머니를 고용하였다.그
할머니는 그 때 여든살도 훨씬 넘어 보였다. 그 할머니의 아버지는 남북
전쟁때 북군의 병사 였다고 한다. 그녀는 어릴 때 에이브러햄 링컨을 진짜
로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나는 어릴 때 그런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브루클린에서 보낸 내 어린 시절은 미국 역사의
이면에 자리한 한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창무에 해당했다고 할 수 잇다.
당신의 경우에도 집안의 노인과 같이 지내던 시절에 얻은 비슷한 종류의
지식이 있을 것이다.
그런 지식을 대화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의료보험 ,
조부모, 학창시절,마차, 남북 전쟁 등등 화제가 무엇이든지 나이 든 사람
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지식과 연관될 수 없는 일이 오히려 드물 것이다.
이 사례의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즉 조부모 또는 다른 노인들과 같이
지내던 시절을 기억해 보라. 그러한 기억--그리고 당신과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하는 말 모두--을 통하여 당신은 화제거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잇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가 있는 것이다.
공통점 3. 열의
내가 생각하기에 나 자신이 방송계에서 이 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청중에게 내가 내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가식으로는 결코 그렇게 표현되지 않는다. 가식으로는 결코 그렇게 표현되
지 않는다. 그런 인상을 주려고 애써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결코 그런 인상
을 심어 줄 수가 없다.
그런 경우 청중은 당신이 즐기면서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워하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당신이 노력하고 있음을 금방 눈치채게 될 것이다. 당
신이 진실로 그들과의 대화를 즐기고 그리하여 그 열의를 청중에게 전달
할 수 있을 때 성공을 향한 당신의 확률은 높아 진다. 클린턴 대통령으로
부터 토미 라소다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의 경력에서 나는 이것이 사실임
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팀의 감독인 토미 라소다는 1981년에 내가 진행하
는 라디오 쇼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 때 다저스 팀은 내셔널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휴스턴과 겨루고 있었는데 라소다가 출연 하기로 예정된 날 저
녁 경기에서 휴스턴에게 박살이 났다.하지만 그가 라디오에 출연하여 한
말만 들은 사람들은 라소다가 그날 경기에서 졌다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
이다. 그만큼 그는 활발하고 열의 있는 태도로 대담에 임하였다. 어떻게
해서 지고도 극렇게 생기에 넘칠 수 있느냐고 내가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내 인생에서 최고로 좋은 날은 내가 승리한 팀을 감독할 때 입니다. 진
팀을 감독하는 것은 두 번째로 좋은 날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의 취임 1주년 기념일 날 나와 대담을 하였는데 그
역시 대통령이라는직업에 관하여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다.
빌 클린턴과 토미 라소다는 두 사람 다 언제든지 내 쇼에 초청하고픈 사
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다 훌
륭한 대화꾼이다. 그들은 자기의 직업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잇고 말하는
가운데 그 열의를 상대방에게 전달해 준다. 그 열의.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그
들은 대화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토미 라소다만큼 직업에 대하여
열의를 가지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당신 역시 그럴 수 있기를 바라지만 모든 사람이 다 라소다
만큼 운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업만이 열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직업이 아니라면 다른 어떤 것에 대하여 당신이 열의를 가지는 지를 생각
하여 찾아보라.
당신의 자녀, 취미, 당신과 연결 된 자선 단체, 어쩌면 최근에 읽은 책
일 수도 있다.그런것들을 당신 혼자만의 세계에 감추지 않고 대화를 통하
여 풀어 놓음으로써 당신의 열의를 보여라.
당신에게 열의를 불러일으키는 주제를 꺼내어 듣는 이로 하여금 왜 그것
을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는지를 설명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의 말은
상대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다.
공통점 4. 당신 자신의 이야기만 하게 되면 금방 지루해 진다.
대화에서 당신이 맡아야 할 한 쪽 실마리를 붙들고 나가기 위해서는 당
신 자신에 관하여 무언가는 말해 주어야 한다. 상대방 역시 당신 신상에
관하여 조금은 물어 올 것이고 그 대답은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야
기를 너무 길게 해서는 안된다. 그 대신에 대화의 기회를 바꾸어 상대방에
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당신은 어떻습니까? 어디서 일하세요?'하는
식으로 묻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는 사람은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들
이 남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시야가 넓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호
기심을 가짐으로써 그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새로 배울 수 있게 된다.
공통점 5.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우리의 느낌을 같이 느껴줄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대화 상대이다.
우리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새 직장을 구했다고 할 때
상대방이 '그래?'하고 마는 것보다는 '와, 잘됐구나!'라고 해 주기를 바란
다. 따라서 대화에서 당신이 듣는 입장이 되었을 때도 그와 같이 하라.
TV에서 자주 보는 사회자 한 사람을 예로 들면 오프라 윈프리가 그런 사
람이다. 그녀는 자기쇼에 출연한 게스트와 느낌을 같이 함으로써 나아가
시청자와의 사이에서도 강한 교감을 만들어 낸다.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
램을 보고 있노라면 게스트들의 말에 그녀가 얼마나 몰입하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그녀가 게스트의 입장에서 그들의 말을 듣기 때문에 게스트 또
한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데에 거리낌이 없게 된다. 이 역시 말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질이다.
TV토크쇼의 사회자 가운데 최고봉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그런 사람들을 일컫기 위해서 내가 특별하게 생각해 낸 말이
있다.'교감인'
당신에게 뇌종양--또는 단순히 수두에 불과하더라도--이 있다는 말을 들
으면 그들은 그 문제가 자기 문제인양 걱정하고 당신에게 의지가 되어 주
려고 애쓴다. 화면을 통해 그 모든 것을 보고 있는 시청자 역시 금장 그러
한 교감을 전달받게 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날마다 CNN을 통해 방영
되는 '소냐 라이브'의 진행자 소냐 프리드맨 역시 그러한 교감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도 한 사람의 예를 들면 딕 카베트이다.그는 매우 훌륭한 지성과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그는 게스트의 말 뿐만 아니라 실제 느낌에도
깊은 주의를 기울인다. 그가 단순히 말초적 감정을 끌어 내려하는 것이 아
니라 좀 더 깊은 부분을 건드리려 한다는 점은 그의 태도에서 분명히 드러
나고 있다.
공통점 6.유머 감각
유머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란 없지만 특히 대화에서 유머는 중요하다.
유머는 종종 대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내가 연설을 해
야 하는 경우에 반드시 지키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심각한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대화에 관해서도 그대로 적용
된다. 어쩌면 연설보다 대화에서 유머가 더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
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억지로 해서는 유머가 될 수 없다. 유머에 능하
고 남을 잘 웃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모두가 이 점을 터득하고 있다. 그
래서 그들은 결코 유머를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이 점에 관한 한 가장 좋
은 예는 봅 호프다.
봅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보면 그는 결코 남을 웃기려고 애쓰는 법이 없
다. 물론 그는 남을 지루하게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숙한 것과는 거리
가 먼 사람이다. 하지만 만찬석상에서 구식 희극에나 나오는 독백을 연기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 정도는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무
대,TV,또는 영화에서 그가 얼마나 사람들을 잘 웃기는 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욱이 봅 호프라는 인물을 단순히 한 사람의 코미디언 또는 연예인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은 그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
써 이 세상의 많은 일들에 관하여 관심을 갖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들을 위하여 공연할 만큼 강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
기도 하다.
이 모든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통하여 그는 항상 풍부한 화제거리를 가
지고 있다. 따라서 그가 재치있는 말 한마디로써 좌중을 배꼽잡게 하지 않
더라도 여전히 그는 대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대화 상대다.
알 파치노가 가지고 있는 유머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는 미
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성격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화면 밖에서는 아
주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는 뉴욕식으로 재미있다. 그는 모든 일에 뉴욕
식으로 반응 한다. 뉴욕이란 도시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 자체가 위험과 불
안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않는다. 그냥 어깨를
한번 끌어 올렸다 내리는 정도로 거의 모든일이 넘어간다. 알 파치노의 스
타일이 바로 그렇다.
1994년 1월 대지진이 일어난 지 채 몇 시간이 되지 않았을 때인데 나와
파치노는 월터 크롱카이트,펠레 그리고 다른 몇 사람과 같이 로스엔젤레스
의 비버리 윌셔 호텔 로비에 있었다. 그 전날 밤에 어느 케이블 TV에서 방
송국의 시상식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행사 참석차 우리는 로스엔젤레스
를 방문중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우리 대부분은 지진이 일어났을 때 각기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지 않
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파치노가 어깨를 한 번 추스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야 뉴욕 출신 아닙니까? 어디에 폭탄이라도 한 방 터진 줄 알았어
요.'
농담처럼 태연하게 말은 했지만 분명 농담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두 한바탕 웃었던 것이다.
죠지번즈는 또 다른 경우다. 죠지는 사석에서 볼 때나 TV를 통해서 볼
때나 항상 똑같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은 언제 어디서나 남을 웃게 만든
다. 그에게는 자기가 평생 개발해 모아온 개그를 TV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파티에서 화제가 의료보험 문제로 흘러 갔다고 하자. 좌중이
심각해져서 보험자와 피보험자간의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같은 보
건 정책 사항들을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이제 곧 100세를 바라보는
죠지 번즈에게 요즈음 의사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옆 사람들이야 진지하거나 말거나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웃기는 대답이 나
올 것이다.
'나는 하루에 시가를 열대 피우지. 그리고 날마다 점심때 마티니를 더블
로 두 잔, 그리고 저녁때 다시 두 잔 더 마시지.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들
하고 어울려 노는 것을 나는 좋아하지. 내가 이러는 것을 보고 의사들이
뭐라고 하더냐고 사람들이 맨날 묻는 단 말이야.'
그리고 나서 그는 좌중을 한번 둘러본다. 그 다음에는 마치 엄연한 사실
을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로 '그런데 내 주치의는 10년전에 죽었단 말이
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죠지번즈가 죠지번즈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가 번번히 써먹
는 개그를 또 써먹었다고 해서 지루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항
상 쓰는 개그가 바로 그 자신이며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루해 하기는커녕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로부터 매력을 느낀다.
그의 개그가 항상 통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가 억지
로 끼워 맞추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의사에 관해 이관해 이야기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의사에 관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그의 개그 한
가운데는 '이봐! 그 말은 내가 자주 써 먹는 건데 누가 자네한테 말해 줬
지?'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의사에 관한 대화 도중에 그가 그 말을 했다
면 사람들은 지겨워 했을 것이다. 그는 결코 그런 식으로 억지 애를 쓰지
는 않는다. 대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유머를 행하면서 명심해야 할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당신이 어떤 스타일
의 유머를 가지고 있든지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도록 하라. 전문
코미디언들은 누구나 타이밍이 유머의 전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 마
디 웃기는 말을 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일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유
머의 정반대인 것이다.
사무실에서 낮에 배꼽 잡는 유머를 하나 들었다 해고 그 말을 하기 위해
서 대화의 맥을 끊어서는 안된다.
돈 리클즈 역시 언제나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그런은 것
과 마찬가지로 만찬 석상에서도 예리한 말을 하여 사람들을 한 방식 먹인
다. 그 점이 바로 그의 개성이다. 그와 합석한 사람들은 모두가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날카로운 말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게 된
다.
똑같은 말을 해도 왜 당신이나 내가 하면 사람들이 웃지 않을까? 그 까
닭은 우리가 그렇게 할 때는 사람들을 웃기려고 애쓰는 모습이 뻔히 보이
기 때문이다. 돈 리클즈가 말할 때 사람들은 그의 말이 그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돈 리클즈는 스스로 의식도 하지 못하
면서 아더 고드프리가 말한 성공의 비결을 실천하고 있다. 즉, 그는 언제
나 돈 리클즈 바로 자신일 뿐 남을 흉내내려 하지 않는 것이다.
공통점 7.당신만의 스타일
말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중요한 요소 또 한 가지는 독특한 스
타일이다. 그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 말하는 방식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20세기 후반에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변호사
네명의 예를 들어 보면 이 점이 분명해 진다.
이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이 얼마나 제각각인지 그리고 독
특한 스타일이 그 각자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이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베네트 윌리암스는 조용히 잔잔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그와
대화를 하게 되면 그가 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숙여야만 한
다. 그러니 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는 일부러 조
용히 말한다. 그것은 그가 개발한 방법인데 아주 효과적이다. 상대를 자기
페이스 안으로 끌어들여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소리를 지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그와 대화하는 사람은
결국 그가 하는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다 듣게 된다. 그는 법정에서 배
심원을 향해 말할 때나 점심 식사를 같이 하는 사람에게나 변함없이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
퍼시 포맨의 경우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는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여 결국엔 마음을 돌리게 만든다. 일상적인 대화에
서도 그는 연설에 가까운 방식으로 말한다.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대개는
상대를 지겹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우에는 그 방식이 통한다. 그
것이 그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윌리암 쿤슬러는 따발총이다. 그는 항상 화가 나 있다. 그는 윌리암스나
포맨과는 정반대 되는 스타일이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절대로 효
과를 거두지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쿤슬러는 항상 그런 식으로 말해 왔고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바로 그 스타일이다.
루이스 나이저는 사실의 조각 하나하나를 맞추어 논리를 구성하는 스타
일이다. 윌리암스는 대화에서 극적인 긴장감을 점점 고조 시킴으로써 결정
적인 순간으로 상대방을 점점 이끌어 간다. 포맨은 감정에 호소하고 쿤슬
러는 상대방을 분발시킨다. 이와는 달리 나이저는 상대방의 논리에 호소하
는 것이다.
법정에서 어떤 스타일로 말하는 것이 효과적일지는 당신에게 별로 상관
이 없을 것이다. 내가 변호사들의 예를 든 까닭은 비슷한 상황에서 말하는
사람끼리도 각기 그 스타일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말해주기 위해서다. 당
신 스스로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방식을 찾아보라. 그리고 그 방식
을 개발하여 당신 것으로 만들라.
가끔 내 스타일은 무엇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남의 스타일이
어떻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사실 나 자신의 스타일을 저술하기는 훨씬 어려
운 것 같다. 내 바람으로는 카베트의 스타일과 내 스타일이 비슷했으면 좋
겠다. 어쨌든 다음과 같은 점들이 내 스타일에 해당하는 것 같다.
나는 약간 격렬하고 호기심이 많고 가끔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턱
을 괴고 한 발짝 물러서기도 한다. 언제나 현재, 그리고 현실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는 누구보다도 '왜 그런지'를 궁금해 하는 사회자라
고 할 수 있다.
공통점 8.한 가지 더. 입을 다물어야 할 때
지금은 TV 방송계에 고전이 되었지만 '신혼부부'라는 시추에이션 코미디
가 있었다. 마이애미 시절의 내 친구 재키 글리슨이 신랑 랄프 크램덴 역
을 맡고 오드리 메도우즈가 신부 앨리스 역을 맡았다. 이 코미디에서 랄프
가 앨리스에게 한 방 먹일 때 하는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랄프가 무언가를
비밀리에 꾸미고 있을 때 번번이 앨리스가 끼어들어 일을 망친다.앨리스가
의도적으로 일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
다. 어쨌든 랄프의 일을 망치게 되는 것은 번번이 앨리스가 해 서는 안 될
말을 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때에 랄프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앨리스를
쏘아보면서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해 댄다. 그리고는
'앨리스, 제발 그 눔의 입 좀 다물고 있을 수 없어?'라고 말한다.
당신이 아무리 똑똑하고 말을 잘 한다고 할 지라도 때로는 조용히 있는
것이 나은 경우가 있다.
대화에 끼고 싶어하는 본능에 관해서도 나는 잘 알고 있다. 밴슨 허스트
의 어린 시절 친구들이 나보고 떠벌이라고 놀려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
다. 하지만 그러한 충동보다 깊은 곳에서 당신의 본능이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는 소라가 들리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현명할 것
이다.
유행어, 그리고 정치적 감각
이 책은 당신의 어휘력을 증진 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표준어를 구사하도
록 하려는 것도 아니다.앞서 밝힌 바와 같이 내 관심은 어떻게 해야 대화
가 잘 되느냐에 있지 훌륭한 말 주변으로 상대를 매료시키는 데에 있지 않
다. 따라서 말을 미사여구로 꾸미는 것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그때그때 알
맞게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단어의 선택과 표현방식에 관해서
도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요소들 역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간단한 단어
소설가들은 인간에 관하여 깊게 이해하는 사람들이지만 말하기 또한 그
에 못지 않게 깊게 이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이었던 마크
트웨인의 글 가운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거의 알맞은 단어'와 '알맞은 단어'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둘은 '반딧불'과 '번개'가 다른 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알맞은 단어'란 그 단어를 썼을 때 듣는 사람이 금방 알아듣고 그 뜻을
이해하는 단어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은 거의 모든 경우에 '알맞은' 단
어는 '간단한' 단어라는 점이다.
사람들이 새롭고 멋있는 말을 만들려 하고 최근에 유행하는 말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대화가 좀더 현대식으로 들리게 하려고 애쓰는 현상은 자연
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더구나 현대 매스컴의 발달은 새로운 단어와 표현
들이 나오면 금방 전국으로 퍼뜨린다.
하지만 불행히도 새로운 단어만 쓴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나이지는 것은
아니다.
'임팩트'나 '억세스'같은 단어들은 과거에는 오로지 명사로만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어서 동사로도 쓰인다. 그래서 'to impact the
situation'이라는 식으로 쓰이고 있다.하지만 옛날부터 쓰여왔던 훨씬 쉬
운 단어 '어팩트'를 써도 그 뜻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동사가 명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코뮤트(통근하다.)'
같은 단어가 그 예다. 예전 같으면 'I commute to work by car.'(나는 자
가용으로 출퇴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My commute is a
car.'(내 통근 수단은 자가용이다.)라고 말한다.
컴퓨터 용어도 요즘에 유행한다. 사람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물을 때 그들의 input이 뭐냐고 하는 표현이 벌써 몇 년 전부터 흔히 쓰였
다. 그러더니 그 다음에는 interfacing이라는 단어가 또 자주 쓰이고 있
다. 그냥 토론이나 대화라 해도 될 것을 굳이 컴퓨터의 용어를 쓰는 것이
다.
지진이나 폭풍 같은 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듣는 말로는 사회 간접자본에
피해가 어떻다는 것이다. 물론 당국자로서는 보통 사람들이 쓰는 말보다는
그와 같은 전문용어로 말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
일이 '상수도, 하수도, 고속도로'의 피해라 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으로 말
할 수 있을 테니까.
컴퓨터 용어가 일상생활에 침투해 들어오는 것은 어찌 보면 90년대의 생
활을 그만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을 막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허영심이 사실은 더 큰 장애다.
거창한 말을 사용함으로써 그 화제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까지 좀더 대단해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사람들은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무언
가가 동등하다는 표현도 미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호 동등하다고 말
한다. 하지만 동등한 것과 상호 동등한 것이 어떻게 다른가?
을 무엇을 사용한다고 하는 대신에 유용화한다라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
는 사람도 있다. 부하직원이 자꾸 이런식으로 말하자 그 풍조를 꼬집어 쉬
운 말을 쓰게 하려고 누군가가 한 말이 있다. 내가 여태 들은 말 가운데
가장 예리한 표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유용화 한다를 유용화 하지 말고 사용한다를 사용해라.'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잘난체 하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부풀리고 상대방에게 뭔가를 보여 줄 수 있
으리라는 생각에서 그런 단어를 써서 말한다.쉽고,분명하고,간단하게,평소
대로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려서 그런 말을 쓰지 않고는 못 베기는 사람들
도 있다.
어쨌든 그런 식의 유행어를 쓰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이 하고자 하
는 말의 뜻이 훨씬 더 잘 전달될 것이고 상대방으로써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상황에 impact를 미치기 위해서 어떤 INPUT를 가지고 있느냐고 묻
게 되면 input하고 Impact하고 가지고 혼자서 잘 놀아보라고 대꾸하고 싶
어진다. 같은 말이라도 쉬운 말로. 컴퓨터 자판이 알아듣기에 쉬운 말로
한다면 당신의 의사를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행어
현대의 매스컴은 수 많은 유행어와 구호들을 삽시간에 방방곡곡으로 전달
한다. 시대의 조류, 큰 사건 또는 유명한 인물들에 의하여 유행어가 생기
고 번져간다. 어떤 단어나 표현이 한 번 유행하게 되면 금방 모든 사람들
이 흔히 쓰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둔갑한다.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하
고자 하는 말을 상대방에게 좀 더 분명하게 전달 할 수 있을 때도 잇다.
하지만 대게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은 개성이 없거나 자기 나름의 표현
을 생각해 내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 쉽다.
'말도 안돼'라는 표현은 쟈니카슨이 처음 쓰기 시작한 말이다. 카슨보다
선재였던 잭 파르는 '장난이 아니야.'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 뒤에 이 두
표현은 미국인들의 일상생활로 스며 들어갔다.
하워드 코젤은 풋볼 시즌이면 매주 월요일마다 TV에 나와서 '있는 그대
로를 말하자면'이라는 표현으로 우리 귀에 못을 박았다. 그 표현은 문법적
으로는 잘못되었지만 1970년대에는 모든 미국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했다.
최근의 예로는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뭔가 좀 특별하잖아요?'라
는 말을 유행시켰고 조지 부시 덕택에 '앞으로 모든 것이 잘 될테니 두고
보세요.'라는 말이 도 유행하였다.
한물간 구호를 써먹는 것이야 말로 무엇보다 피해야 할 일이다.'그게 어
디에 잇는지 '라는 말은 1960년대 말에서1970년대 초 까지 대 유행을 이루
었던 말이다. 요즘 이런 말을 생각 없이 쓰다가는 조롱 받기 십상이다.
어떤 회사의 시골 지사장이 모처럼 워싱턴의 본사에 와서 상사들과 만나
그런 말을 썼다고 한번 상상해 보라. 물론 대도시 사람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 생각에 그로서는 대화에 뒤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잇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식으로 흉내를 낸 것 때문에 거북한 처지에 처하고 만
다. 요사이 워싱턴에서 그렇게 말했다가는 대학가지 나온 사람이 왜 표준
말도 할 줄 모르냐는 핀잔을 받게 될 것이다.
칵테일 파티에서건 집 마당에서건 TV에 출연한 경우나 대화를 할 때에는
새로 만들어진 말이라든가 유행어를 가능한 한 적게 쓰는 것이 좋다. 평이
한 표현을 사용하면 대화가 오히려 더욱 신선해 지고 따라서 당신의 의사
를 전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불필요한 말들
사람들이 대화에서 사용하는 단어라든가 중간중간에 내는 소리 중에 그
들이 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에는 전혀 덧붙이는 바가 없는 데도 괜시리
끼여드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괜히 말 중간에 끼어서 맥을 끊을뿐더러 듣는 이에게 듣고
자 하는 말의 맥을 끊어 놓는다. 물건을 새로 사서 그 포장지를 뜯어 그
물건을 드러내려고 할 때 쓸 때없이 걸리적 거리는 스티로폼 조각들이 얼
마나 귀찮은가? 말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하나마나한 말들'역시 마찬가지
로 귀찮은 존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런 말들을 계속해서 쓸까? 그 까닭은 자신이 없
어서 어디엔가 기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특히 말문이 막혀서 머뭇거릴
때 그런 말들이 때때로 의지가 되어 줄 수 잇다.
하지만 그런 말들에 계속 기대다 보면 당신의 말은 절름발이 신세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말들 가운데 대표적인 표현으로 '있잖아요'라는 표현을 들 수 있
다. 워싱턴의 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그 친구가 일하는 회사
에서 전에 고문을 지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세마디를 하면 그 가운데 두마디는 '있잖아요'였다고 한다. 내 친
구는 그와 단 둘이서 말하는 자리에서 결국은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말
았다. 그가 말 끗에 하도 자주 그 소리를 붙이자 내 친구는 도대체 그 소
리를 몇 번이나 하는지 세어 보기로 했다.
그 회의는 20분 동안 계속 되었는데 20분 동안 그는 아흔 한번이나 '있
잖아요'를 되풀이 했다고 한다.
독자들 가운데 산수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나누어 보았더니 일
분에 네번 반씩 그 소리를 한 것이다.
이 일화에는 두 가지 놀라운 점이 있는데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있잖아
요'를 아흔 한번이나 한 것하고 워싱턴과 같은 도시에서 회의가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놀라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런 일을 얼핏 생각하면 그냥 조금 웃기는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다. 회사의 고문이라는 직책은 이
런 저런 일에 대하여 물어올 때 대답해 주는 일이다.
즉 사람들과 의사 소통하는데 그의 생계가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버릇이 확연하게 표가 나서 그의 말을 듣는 사람들이 그가 내
는 '있잖아요'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그의 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얼마 못 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 너무나 뻔하다.
이런 종류의 말 가운데서 '있잖아요'가 누려오던 대표 자리를 위협하는
도전자들이 새로 등장하였다.'기본적으로'라는 말이 도전자 중에서 지금까
지는 선두 주자다. 요즘 저녁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줄기차게 나오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시작하기 전에 그 말부터 뱉고
본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그 말이 내용하고
관계가 있어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면 아마도 기네스북에 실릴만한 일일
것이다.
'기본적으로'라는 말이 쓸데없이 들어가는 경우로는 조금 다른 부류도
있다. 순전히 습관 때문에 아무 까닭 없이 아무 때에나 그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가끔 쓴 웃음을 짓는다.
예를 들어 저녁 뉴스를 보고 있는데 화면에 경찰관이 나와서 말하기를
문이 '기본적으로' 열려 있었기 때문에 범인이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다. '기본적으로 임신중'이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 이 경우
나 그 경우나 뭐가 다른가? 문이 열렸으면 열린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
다. '기본적'이란 말은 필요 없는 하나마나 한 말인 것이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희망에 차서'라는
말도 그런식으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하루
아침에 확 바뀌었다.
미래에 관해서 말을 할 때에 그 단어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하
지만 거의 모든 경우에 사람들은 그 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대게 사
람들은 그 단어를 '...를 바란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단어의
본디 뜻은 그게 아니다.
'Hopefully the meeting will be held Thursday'라는 문장이 있다면 그
본래 뜻은 회의가 목요일에 열리게 되는데 그 때 분위기가 희망에 차 있으
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에 누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가 뜻하는 바는 아
마도 회의가 목요일에 열리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일 것이다.
'하여튼'이라는 말도 요즘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덧붙이는 단어다. 예를
들면 '네가 전화했을 때 내가 뭘 좀 사러 나갔던지 하여튼 자리를 좀 비웠
댔어.'
또는 '이번 주말에 해변이라든지 하여튼 어디에 같이 놀러 가면 좋겠다
고 생각했어.'
또는 '나는 이 서류라든지 하여튼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어떤 경우던지 이런 식의 하나마나 한 말들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대화
를 잘 이끌어 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곰팡이 번지듯이 퍼져 나가는 쓸데없는
단어 가운데는 '...같이, 같은, 같아요.'라는 말도 있다.1960년대에는 주
로 히피족을 놀릴 때 그 서두를 장식하는 표현으로 '너도 알다시피...같
다.'라는 말이 쓰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말이 온통 아무데서나 쓰인다.'지난 화요일 그를 본
것 같아요.'지난 화요일 그를 보았으면 본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어
떻게 지난 화요일 같을 수가 있나?
우드스탁에 모였던 히피족처럼 비정상이라는 평을 듣고 싶지 않거든 이
런 식의 말투는 어떻게 해서든 고치는 것이 좋다.
이것만으로도 불충분해서 어떤 사람들은 말하는 사이에 틈만 나면 끼어
들어서 이상한 소리를 덧붙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에' '저'하는 바로 이
런 소리들이다.
당신이 하는 말에서 이런 말들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버려라. 그렇게 하
지 않으면 어디엔가 문지가 있어서 보통사람처럼 말할 능력이 없다는 평판
을 듣게 될 것이다.
좋지 않은 언어 습관을 떨쳐 버리는 방법
이런 버릇을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까?
어떤 습관도 마찬가지 겠지만 여기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을 써보라.
첫째, 보통 사람들이 쓰는 말로써 말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하는 말을 스
스로 들어보라.말을 할 때마다 당신의 입에서 어떤 단어가 튀어 나오는 지
에 신경을 쓰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신이 실제로 말할 때 얼마나 자주 중간에 멈추는지 새로
시작하는지 그리고 앞에서 한 말을 얼마나 되풀이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에..'같은 소리가 나오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만 깨달
아도 말을 매끄럽게 고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말을 입밖으로 뱉기 전에 그 말을 미리 생각해 보라. 이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을 꺼내서 문장의 반쯤
까지는 왔는데 그 끝을 어떻게 맺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를 생각
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말하기 전에 그 문장 전체의 대본을 머리 속에서 미리 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첫 번째 문장을 말하면서 거기에 이어서 말할 두 번
째 문장을 머리속에서 한 번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이 일이 너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거든 실제로 한 번 시도해보라. 그러
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두
뇌는 대단히 커다란 용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충분
히 할 수 있다. 약간의 연습을 통해 익숙하게 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셋째, 누군가에게 부탁하여 당신이 말하는 도중 쓸데없이 군소리를 집어
넣을 때마다 지적해 달라고 해 보라.
이 방법은 아주 놀라운 효과를 거둔다. 배우자, 친구, 직장동료 등 누구
라도 괜찮다. 당신이 말하면서 군소리를 넣을 때마다 중간에 말을 가로 막
도록 부탁하라.
다만, 하루에 최소한 두 시간 정도는 같이 지내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
이 좋다. 조금 귀찮을 것 같다고? 바로 그것이 이렇게 하는 목적이다. 습
관이란 귀찮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고칠 수가 없다. 심리학에선 이를 두
고 '부정적 보강'이라 부르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당
신이 버릇처럼 써오던 군소리를 억누를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을 사용할 때에는 한번에 단어 또는 표현 하나 만을 대상으로 하
는 것이 좋다. 당신에게 버릇이 되어 버린 군소리가 여러 개라면 하나를
제거한 다음에 다른 하나를 제거하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도와주는 친구가 당신 말을 멈추게 하느라 바빠서
자기 할 일도 못하게 될 테니까.
필요한 단어 빠뜨리기
쓸데없이 덧붙이는 단어도 문제지만 꼭 필요한 단어를 빠뜨리는 것도 문
제다. 요즘 방송을 듣고 있다 보면 뉴스나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동사를 빼놓고 말하는 유행이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때에는 그
때문에 문장의 뜻이 달라지는 데도 그들은 거리낌없이 그렇게들 하고 잇
다.
예를 들어 농구 중계방송 도중에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패트릭 유잉,파
울입니다.'라는 표현이 있다. 대게 아나운서들은 유잉이 파울을 당한 상황
에서 이런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말만 들으면 마치 그가 파울을 범했다는 것처럼 들린다. 상식
적으로 말이 되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저녁 뉴스의 기
자들이나 앵커맨 들도 비슷하다. 말할 때 문장에서 동사를 빼 버리는 것이
요즘 미국 방송인들 사이에 새로 생긴 습관인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들이 전하는 소식의 긴박감을 높일 수 있으
리라는 생각에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마치 너무나 긴박해서 동사를 집
어 넣을 시간도 없는 것 처럼.하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유행에 지나지 않
는다.
아직도 내 말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습관
들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든지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마친
가지라고 생각된다면 다음의 예를 살펴보라.
긴장을 잠깐 풀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나는 이 예들을 생각하고 혼자서
웃곤 한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연설가로 간주되는 사람들의 말을 약간 바
꾸어 보는 것이다.
다음은 그런 예들이다. 그렇게 말했더라도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고 한번 반문해 보라.
동사를 빠뜨린 경우
'87년 전에 우리 선조들은 새 나라 건설.'--에이브러햄 링컨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길을 택할지 나는 모릅니다.하지만 나는 자유가 아
니면 죽음.'--패트릭 핸리
군소리로 장식된 대통령 취임사
'기본적으로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 줄지 묻지 말고 여러분 각자
가 에--,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 보십시오.'--존 에프 케
네디
정치적 감각
정치적 감각에 관해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워낙 많이 잘 해 왔고 또 그
만큼 그 단어에 대해서 신경질 적인 반응도 많기 때문에 그 문구 자체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싫든 좋든 우리의 일상생활, 곧 우리의 일상대화와 그것이 관계
를 맺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그만큼 그 문구와 개
념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문구나 표현의 정치성이 전면으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우리사회에서 오
랫동안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던 여성이나 소수 민족들의 목소리가 커
졌다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미국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단어
들 중에 이미 자신들을 배제하는 정치적 의미가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가 쓰는 단어가 곧 생각과 태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표현 방식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
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것은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을 가리켜 '약한 성'이라고 지칭한다면 그러한 표현 자체가 여성은
약하다는 낡은 사고 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잽'으로 부르는 일은 단순히 흔하게 쓰이는 구어체 표현에
한 한 것이 아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야 어떤 뜻으로 했든지 듣는 사람
에게는 2차 대전 중에 미국에서 일본사람을 '노란 위험물'이라 불렀던 것
과 마찬가지로 들릴 것이다.
이 정도만 생각해 보더라도 왜 그 사람들이 자신을 일컫는 단어나 표현
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입장을 바꾸어 생
각한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는가?
90년대의 미국에서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도덕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
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봉착하는 문제다. 도덕적으로 중요한 까닭은 소수
집단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 자신이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을 무시하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거만을 부리는 짓이고 상대방에게는 상처를 입히는 일이
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문제에 관하여 말하면서 주의를 게을리하다가는 직접 손해
를 입게된다. 알 캄파니스, 지미 더 그릭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방송
계에서 한참 잘 나가다가 도중 하차해야만 했다. 그 이유는 흑인 운동선수
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단어를 선택하여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일컫는 용어들 가운데 어떤 것을 선호하고 어떤 것을 거부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선호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그들을 '흑인'운동선수라고 불렀다. 1960년대 이후 그들 대부분이 스스로
선호하는 단어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언
제 다른 단어로 대체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그러니까 열살 남짓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방송에
서 흑인을 일컬을 때 쓰이던 표준어는 '니그로'였다. 60년대 흑인들의 시
위가 붙으면서 흑인 지도자들은 '니그로'라는 표현을 거부하고 대신 '흑
인'이라 불러야 한다고 선언 하였다.
그래서 그렇게 그렇게 바뀐 것이다. 방송을 비롯한 언론 전반에 걸쳐서
언론 말고도 모든 분야에 걸쳐서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의 일상 대화에서
그렇게 바뀌게 되었다.
80년대에 접어들자 새로운 표현이 다시 태어났다. 흑인 지도자들은 '아
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표현이 공정한 표현이라고 주장하였다.
멕시코와 스페인 계통의 사람들은 과거에는 '히스패닉'이라 불리기를 선
호 하였지만 이제는 '라티노'라는 이름을 더 좋아한다.동양게 사람들은
'동양인'이라는 대신에 이제 '아시아 사람'이라 불린다.
과거에 '미국 인디언'이라 불렸던 사람 역시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그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백인들이 자신의 종
족에게 붙여 놓은 이름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원래 스스로를 지칭할 때 사
용했던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표현들이 시대에 따라 변해 왔을 분만 아니라
앞으로도 변화하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린 기사를 보면 그 신문사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 잘 나타난다. 1987년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말은 그 신문에서 42번 사용되었다. 그때만 해도 그 말이 비교적 새로운
말이었기 때문이다.1993년에는 1422번 쓰였다.'라티노'라는 말의 경우는
1987년에 85번 사용되었지만 1993년에는 389번 사용되었다. '아메리카 원
주민'이라는 표현은 1987년에 113회,1993년에 339회에 걸쳐 신문지 상에서
볼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면 언어적 태도에서 다른 부류의 사람들
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알 수 있
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방식에는 그 사람들이 지난 20여년 동안 투쟁을
하여 얻어낸 존중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존중과 억지 사이의 경계선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성이고 정의고 다 뒷전으로 미뤄둔 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억지에
마냥 고개를 끄덕여야 하나? 모든 여자가 다 '숙녀'는 아니라는 이유 때문
에 '숙녀'라는 말을 일반 여성에게 써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1994년에 어떤 잡지사의 편집부에서 일하는 어떤 여자(숙녀가 아니라)가
실제로 동료에게 그렇게 주장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동료라는 표
현도 써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요즘 세상에서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성의 옷을 칭찬하는 일에도
자칫하면 위험이 따른다. 옛날에는 그런 경우 '그 옷을 입으니 참 아름답
네요'라든가 '그렇게 차려 입으니 딴사람 같아요.'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
지만 지금은 칭찬에도 엄격한 한계가 있다. 다만 '좋은 옷이네요'하고 말
아야 한다.
참으로 맹숭맹숭한 일이다. 안 그런가?
하지만 그렇게 해야 안전하다. 요즘 세상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남자가 여자에게 얼굴이 예쁘다든가 다리가 멋있다고 말하던 것이 언제
적 이야기 인가 싶을 정도로 요즈음 그런 소리는 해서는 안될 말에 속한
다. 바로 이 문장만 해도 옛날 같으면 '남자'대신에 '사내', '여자' 대신
에 '아가씨'라고 하는 것이 걸 맞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상대방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되던 일들이 요즘에는 허용되고
있다. 반면에 과거에는 허용되던 일이 이제는 모욕으로 간주된다. '왕과
나'에서 태국왕이 바로 이런 종류의 혼돈으로 말미암아 골치 아파한다.
'예전에는 그러면 그렇고 아니면 아니었는데 지금은 도대체 모든게 햇갈
리는 구나.'
물론 요즘 세상에는 거기서 왕역을 맡은 배우가 태국식으로 발음을 하는
것 조차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의심받을 것이다. 그러나 악의 없는
유머에서 인종적 차이를 거론 한다고 해서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남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인종적 편견을 퍼뜨리는 것도 아닌 한 유태인의
농담보다 재미있는 것도 없다.
사실은 아일랜드 인이 되었든 이탈리아 인이 되었든 흑인이 되었던 악의
없는 농담을 두고 정치적으로 의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마이런 코핸,
샘 래벤슨,재키 글리슨 같은 위대한 코미디 작가들은 요즘에 태어나지 않
은 것이 행운이다. 요즘 같으면 그 사람들은 생계를 꾸리기도 힘들었을 것
이다.리처드 프라이어의 앨범 '저 깜둥이는 미쳤나 봐.'도 제때에 나왔기
망정이지 요즘 같으면 어떤 레코드 회사도 그런 노래를 취입해 주지 않았
을 것이다.
언어의 정치성을 과장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잘못 이해될 수도 있다.
6.협상에서 승자가 되려면
정확한 수치는 잘 모르겠지만 짐작컨데 우리가 평상시에 하는 대화 가운
데 절반 정도는 직업상하게 되는 말일 것이다. 나 자신은 방송인이지 사업
가는 아니다. 하지만 수 많은 사업상의 회의에 연사로써 일원으로써 때로
는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으로써 참석해 본 경험은 있다. 그리고 그런 자리
에서 만난 일류 경영자들에게서 들은 것 가운데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
한 것이 많이 있다.
사업상 화술의 기본
내가 만나본 바에 따르면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말을 잘하는
경향이 잇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이제부
터 나의 경험과 내가 성공한 사업가로부터 들은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조
언을 하겠다. 먼저 다음 세 가지 지침이 가장 기본이 된다.
1.사교적 대화에서 지켜야할 기본 원칙들이 사업사의 대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마음을 열고 하고 싶은 말을 털어 놓아라. 그리고 말을 잘하고
싶으면 먼저 남의 말을 경청하라.
2.만일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과 말하는 경우라면 그 분야의 전문
용어에 상대방도 익숙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 어휘를 사용할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당신이 뜻하는 바를 가능한 한 분명히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
만일 상대방이 당신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에게는 당
신의 전문용어가 생소하리라고 전제해야 한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로 당신의 뜻한 바를 표현해야 한다.
3. 시간은 돈이다. 특히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야 한다. 단둘이 만나 점
심을 같이 하면서 줄곧 골프나 프로야구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하다가 마지
막 5분 동안 서둘러 본론으로 들어가려 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이 모두 빨
리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당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길게 끌어서는
안된다.
이 세 번째 지침에 관해서는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입장을 바꾸
어 생각해 보라. 당신이 중요한 계약 건에 관해서 어떤 사람을 만나려 사
무실을 나서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그런데 당신 친구 중에는 수화기를 들기만 하면 적어도 25분은 끄는 사
람이 한명있다. 그 전화가 그 친구 한테서 온 것이라면 전화를 받고 싶을
까? 사장이 불러서 사장실로 갔는데 그가 한 5분정도 이리저리 말을 빙빙
돌리면서 용건을 꺼내지 않는다고 해 보라. 불안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 없다.
따라서 당신 역시 상대방을 그런 처지로 밀어 넣으려 하지 말라. 당신이
상대에게 말하고자 하는 용건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그리고 동료의
사무실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하는 대화든지 아니면 정장 차림으로 나
가야 할 대화든지 그 상황에 맞추어 준비를 하라. 안건에 관하여 미리 생
각해 보고 그 자리에 나가서 얻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상대방이 제기할 만한 질문이 무엇이 있을지를 미리 생각하고 그 질문에
대하여 어떻게 대답해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를 궁리해 두라.
나아가 상대방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할지.
그리고 그가 알아야 할 일은 무엇이며 알 필요가 없는 일은 무엇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라.
예를 들면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상황이 늘상 발생할 수 있다.
당신이 회사의 간부로써 지난달 매출액이 얼마였는지 알아보려고 부하
직원에게 숫자를 뽑아보라고 했다고 하자. 이 때 그 부하 직원에게 회사가
새해 판매 전략으로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건 그 부하 직원의 시간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의 시간도 낭비하고 있
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 함구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부하 직원들의 사
기를 높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진작시키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그들에게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일이
다. 하지만 부하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업무 의욕을 증진 시키기
위해서 회사 사정을 알려 주어야 할 자리는 따로 있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업무를 부하 직원에게 부여하는 상황을 그런 자리와 혼동하
지는 말아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을 만날 때마다 모든 것을 설명해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속담을 인용하자면 시간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시계가 어
떻게 움직이는지를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그것은 친절한 행동이 아니라
불평만을 자아낼 뿐이다.
판매의 예술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를 판매 하면서 살아간다. 직업에 종사한다
는 것은 곧 자신의 경험, 교육적 배경 그리고 자기자신을 판매하는 일이
다. 따라서 판매사원만이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있
는 당신 자신만 보더라도 자신을 좀더 좋은 값에 팔기 위하여 이 책을 읽
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종류의 판매든지 판매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 그것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물건 또 어떤 용역을 판매하고자 한다면 바
로 그 물건 또는 용역에 관해서 누구에게나 설명해 줄 수 있을 만큼 잘 알
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그것을 팔기 위하여 어떤 방법이 통하고 어떤 방법이 통하지 않
는지에 관해서도 터득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점들을 터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그들의 경
험에 관한 책자를 읽음으로써 그들의 경험을 당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길 밖에는 없다.
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한결 같이 성공의 비결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미국에서 최고 부자중의 한 사람인 잭 켄트 쿠크는 열 네 살
되었을 때 이미 그런 비결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의 재산은 추정하기 어려
울 정도지만 대충 6억 달러에서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의 소유주이자 워싱턴 레드 스킨즈 풋볼팀의
구단주다.
나는 워싱턴의 듀크 자이버트 레스토랑에서 그와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는 자기가 처음에 무엇을 어떻게 팔았는지를 말해 주었다.
대 공황이 일어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돈이라고는 한푼도 없던 시절이었는
데 그때 잭은 캐나다에 사는 꼬마였다. 경제가 완전히 무너진 시기 였던
만큼 장사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잭의 집에는 밀린
전화요금 2달러 50센트를 내라는 청구서가 날아들었지만 집에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다.
그래서 꼬마 잭이 나서서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리면서 백과사전을 팔기
로 하였다. 출판사에서는 영업사원에게 책을 딸려 보내면서 어떻게 해야
그 책을 잘 팔 수 있을지 판매방법을 같이 딸려 보냈다. 하지만 열 네 살
짜리 소년은 나름대로 생각도 잇고 자신도 있어서 그 방법을 무시했다. 그
는 자신의 인간적 매력과 구변으로도 책을 팔 수 있다고 확신하였던 것이
다.
잭 켄트 쿠크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아는 사실이지만 그는 분명히 매력도
있고 구변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물건을 팔 수 잇는 것은 아니다. 그
밖에 무언가 다른 것도 있어야 한다.
특히 열 네 살 짜리 소년에게는 더욱 그렇다. 당연히 판매원으로써 그의
출발은 실패로 끝났다. 작은 가게를 경영하던 피커링이라는 사람에게 가서
백과사전을 팔아보려고 했는데 상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실패의 쓰
라림을 맛보고 나서야 비로소 판매 지침서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한자리에 앉아서 두 시간동안 꼼짜도 않고 그것을 아주 꼼꼼히 읽었다고
한다.
다 읽고 나서 두 번째 고객을 찾아갔는데 그 두 번째 고객은 곧 그에게
판매원으로서의 첫 번째 성공을 맛보게 해 주었다. 드디어 책을 팔았던 것
이다. 그는 판매 지침서에 적힌대로 함으로서 그 사람에게 책을 팔 수 있
었다.
그리하여 그와 헤어질 때 '책은 어디로 보내 드릴까요?'하고 물으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뒤 그는 피커링 씨에게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처음 찾아갔
을 때와 반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피커링 씨 역시 그 책을 사고야 만 것이
다. 그날이 저물 즈음에 잭이 집으로 달려가서 어머니에게 손에 쥐어준 돈
은 전화요금을 내기 위해서 필요했던 2달러 50센트는 이제 웃어 넘길 정도
로 큰 액수인 24달러 50센트 였다.
잭은 지금도 말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 바로 그때였어. 우리구단이 수퍼
볼에서 우승했을 때에도 그토록 자랑스럽지는 않았어.'
그는 판매에 있어서 두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
다.
당신이 팔려고 하는 물건에 대하여 소상히 파악하라. 그리고 거래 하나
가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팔려고 들지 마라. 책을 어디로 보내느
냐고 물음으로서 잭은 이 두 가지 원칙을 실전에 옮기고 있었다. 그는 거
래를 성사시켰고 그러자마자 그 건을 신속히 종결시켰던 것이다.
판매를 위한 화술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물
건의 특징을 팔려고 해서는 안 되고 장점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토스트
기계를 팔면서 빵이 구워지는 정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무슨 마이
크로 칩이 들어갔느니 어쩌니 하고 설명하지 말라.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과 노랗게 잘 구워진 빵으로 아침식
사를 할 때의 기분을 이야기함으로써 군침이 돌게 하라. 보험료가 어떻고
거기에 가입하면 어떤 부수적 혜택이 따라오는지를 일일이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그 가정의 경제적 미래가 보장되고 따라서 부인
과 자녀가 느끼게 될 안도감을 전달하라.
취업 및 채용 면접
당신이 팔려고 내 놓은 물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
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자신을 매장에 내 놓을 때 잘해야 한다. 당신 자신
을 팔아야 하는 경우는 비단 취업 면접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승진
을 앞두고 업무를 수행한다던가 다른 회사와 거래 하면서 당신자신을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든가 하는 일 역시 당신을 파는 일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통하여 당신은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고 또 물질
적인 부를 거두어 둘일 수 있게 된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생을
통하여 적어도 대 여섯 번은 자신을 파는 과정을 거친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과정을 에닐곱 번 거쳐온 바 잇다.
그 사이에 내게는 네가지 원칙이 형성되었다. 이 원칙들을 따름으로써
많은 도움을 얻었고 당신의 경우에도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1.당신을 고용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위하여 당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라.
2.항상 개방된 태도를 유지하라.
3. 항상 대비하라.
4. 무언가를 물어보라.
이제부터 이 점들 하나하나에 대하여 부연 설명 하기로 한다.
당신에게 어떤 특별한 점이 있나?
케네디의 표현을 약간 바꾸어 말한다면 사장이 당신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말고 당신이 그를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잇는지를 물으라.
당신을 면접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이력서에 적은 바를 반복하지 말라.
거기 적힌 것은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바다. 대신 왜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보다 당신이 그 일을 잘할 수 잇는지를 말하라. 당신을 채용함으로써
사장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가게 될지를 밝혀라.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의 특징을 설명하지 말고 당신의 장점을 이야기 하
라. 당신이 해당 분야에서 여태껏 익혀온 지식과 기술을 말하는 것이 바로
장점을 설명하는 일일 것이다.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당신이 어떤 일에 전
문가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 사회적 고리를 이루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개방된 자세
이는 지금까지 계속 강조해 온 것이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해도 지
나치지 않다. 개방된 태도는 사교를 위한 것이든 사업을 위한 것이든 대화
를 잘 하려는 사람이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취업 면접이라고 해
서 너무 긴장하게 되면 몸이 굳어서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
생한다.
이런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취업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당신
의 일에 열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취업 면접에서 그러한 열
의를 보이는 지원자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면접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입
자에서 돌이켜보면 그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유일한 까닭이 열의에 있
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워싱턴의 한 회사에서 섭외 담당이사로 일하던 사
람이 있었다. 그가 그 회사에 들어갈 때에 사장과의 면접을 거쳤는데 나중
에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면접 당시 그에게 몇 가지 두드러진 점
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 세 가지가 인상 깊었어요. 그 일자리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했고 그 자리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여 주었고 그 일을 잘 해내기에 충
분한 경험을 갖추었다는 것을 충분하게 말했지요. 즉 당신은 우리와 게임
이 필요하지 안았습니다.'
나와 알고 지내는 영화 제작자 한사람이 비서를 구하기 위해 신문에 광
고를 냈다. 서류 처리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조건을 열거한
다음에 그 광고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끝났다.'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함.'
지원자가 많았는데 그 중 단 한사람이 면접 끝에 이렇게 말했다.'그런데
말이죠,저에게는 이 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람이 일자리를 얻었다.
마이애미에서 난생 처음 방송국에 일자리를 얻었을 때의 내 경험도 비슷
한 종류다. 그 때 나는 방송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애송이 였다.하지만
어찌 되었는가?
무엇보다도 내게는 그 일자리를 향한 열의가 있었던 것이다. 그 방송국
의 사장은 바로 그 점을 간파 하였다. 그리하여 이 젊은 친구는 전망도 있
어 보이고 데리고 있는데도 괜찮을 성 싶다고 보았다. 따라서 채용해 주면
그 값은 하리라고 판단 하였다.
그 일은 37년 전인데 경험도 없는 나를 써준 덕택으로 나는 지금까지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
준비
당신 자신에 관하여 어떤 점을 밝힐 것인지를 선택하여 그 요점을 정리
하라. 나아가 그 것들을 종이에 적어 두고 면접전에 여러번 훑어 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피하면 안 된다. 오히
려 그런 것들일수록 종이에 적어 보고 어떤 식으로 답변해야 좋을 지를 궁
리해 보라. 예를 들어 지난 7년 사이에 당신이 직장을 세 번이나 바꾸었다
면 왜 그랬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리라고 예상해야 한다. 면접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면 예행 연습을 한 번 쯤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부탁하여 고용주 역할을 해 달라고 하고 그로 하여금 당신을
면접하게 해 보라. 당신 역시 옷을 비롯한 차림새와 태도를 실제 상황과
똑같이 하라. 이러한 연습은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것은 물론 일자
리를 잡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어보라!
이 책에서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던지 취업 면접장에서든
지 묻는 일은 대화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상대에게 물어봄으로써 그 만큼 당신은 배울 수가 있다. 취업 면접에 임
해서도 회사측에서 당신에 관하여 알고 싶어 하는 만큼 당신 쪽에서도 그,
회사에 관하여 알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면접은 장래의 직장 및 상사에 관하여 감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측으로서는 면접장에서 질문을 해 오는 용기를 눈여
겨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질문의 내용이 훌륭한 것이라면 당신의 지성에 관해서도 좋은 인
상을 받게 될 것이다. 좋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당신은 다음과 같은 두 가
지 사실을 말을 통하지 않고서도 보여 줄 수 있게 된다. 즉 당신은 어떤
상황에 임하든지 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다는 점과 그 일자리에 관하여 아
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네아 폴리스에 맥케이 봉투 회사라는 기업이 있다. 이 회사의 회장이
자 대표이사인 하비 멕케이는 성공하는 비결에 관한 여러 권의 베스트 셀
러를 저술하여 명성을 떨친 바 있다. 그는 내가 맡은 라디오와 TV쇼에 여
러 번 출연 하였다.
그가 처음 쓴 책의 제목은 '상어 떼와 동행하라. 하지만 산 채로 잡아먹
히지는 말라.'였다. 1993년에는 세 번째 베스트 셀러를 내 놓았는데 그 책
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이 불었다.'상어 잡는 법.현대의 냉혹한 취업 시장
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어서 버텨 나아가려면.'
'상어 잡는 법'에서 멕케이는 취업 면접에서 질문을 잘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또한 어떤 종류의 질문을 해야할 지에 관해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조언 하였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든지 자기 회사의 장점에 관해서 누가 물어 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그 회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과 관련
하여 긍정적인 질문을 던질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상대방과 같은 배에 타
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과 같다.
그 회사가 해당업계를 주도하는 업체 가운데 하나라면 그 회사가 이룩한
업적에 관해서 물어보라. 하비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성공한 것이 겸손 덕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성공한 사람
들이나 성공한 회사나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칭찬에는 약한 것이다.'
나 역시 기업체에 나가서 강연할 때마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강연
한다. 반면에 그 회사가 경쟁에서 뒤에 쳐져 있고 앞선 회사들을 따라잡느
라 분주 하다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묻는 것이 좋다.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 가운데 어떤 회사를 모델로 삼고 계신지요? 그
회사를 따라잡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하비는 도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
단 무언가를 물어 왔으면 '대답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즉 '어떤 대
답이 나올 지에는 관심이 없이 당신 자신의 질문에 도취해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채용하는 입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입장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언
급한 몇 가지 점은 중요하다. 개방된 자세, 열의, 관심, 그리고 질문하는
자세 등은 지원자가 갖추어야 할 것들이다.
객관적으로 어떤 자격을 소지하고 있는 지에만 주의를 집중해서는 안 된
다.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을 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원자가 열
의를 보이는가? 그 친구가 그 일에 관심이 있나? 지원자가 만일 수줍어 하
거나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으면 앞의 제 2장에서 언급한 방법을 써
서 그의 마음을 트이게 하라. 그 친구가 홍콩에서 산 적이 있다든가, 써커
스에서 일 한적이 있다든지 등등. 이력서에 흔치 않은 일이 적혀 있다면
그 범에 관해서 물어보라.
지원자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데 이것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단
그렇게 말문을 열고 나면 그밖에 그가 해본 다른 일에 관해서도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개방된 자세와 열의는 주고 받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고용인의
입장에서도 그 일자리와 당신 자신에 관하여 숨기려 하지 말라. 그리고 만
일 당신 자신이 당신의 회사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누가 그런 회사에
서 일하려 하겠는가?
상사와의 대화
자, 이제 취직은 되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말해야 될까? 어떤 상황에
서 난 누구를 만나든지 말하기는 마찬가지라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세
상일은 그렇게 편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상사에게 말할 때는 동료나 부하에게 말할 때와 사뭇 다르다. 그것은 인
간의 본성이다. 다시 말해서 상사는 동료가 아니 것이다.
군대의 소위에서 동료 소위와 말할 때나 사단장과 말할 때나 똑같이 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매일 대하는 중대장이라면 사
단장을 대할 때 보다는 훨씬 친근하고 덜 형식적인 방식으로 말하게 될 것
이다.
상사에게는 상대를 높이는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마땅하다. 상사에게 말
할 때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의식한다. 그리고 그때 말하는 방식은 다른
때와는 다르다. 단어뿐만 아니라 말투와 태도 까지도 다르다.
그러나 상대가 상사라고 해서 굽실거려야 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도 테
드 터너(CNN방송국의 사장)와 이야기를 할 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어는 누구도 그가 사장이라고 해서 그에게 그런 식
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저자세로 아첨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만약 당신
이 그렇게 한다면 대부분의 사장은 오히려 당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
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상사를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말을 잘 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이유 때문에 중
요하다. 여기서 이해한다는 것은 '퇴근 뒤에 술이나 한 잔'하는 식으로 어
울리는 정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당신 자신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아는 것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
듯이 당신의 상사에 관해서도 그럼 점들을 알 수 있다면 그 역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 자신의 위상에 관하여 알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역할, 회사에 관한 기여도, 당신의 장점과 단
점, 스스로 향상 시켜야 할 부분, 어떤 일이 더 중요하고 어떤 일이 덜 중
요한지 등등.
당신의 상사에 관해서도 바로 이러한 점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라.
이는 상사들을 겪어본 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다. 일이 잘
되고 있을 때는 상사에게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
지만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그 잘못된 무언가가 바로 문제
이다. 따라서 말하는 데에도 역시 문제가 생긴다. 그런 때에 의지할 수 있
는 것은 오직 당신의 본능 뿐이다.
즉 당신 자신을 완전히 개방하고 상사에게 가서 허브 코헹이 충고한 대
로 하라.'날 좀 도와 주세요.'
상사가 실망할 까봐 두려워 하는 모습을 보이지 마라. 그 대신에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당신이 처한 곤경을 토로하라.
'내가 맡은 일은 좀더 잘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
르지가 않아서요, 어디에 먼저 집중해야 할 지 좀 알려 주세요.'
또는 '이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대요. 맨 먼저
밝아야 할 단계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라고.
당신의 상사가 정신 병자가 아닌 이상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문제에서
쉽게 벗어말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불행히도 상사가 그런 종류라면 어떻게
접근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다른 부서 또는 다른 회사에 자리가 없는 지 알아보는 것
이 현명하다. 문제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사에게 있는 것이기 때
문이다.
부하와의 대화
이것은 아주 또는 간단한 원칙 하나만 지키면 된다. 상사가 당신을 대할
때 당신은 그가 같은 말이라도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해 주기를 바랄 것이
다. 바로 그 방식대로 당신의 부하를 대하라.
대규모의 기업에서는 각 부서의 장이 부하 직원들의 업무에 공식적으로
평점을 먹이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당신 부하에게 먼저 과업과 목표가 무
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좀더 작은 규모의 회사라면 이 과
정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그러한 평가의 목적은 바로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바와 같다.
즉 당신과 부하 직원 사이에 정기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대화가 이루어
지게 하기 위해서 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맡은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들이 과업을 수행하는 데에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나아가 앞으로 그들이
어떤 점에 좀 더 치중해야 할 지 등등을 당신은 부서장으로서 말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인사관리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이 모든 평가
과정 역시 두 방향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신이 부하 직원에 관하여 말하는 동시에 그들이 당신에 관하여 말하는
바를 당신 또한 귀 기울여야 한다.
즉 그 부서의 전반적인 활동과 취약점, 그 안에서 당신이 수행하는 역
할, 그리고 부서가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당신이 해야할 일 등등에 관
하여 부하직원의 의견을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부하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마나 업무 평가 회의를 갖는 것은 부하 직원
과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6개월에 한 번씩 그런 자리를 갖는다면 그것 만으로 의사소통이 훨씬
원활해 진다고 할 수는 없다. 하루하루 일을 처리하는 가운데 그들이 맡은
일을 어떻게 하고 잇는지에 관하여 당신의 생각을 전하도록 하라. 지시를
내릴 때는 최대한 명확하게 하라. 그 과업에서 시한이 중요한 변수라면 바
로 그 점을 그들에게 분명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언제가 시한인지를 확실하게 밝혀두라. 그들의 입장에서 분명하
지 않은 것이 있다면 거리낌 없이 물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라. 그
렇게 해야만 그들로 하여금 과업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잇게 할 수 있다.
잘 된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라.
무언가 불만스럽다면 그 사실 또한 그들에게 알려 주라.
대립을 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거나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
해야할 말을 미루다가 혈압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다음에야 이야기를
꺼내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부하 직원 앞에서 화를 내고서는 원활한 의
사 전달을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부하 직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대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점으로 석기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진리다.이 점을
등한시하다가는 단순히 그 직원 한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당신 밑에서 일
하는 모두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말 것이다.
부하직원과 게임을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에게 불만
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고 다른 부하직원에게 말함으
로써 다른 사람을 당신의 의사를 전하는 통로로 이용하는 일 따위가 그런
게임에 해당한다. 프로 근성, 진실성, 그리고 배짱을 가지지 않고서는 성
공할 수가 없다.
비서의 역할
당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부하를 과거에는 비서 또는 프라이데이
양(로빈슨크루소에 나오는 하인이름이 프라이 데이 인데서 나온 표현)이라
불렀다. 하지만 요사이 미국에서는 '어씨스턴트'라는 말이 통용되고 잇다.

어떻게 부르든 그러한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많은 경우에 해당 부서에서
비밀 병기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부서의 전반적 활동을 서로 연계시켜주
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일의 순서를 능률적으로 하여 시간을
절약할 때 그 효과가 직속 상관인 부서장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으로써 곧 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 모두의 시간과 일에 능률
을 높일 수가 있다.
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내 개인 비서일을 맡아서 수고하고 있는 사람은
주디 토마스 인데 그녀는 또한 '래리 킹 라이브'에서 조연출도 겸하고 있
다.나와 일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내 스케줄에 관하여 궁금할 때 그
녀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당신이 나와 직접 통화하려면 일주
일 동안 게속해서 다이얼을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그녀를 통하게 되면 웬만한 일은 그녀의 선에서 처리될 뿐만 아
니라 나를 직접 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라 할 지라도 언제 나와 접촉
할 수 있는지를 그녀가 알려줄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한 그녀를 능가할 사
람은 없다고 장담한다. 주디는 번번히 나더러 이에 관한 책을 한권 쓰라고
부추긴다.
그리고 책 제목은 '주디에게 전화하세요.'라고 붙이라는 것이다. 왜냐하
면 누가 내게 전호해서 만나자고 할 때마다 또는 전화로 어떤 결정을 내리
려 할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바로 그 말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간단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비서에게 먼
저 전화하는 것이 낫다. 서류철을 뒤져 무엇을 찾아낸다든가 또는 빈 시간
을 찾아 약속을 해야 할 때 대개는 비서가 그 본인보다 빠르다. 그 사람에
게 물어 본댔자 결국은 비서를 통해야 알 수 있을 텐데, 굳이 그 사람과
통화해야 할 이유가 뭔가?
그럴 필요 없이 당신의 전화를 받은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면 당신,
그 비서, 그리고 당신이 접촉하려는 사람까지 셋의 시간을 절약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 역시 훨씬 빨리 알 수 있게 된다.
남의 비서와 예기할 때에는 비서로서의 그의 역량과 지식에 대하여 존중
하고 있음을 보여 주도록 하라. 훌륭한 비서는 어떤 조직체에서도 귀중한
자산이며 따라서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비서를 존중해 주는 일은 현실적으로도 현명한 일이다.
그를 직업인으로서 존중하고 대우해 주면 그는 그만큼 기꺼이 당신을 도와
줄 것이다. 당신이 혼자하면 산 하나를 넘는 것 같은 일이 그의 도움으로
써 앉은 자리에서 해결될 수도 있다.
협상에 임하였을 때
내 친구 허브 코헨은 재능이 많은데 그 가운데에서도 협상에 뛰어나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체들을 대표하여 여러 가지 협상을 하느라 일
년이면 200일은 여행을 다닌다. 그는 '무엇이든지 협상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는데 그 책은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 셀러 목록에 9개월 동
안 올랐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무려 3년동안 베스트 셀러로 군림한 바
있다. 그는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에게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기 위한
자문을 해 주기도 했다.그런 허브가 내게 들려준 경험담 몇 가지를 소개한
다.
협상꾼으로써 그가 처음 엮어낸 성공.--그리고 그에게 가장 커다란 성공
가운데 하나--은 우리가 벤슨 허스트 중학교 3학년으로써 라피이예트 고등
학교로 진학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찾아왔다. 협상에 관한 진리의 하나는
성공의 확률이 아무리 제로에 가깝더라도 강자의 입장에서 임하라는 것이
다. 이 예가 바로 그렇다. 허브는 그렇게 함으로써 거의 명백한 패배를 승
리로 바꾸어 놓았다.
당시 우리 세 사람--허브 코헨, 브랫지 어베이트, 그리고 나--에게는 길
머멜스타인이라는 반 친구가 있었다. 그는 빨강머리였는데 머리카락의 올
이 하도 굵어서 뻗쳐오른 것이 마치 대걸레처럼 보였기 때문에 모두들 대
걸레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어느 날 우리는 대걸레가 폐결핵에 걸려서 그
식구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급히 아리조나로 이사가 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에 이 사실을 알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허브가 약간의 장난
기를 들어냈다. 대걸레가 이사갔다고 하지 말고 그가 죽었다고 하자는 것
이었다. 그리고는 조의금을 모금하여 그 돈으로 네이던의 가게에 가서 핫
도그와 음료를 사 먹자는 것이었다. 네이던의 가게는 당시 우리 악동들의
아지트였다.
그런데 그 음모가 너무 큰 성공을 거둔 것이 탈이 되었다. 교장실에서
대걸레의 집에 전화를 걸어 실제로 전화가 끊겼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러자 학교에서는 그가 정말로 죽은 줄 알고 그를 대대적으로 애도했다.
그 사이 우리 주머니에는 네이던의 가게에서 대축제를 벌이고도 남을 돈
이 쌓였다. 거기서만 끝났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교장이었던 어빙
코헨 박사가 '길버트 머멜스타인 상'을 제정한 것이다.
이 상은 해마다 뛰어난 학생을 선정하여 수여하도록 했는데 그 첫 수상
자로 우리가 선정되고 말았다. 죽은 학우를 기리기 위하여 우리가 모금운
동을 벌인 것이 선정 이유였다.
게다가 일이 꼬이자니 '대걸레'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도식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 장본인이 거기에 나타나고야 말았다. 코헨박사가 연단
에 서서 그의 추억을 되살리고 도 우리가 행한 '선행'을 기리고 있는 바로
그 자리, 바로 그 시각에 그 걸레자락이 학교강당의 후문을 통하여 걸어
들어왔다. 병이 거의 나아가서 가을 학기에 복학하러 온 것이었다.
허브는 기절 초풍하였다. 양손을 모아 입앞에 스피커처럼 만들고는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대걸레! 돌아가! 너는 죽었어!'
이미 낌새를 눈치챈 학생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코
헨 박사에게는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곧이어 우리는 십대 소년들에
게 가장 암담한 순간들을 겪어 나가야 했다. 엄청난 긴장이 따르는 일이었
지만 그 결말은 협상의 대성공으로 장식되었다.
코헨 박사가 우리를 교장실로 불러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너희 셋은 무기정학이다. 너희는 졸업할 수 없다. 올해도 안 되고 내년
에도 안 되고 아무튼 어느 때가 되어도 졸업할 수 없다. 내가 지금까지 학
교에 봉직하면서 목격한 일 중에서 가장 더러운 짓을 너희는 저질렀다.'
브랫지와 나는 감형의 희망도 없이 감옥에 갇혀 사는 일이 어떨지를 상
상하고 있는데 허브는 반격의 기회를 포착하였다. 그는 교장 선생에게 이
렇게 말했다.
'잠깐만요,박사님.박사님은 지금 커다란 실수를 하시는 겁니다.'
'뭐라고?'
'박사님이 그렇게 하신다면 박사님 자신의 경력에 큰 손상이 가고 말 것
입니다.'
'무슨 소리냐?'
코헨 박사가 물었다.
그러자 허브가 되물었다.
'우리가 졸업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박사님 자신은 어
떻게 될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 다음에 한 말이 결정타였다.
'우리를 정학에 처하시려면 먼저 공청회를 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공
청회에서는 왜 열 세 살자리 개구쟁이 셋이 한 말만을 가지고 누가 죽었다
고 믿게 되었는지를 따지지 않겠습니까? 박사님이 우리 이야기를 왜 확인
하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확인했어.'
코헨 박사가 대답했다.
허브는 굴하지 않고 할 말을 계속했다. 그는 건방지게도 교장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계속 박사님이라고 불렀다.
'그 정도로 확인했다고 할 수 있나요? 박사님은 전화 한 통화를 하셨을
뿐이지요. 그리고 교환원이 그 전화는 끊겼다고 하자그것만 가지고 생활기
록부에 '사망'이라 표시한 것 아닙니까? 우리 셋은 이미 생활기록부에 줄
이 몇 개 있어요. 그런데 그런 애들이 한 말을 전화 한 통화만 가지고 믿
습니까?'
그리고 나서 허브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퇴학당하고 박사님은 실직하게 됐군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잠깐 멈춘 다음에 허브는 목소리를 낮추어 덧붙였
다.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을 까요?'
허브의 협상은 성공이었다.
그의 첫 번째 고객인 우리 셋 모두에게 완승을 안겨 준 것이다. 코헨 박
사는 그 사건을 잊기로 합의했다. 물론 우리는 제대로 졸업했다.
그 사건이래 허브는 협상군으로써 경력을 쌓아갔다. 오늘날 그의 활동
무대가 기업체의 최고위 수준, 심지어는 국제적인 협상이기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협상에 관해서도 그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
어 은행 대출을 받고자 할 때와 같이 개인적인 수준의 협상에 관해서도 그
는 많은 경험이 있다.
'무엇이든지 협상할 수 있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음과 같이 접근하라. 남자는 조끼를 포함한 회색 양복을 걸쳐라. 여자
의 경우에는 보수적 경향의 정장을 입는 것이 좋다. 값비싸 보이는 금시계
를 차고 파이 베타 카파 클럽(미국의 대학생 친목회. 졸업 뒤에도 회원 자
격은 계속됨. 이런 클럽은 여러개 있으나 그 중 파이 베타 카파는 특히 역
사가 깊고 현재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다수 배출했음.)의 열쇠고
리를 휴대하라.
이런 것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휴대하라. 당신의 친구--또는 측근--세 명
정도를 역시 마찬가지로 차려입게 하여 동행하라. 은행에 가서는 위엄 있
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라.
'수고들 하십니다. 나는 회사를 하나 경영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길에 이
은행을 좀 구경하려 할 뿐입니다. 그 돈은 저쪽으로 좀 치우시오. 돈 같은
것은 필요 없어요. 저 건너편 우체국에 가는 길이에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냥 지나가기만 하라.
그러면 대출부의 책임자가 당신을 은행 바깥까지 따라 나와서 당신을 배
웅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허브의 논지는 말 뿐만 아니라 외양과 보디 랭귀지에 관해서도 성공한
사람의 분위기를 풍기라는 것이다. 절박해 하는 모습을 결코 보이지 말라.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강자의 입장에서 협상 하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봅 울프의 법칙
당신이 임하게 ㄷ 협상이 어떤일에 과한 것이든지, 내 경험에 기초한
한가지 조언은 봅울프식으로 말하라는 것이다. 봅 울프가 미국 연예계, 스
포츠계, 언론계 유명 인사들의 에이전트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우
연이 아니다.
고객들이 그를 찾아오고 그의 상대들 조차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까
닭은 그의 말 속에 무언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실함과 직업 정신, 그리고 유머다. 그의 말이 이 세 가지 요소
를 갖추고 잇기 때문에 그는 협상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에이전트 봅 울프' 라고 항상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봅과 같이 존경받는 사람이 나를 대리한다고 말함으로써 나 자신이 높아지
는 듯한 느낌을 늘 받게 된다.
봅은 결코 위협을 가하거나 상대를 적대시하지 않는다. 그는 협상에서 상
대방을 도덕상의 적으로 보지않고 존중 할 만한 상대로 여긴다. 따라서 그
들을 대할 때 말도 그런 방식으로 한다.
래리 버드를 대리하여 보스턴 셀틱스와 협상을 벌이더라도 결코 '그가 원
하는 대로 구단이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는 훈련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
고 말하진 않는다. 협박으로써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
으며, 협상 도중에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나를 대리하여 테드 터너와 협상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오늘 밤 (래리 킹 라이브)는 지난번에 방송
된 것을 재방송 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 왜냐하면 래리 킹이 방송국에 없
을 테니까'라는 식으로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다.
믈론 이족으로서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점을 봅은 언제나 분명히
한다. 말로 설명해 주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를 만나면 그 점을
분명한 말로 설명해 준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상대를 협박하는 식으로는
좁근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본성에 어긋나고 다라서 그의 방식이 아니
다.
그에게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단기적 승리란 승리에 해당하지 않는
다. 그는 내게 '만일 당장 돈 몇 푼을 손에 넣으려고 상대방을 영원히 멀리
하게 된다면 그쪽과는 다시 계약을 맺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한적이 있
다. 그런 승리는 오래 가지 못하는 얄팍한 승리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허브 코헨도 같은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하비 멕케이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의 경험, 많은 전문가들과의 대화, 그리고 이들 세 명의 친구를
통하여 내가 얻은 비열이 바로 이것이다. 다음 번에도 이길 수 있도록 당
신의 방패를 수리하여 두라.
이 세 명의 성공한 협상꾼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
이 하는 대로 당신이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설명했듯이
그들이 말하는 방식을 따라 할수만 있다면 당신은 오늘 당장 성공할 수 있
다. 물론 내일도 성공하게 될 것이다.

회의
회의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불평할 말이 몇 마디는 있을 것이다. 어떤 회
의든지 생산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러한 역할을 맡아서 수행
해야 한다. 회의가 필요하면서도 불평거리가 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여러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리려 할 때, 또는 함께 무슨 일을 이루기 위
해 계획을 짜려 할 때, 회의를 잘 운영할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반면에 회의가 잘못되면 그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에게 고통만 따를 뿐이
다.
이제부터 화의에 관한 몇 가지 간단한 요점들을 설명하기로 한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거기 참석하지 않으면
된다. 당신이 반드시 참석해야 할 자리가 아니라면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
고 참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 시간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거리
하나를 만들어서 그 때문에 못 간다고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말을 적게 할수록 좋다. 일단 그 자리에 참석했다거 하자. 그런데 진행중
인 논의가 당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그 대화에 불쑥 끼어들고
싶은 유혹이 커질 것이다. 이것을 참아야 한다. 단순히 주의를 끌기 의해
상관없는 말을 꺼내지 말라.
개중에는 자기도 무언가 기여하는 바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 대화에 끼
어들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
끼어들어 한 푼 어치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든다는 평판보다는 필요할 때에
만 말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는 것이 훨씬 낫다.
워싱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캘빈 쿨리지가 대통령에 취임
하여 첫 월급을 건네받았을 때다. 대통령에게 수표를 전하러 백악관에 온
재무성 직원이 수표를 건네주고도 돌아갈 생각을 안하고 멀뚱멀뚱 서 있었
다. 버몬트 주의 시골에서 온 이 촌사람이 그렇게 큰 돈을 받고 어떤 반응
을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미침내 쿨리지가 그 직원에게 뭘 기다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직
원은 각하께서 그 수표에 대해서 무언가 하실 말씀에 있는지 궁금해서 그
런다고 대답했다.
쿨리지는 수표를 잠시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들어 그 직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말없는 캘'(Silent Cal)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말을 적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한 번은 여류 인사 몇 명이 백악관에 초청
되어 차를 마셨다. 그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각하, 여기 같이 온 부인들하고 조그만 내기를 했는데 제가 각하로 하여
금 두 단어 이상 말하게 한다고 걸었지요.' 쿨리지가 대답했다.
'그럼 지셨군요.'(You lose)
그 여자는 내기에 졌지만 쿨리지는 과묵함으로 인하여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토록 과묵한 사람이 일단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 여자가 만일 이 점에 과해서 내
기를 했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남을 바하하는 말은 하지말라. 회의레 자주 참석해 본 사람이면 쓸데없
는 말들이 얼마나 많이 오가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회의의 주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이 사소하고 때로는 순전히 얼빠진 소리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
생이다. 탁자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멍청한 소리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멍
청한 소리라고 가르쳐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해 주고 싶은 욕구
는 걍하게 일겠지만 참아 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참지 못하면 당신에
게 손해다. 말 한마디로 평새의 적을 만들고자 하낟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다.
멍청한 질문이라도 필요할 때에는 할 수있는 자세를 갖추라. 어떤 회의
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한가지 경향은 사공이 없는 배와 같다는 점이
다. 초반에 한 사람이 어떤 주제를 꺼내면 그 다음에 모두가 거기에 대고
이러쿵 저러쿵 하다 보면 완전히 옆 길로 새나가 종잡을 수 없게 되는 경
우가 많다. 이럴 때에는 누군가 나서서 산만한 대화를 추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 산만한 대화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원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직설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그들이 하는 말을 받아서 좀 멍청해 보이는 식
으로 물음으로써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왕이 그렇게 발가벗은 채로 바깥에 서 있었다면 감기에 걸리지
않았을까요?'
준비 없이는 발언하지 말라. 회의에 참석하여 당신이 무언가 발언 하도
록 되어 있다든가, 그렇지는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경우에는 미리 준비하라. 요점을 정리하여 종이에 적어 두는 것이 좋
다. 준비 없이 그냥 말하게 되면 십중팔구 당신의 발언은 장황한 횡설수설
이 되고말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시느이 입장을 지지하려던 사람마저 등
을 돌리게 되기 십상이다. 말이 너무 길어지게 되는 까닭은 자꾸만 곁가지
를 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자꾸만 말이 중간
에 막히고 그만큼 에,저와 같은 군소리가 자주 나오게 된다. 이런 식으로는
발언의 효과를 높일 수 없다.
유머의 사용에 주저하지 말라. 회의에서는 가끔 한 번씩 웃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회의가 지루하게 장시간 계속될 때에는 더욱 그렇다.
80년대 미국에서 임대 아파트를 콘도 미니엄으로 변경하는 일이 성행 할
적에 그 문제를 결정할 회의에 내가 아는 사람이 참석했다. 워싱턴의 한
부동산 회사에서 열린 회의였는데 아주 길고도 지루하게 논란이 계속되었
다. 이미 이야기가 지지부진해서 그상태로는 결론이 날 수 없는 형편이었
는데도 사장은 여전히 나중에 다시 거론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
자 이 친구가 고개를 들고 말하기를
'나는 카톨릭 신자로서 콘도미니엄의 사용을 반대합니다'(카톨릭 교회는
콘돔의 사용을 반대함)라고 했다. 좌중에서 폭소가 터지고 그것으로 회의
가 끝났다.

회의를 주제하는 경우에
가장 중요한곳 세 가지는 첫재도 준비, 둘째도 준비, 셋째도 준비다. 우
선 준비해야 할 것은 '안건이 무엇이냐'하는 것이다. 작은 쪽지에 짤막하게
적은 것일지라도, 어쨌든 안건은 분명하게 처리해서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회의를 진행하면서 다루어야 할 문제들을 빠짐없이 다루었는지
확실하게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회의를 통하여 당신이 얻
거자 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을 한 층 높일 수가 있다.
그밖에 중요한 점 몇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정시에 시작하라. 아주 기본적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얼마
나 많은 회의가 그렇게 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 보라. 사소한 잡담은 회의
가 시작되기 전 또는 끝난 다음에 복도에서 하게 하라. 회의 벽두에 간밤
에 벌어진 축구 경기에 관한 잡담이 벌어지는 데도 사회자가 그냥 놔둔다
면, 그회의를 초점이 명확한 생산적 토론으로 이끌 수 없게 된다.
비단 잡담이 아니더라도 회의 초반의 10-15분 사이에 참석자들이 이 얘
기 저 얘기 하도록 놔두어도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확실한 결론을 이끌어 내라. 자 이제 안거니 무엇인지는 정해졌다고 하
자. 그렇다면 그 각각의 안건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는
첫째,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둘째 '누가 그 일을 맡을 것인가?'이다.
이 점들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회의를 열 필요조차 없다.
확고한 자세를 취하라. 참석자들이 시간을 낭비하거나 서로 누가 잘 났
는지 경쟁하는 흐름을 타지 않도록 분위기를 잡으라. 그렇다고 해서 그들
을 꾸짖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꾸짖지 않고도 얼마든지 사회자가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예를 들면 시간이 그 중 하나다. '이버게 피트 말을 끊어서 미안하네.자
네 말은 잘 알겠지만 다른 안건을 또 올려서 처리해야 하거든'과 같은 방
식으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사회를 맡아보는 입장에서 대장처럼 행동한다든가 쌀쌀맞다는 말을 들을
까 봐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마음을 놓아도 된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주재하여 짧은 시간에 결론에 이르도록 할 수만 있으
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역량을 높이 보게 될 것이고 자기네시간을 절약해
주었다고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반면에 그 사람 각자 말하고 싶은데로 내버려둔다면 회의는 엉망이 되어
버릴 것이다. 회의를 통해 당신이 얻고자 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신의 평판 또한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회의가 엉망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염두 해야 할 점을 세익스피어에
게 물어 보았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여보게 브류터스. 잘못은 회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걸세.'

발표
발표는 일조의 대중 연설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 연설에 관해서는 뒤에
서 자세히 다룰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회의 석상에서 하는 발표만을 다
룬다. 오늘날 발표는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는 시각의 시대인 만큼 청중에게 말로써 당시느이 의사를 전달하는
한편, 그들로 하여금 시각을 통하여 그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효과
적인 방법이다. 환등기, 차트. 각종도표, 구림, 사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로스 페로가 시각적 방법의 효과와 중요성을 다
시한 번 일깨워 준바 있다. 물론 그가 그러한 기술을 발명한 것은 아니다.
광고회사, 자문회사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러한 기숭르 사용해 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자신의 의견을 인상 깊게 전달하는 데에 여러 색채가 사용된 간단 명료
한 도표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학교 선생들 역시 이 점을 오래 전부
터 강조해 왔다. 국민하교 1학년 때부터 시청각 교재의 사용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는 성조기가 도안될 때부터 이미 시각 효과가 정치에서 떼
어 낼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다. 시각 효과의 활용에는 종종 능란한 수
완이 적용하기도 한다.
케네디 대통령의 저서 평화의 전략을 보면 시각 효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가 나온다.
1840년대에는 미국과 케나다 사이의 국경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래
서 당시 미국 국무장관 대니얼 웹스터와 영국 특사 애시 버튼 경 사이에
이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케네디의 설명에 따르면 그 문
제에 관하여 두 나라는 한 치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따라서 웹스터와
애시 버튼 경이 어떤 합의를 도출해 내든지 각자의 본국 정부에 의하여 거
부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자기들이 합의한 조약을 본국 정부에 설명하면서
매우 효과적은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조약이 승인 및 비준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역시 오늘날과 같이 돈독함을 유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케네디는 이렇게 설명한다.
1842년에 미국과 케나다 사이에 ㅋ어진 웹스터-애시 버튼 조약은 두 나
라 모두에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웹스터 장관과 애시 버튼 경에
대해서 국익을 손상시킨다는 비난이 각기 국내에서 드높았다. 전해오는 이
야기에 의하면 웹스터가 미국 상원을 설득하면서 보여준 지도와 애세 버튼
이 영국의회를 설득할 때 걸어 놓은 지도에는 국경이 서로 다르게 표시되
어 있었다고 한다.
즉 각기 의회와 국민에게 우리 나라가 상대방보다 취한 것이 더 많다고
함으로써 그을을 설득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백 년 이상을 끌
면서 말써을 증폭시켜 온 문제가 종식되었다.
그러한 타협의 결과 가능해진 두 나라의 공동 번영이 분쟁의 씨앗이 되
었던 땅덩어리 정체의 가치보다 수천 배 컸음을 후세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따라서 발표를 할 때에는 무엇ㅇ르 말할지, 그이고 그 말ㅇ르 어떻게 해
야 할지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그것ㅇ르 어떻게 보여 줄 지에 관해서도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시각 자료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덧붙일 점이 있다. 그런 자료를 사용하
여 할 때에는 반드시 미리 연습을 해보아야 한다. 말하는 중간에 기재에
말썽이 생겨서 헤매게 된다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하려던 것이 오히려
일을 망치고 만다. 챠트를 펼쳐 놓고는 그 앞을 당신이 가로막고 선다든가,
환등기의 슬라이드를 잘못 끼워서 화면이 거꾸로 나오게 되는 것도 짜증나
기는 마찬가지다.

스텐젤 화법 : 초점을 흐리는 기교
시각 기재는 당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
만 때로는 무언가 모호한 점을 남겨 두는 것이 당신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
도 있다.
이런 일에 관한 전문가는 물론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은 태초부터 애매
모호한 대답을 선호하여 왔다.
특히 어떤 일 또는 말 때문에 책임지고 싶지 않을 때일수록 그들은 질문
을 요리조리 돌려 아무 뜻도 없는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만다. 하지만 이런
일에 있어서 내가 보기에 역사상 최고의 챔피언은 정치인이 아니다. 케이
시 스텐젤이 뉴욕 양키즈 팀의 감독을 맡고 있을 때 그는 정말 그 방면의
도사였다.
말은 많이 하지만 듣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하는 ㅣ술을 케이시는
거의 예술의 정치까지 승화시켰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질문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서, 그리고 심지어는 질문자를 헷갈라게
만들기 위해서 그 기교를 자주 사용했다. 물론 분명히 말하고자 할 때면
그는 누구보다도명료하게 마했다. 하지만 그가 일단 이 전략을 써야할 때
라고 생각하면, 그가 하는 모든 말이 자동적으로 허풍선으로 변화했다. 그
의 말투가 하도 유명해져서 '스텐젤의 화법'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
다.
그가 한 말 중에 걸작도 많지만 1958년 7월 9일 미국 상원 소위원회에
출석하여 한 것이 그 중에서도 최고다. 그 위원회는 '공정 거래 및 독점 금
지 소위원회' 였는데 의장은 테네시 출신의 에스테스 기포버 의원이 맡고
있었다.
당시 메이저 리그는 1920년대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공정거래
법의 적용을 면제받고 있다. 이 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 야구계에
서는 법안 하나를 제안 했는데 그 법안이 상원에서 심의 중이었다. 스텐젤
은 증인으로 상원에 불려 나가게 되었다. 그와 함께 소송된 사람 가운데
에는 미키 맨틀도 있었고 그 밖에 선수 여러명이 그 자리에 나가 각 티므
니 입장을 대변했다.
키포버 의원이 스텐젤에게 맹세코 그 법안ㅇ르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다
음은 이에 대한 스텐젤의 대답 가운데 일부다.
저, 그 문제에 대하여 꼭 이 자리에서 대답을 해야 한다면, 내 생각에는
그 저에서 야구계가 선수들의 협조 덕분에 매우 향상되오 왔다고 봅니다.
지금 나는 연금에 가입해 있지는 않습니다. 여기 나와 같이 온 젊은이들
은 연금에 가입되어 있지요. 그들은 자기 팀을 대표하고 떠한 동료 선수들
을 대표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고 또 내게는 지금 연
금이 나오지도 않기 때문에 말하자면, 오 하느님, 그에 관해서도 여기서 한
마디 해야겠지만서도, 어쨌든 선수들 한테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
수들에 관하여 말하자면 내가 할 말이 바로 그 점이죠. 즉, 그들에게는 잘
짜여진 연금제도가 있다는 점 말입니다. 라디오와 텔레비젼 덕분에 그렇게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노후에 지
불할 돈ㅇ르 마련할 길이 없었을 겁니다.
이 대답은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키포버 상원 의원이
채근했다.
'스텐젤씨, 내 질문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것 같군요.'
별명이 '말 도사'인 스텐젤은 이렇게 받아 넘겼다.
'맞습니다. 의원님. 잘 보셨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 질문에 완벽한 대답
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키포버는 분명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스텐젤 선생, 내 질문은 왜 야구계가 이 법안의 통과를 원하느냐는 것이
요.'
이에 스텐젤은 또 다시 자신의 전략을 구사했다.
기어이 ㅏㄹ해야 한다면 모르겠다고 할 수 밖에 없겠네요. 하지만 내 생
각에 그들이 그 법안을 원하는 까닭은 야구계의 시각에서 볼때, 다른 종목
에 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야구 경기가 계속 이루어지고 야구계
에서 구기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
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목에 대해서는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다만 야구예에 몸담고 있을 뿐 입니다. 야구계는 지난 백 년 동안 어
떤 분야보다도 깨끗했습니다. 텔레비젼 중께료니, 야구장에서 벌어드이는
수입이 얼마니,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일들은 일단 접어두어야 할
겁니다. 나로서는 자세히 모르는 일이지요. 내 이야기는 요즈음 야구 선수
들이 여러 면에서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키포버 상원 의원은 스텐젤이 말을 이어 갈수록 답답해지기만 했다. 하
지만 자신이 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얻어야 했기 때문에 스텐젤을 포기하고
이번에는 맨틀에게 물었다.증인석에서 맨틀이 스텐젤의 바로 옆에 앉았기
때문이였다.
'맨틀씨, 독점 금지법을 야구에도 적용해야 할지에 관해서 어떤 견해가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미키는 탁자위의 마이크를 향해 몸을 조금 수그리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
다.
'제 생각에도 케이시의 생각과 똑같습니다.'

7. 내가 만난 최고의 게스트, 최악의 게스트
내가 강연하러 돌아다닐 때마다 갖아 자주 듣는 질문은 ' 당신 쇼에 출
연한 게스트 중 누가 가장 훌륭했고 누가 갖아 형편 없었나요?' 이다.
이 장에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려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 대답으로부터 말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 교훈ㅇ르 얻을 수 있기 바란다.

훌륭한 게스트가 되려면
게스트의 잠재적 가치와 실제 행동을 평가할 때 나에게는 네 가지 기준
이 있다. 프로듀서와 내가 다음 프로그램에는 누가를 초청할지 궁리할때
처음 고려하는 것은 물론 그 날의 화제와 상대의 스케줄이지만, 그 다음에
는 이 네가지 기준이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 된다. 그 네가지를 모두 갖춘
사람은 틀림없이 쇼를 빛내게 된다. 적어도 그 중 세 가지는 갖추고 있어
야 초청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자신의 일에 대한 열의
2.자신의 일을 시청자에게 분명하고도 흥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그
리하여 시ㅓ자로 하여금 그 일에 관하여 좀더 알고 싶어하도록 흥미를 유
발 할 수 있는 능력
3.무엇에 관해서이든 약간 열이 바친 사람
4.유머 감각, 자신의 약점에 관해서도 툭 털어놓고 농담을 즐길 수 있으
면 더욱 좋음.
토크 쇼의 사회를 잘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화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래리 킹 라이브)는 나에 관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만일 빌 클린
턴이 출연하여 한 시간 동안 나에 관하여 물어본다면 나로서는 재미있겠지
만 제작자들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에 관하여, 특히 자신의 일에 관하여 나름대로 열의
를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게스트로는 적격이다.
하지만 이 점은 토크쇼의 게스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저녁식사
또는 칵테일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에도 그런 점을 갖춘 사람이 환영받게
될 것이다.
화가 나 있는 사람이 어떻게 대화를 잘할 수 있겠느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둘 사이에 관련이 있는 경우가 종종있다.
집앞에 쌓인 눈을 언제 치워 줄 거냐고 시청 또는 법원에 가서 한바탕 싸
우고 온 사람은 대담 프로에서 누구보다도 생동감 있게 말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하려 하는데 계산대의 직원이
자기는 다섯시에 퇴근하니까 다른 사람에게 가서 계산하라고 하면서 가 버
렸다고 하자.
그럽 경우 화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와 비슷한
경우를 한두 번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따라서 대화가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고의 게스트
그 네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사람을 들라면 나는 언제나 프랭크 시나트
라를 든다. 그가 자기 일에 열의를 가지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ㅇ이 틀
림없는 사실이다. 그는 자기 직업에 관하여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뉴저지주의 호보켄에서 자라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수 많은 일을 겪었다. 그 일들이 관하여 항 마이 꽤나 많은
것이다.
그는 대체로 뉴스 미디어를, 특히 기자들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
만 토크쇼라면, 게다가 그 사화자에 대하여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시나
트라는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그런 자리라면
그는 어떤 질문에 대헤서도 대답을 꺼리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 현재, 직
업, 경력, 음악계 등에 관하여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럴때 그가 하는 대
답에는 실질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사람들은 흔히 시나트라가 괴팍하고
성질이 못돼먹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좀 기분 나쁜 것을 물어 보았다가는 욕이나 먹기 쉽상이라고 생
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매우 중요한 점을 놓치게
된다. 시나트라 역시 그 나름의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자신에
관한 농담이더라도 시청자를 유쾌하게 할 수 있다면 전혀 꺼려 하지 않는
다.
그가 게스트로 출현하여 털어놓은 이야기 가운데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
다. 그가 헐리우드의 체이슨즈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데 돈 리틀즈가 와서
무언가 부탁 할게 있다고 했다. 돈은 그때 결혼한 직후여서 그 식당에 처
가쪽 사람들과 같이 왔다고 했다.
'프랭크, 저기 저 사람들과 인사를 좀 나누시지 않겠어요?'
'물론 그럴 수는 없지. 안 되고 말고. 그들더러 이쪽으로 오라고 해.'

그러자 돈은 만일 프랭크가 그쪽 테이블로 가서 인사를 나누어 주면 자
기 위신이 좀더 서겠다고 부탁했다. 그래서 시나트라도 동의하고 그렇게
했다.
시나트라는 식당의 홀을 가로질러 돈의 처가 사람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로 가서 돈의 등을 두드리면서 '훌륭한 분을 만나 뵙게 되서 영광' 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돈 리클즈가 웃으며 쏘아붙였다.
'프랭크, 무게 좀 그만 잡아요. 이건 그냥 사석일 뿐에요.'
프랭크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주 즐거워한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가지고 유머를 부리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질이야말로
토크 쇼 사회자들이 원하는 바인 것이다.
이제 내가 대담 해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게스트 몇 명을 소개
하기로 한다. 이 사람들은 모두 이 네 가지 기준 중에서 적어도 세 가지는
갖추고 있다.
헤리 트루만. 플립 윌슨이 표현한 바와 같이 트루만은 언제나 있는 그대
로다. 그는 나의 기준 네 가지 모두를 갖춘 극소수의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는 항상 자기 일에 열의를 가지고 있었고, 과거든 현재든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꿰뚫고 있었다.
이해하기 쉬운 보통 언어로 자신을 표현 할 줄 알았으며 무언가에 대하
여, 특히 언론과 공화당에 대하여 약이 올라 있었다. 더욱이 그는 자기 자
신에 관한 농담이라도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테드 윌리암스. 그는 내가 본 야구 선수 중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였는데,
동시에 내가 초청한 사람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게스트에 속하기도 했다. 그
역시 트루만이 갖추었던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한 마디로 그는 야구
계의 웨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윌리암스로 하여금 훌륭한 게스트가 될 수 있게 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
지만 그 중 하나를 들자면 그가 뉴스 미디어를 아주 싫어했다는 점이다.
미디어의 각광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출세에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미디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데 뉴스 미디어를 싫어하는 것은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런 사람이 훌륭한 게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윌리암스는 일단 타석에 들어섰다 하면 언론의 보도에 전혀 신
경을 쓰지 않았다. 지난 50년 동안 한 해에 4할대의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오직 그 뿐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위대한 업적을 그는 순전히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 내
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나와서 기자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하
면 -그는 가자들을 '키보드 앞에 앉은 흑기사'라고 불렀다.- 그에게 동감하
는 시청자들의 전화로 방송국의 북새통을 이루었다.
정치에 관하여 이야기 할 때에도 그의 견해는 나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
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가고 없으니 담나 명복을 빌
뿐이다. 나는 그를 게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사랑한다.
리차드 닉슨. 내 기준 가운데 네번째인 유머 감각에 관한 한 닉슨은 겨
우 합격선에 들까 말까 할 정도다. 그가 자신에 관한 농담을 꺼리는 것은
아니고, 단지 그런 농담을 잘 하지 못할 뿐이다. 닉슨은 자신이 농담을 잘
못한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농담을 할 때에는 농담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뻔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을 웃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기준에 관해서는 너무나 탁월하다. 그는 게스트
로서 아주 훌륭하고 따라서 그가 출현하게 될 때마다 나는 항상 환영했다.
분석력에 관한 내 쇼에 출연한 사람들 가운데 그가 최고일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든 그것을 분석하여 듣는 사람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만일 방송국 하나를 소유했다면 닉슨을 고용하여 회
사의 전반적 운영 실태와 장기 목표를 분석하여 어떻게 하면 그 목표를 달
성할 수 있을지 답을 구했을 것이다.
1993년과 1994년에 북한 정부가 미국에 가한 위협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
지 그에게 물어 보았다면, 그 모든 일에 대하여 상세하고, 분명하고, 흥미
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훌륭한 게스트라면 갖추어야 할 다섯 번째 자질 하나를 닉슨은 추가로
겆추고 있다. 그는 여러 다양한 분야에 상당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연예계, 대중 가요 또는 야구에 관한 화제가 나오더라도 그는 막힘이 없
다. 그 중에서도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계에 특히 열의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가진 몇 차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가 되었을 거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그는 한때 사위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와 함께 리틀 야구 팀 하나를 운
영한 적이 있다. 또한 그는 야구 경기를 TV를 통해서ㅁ 보는 것이 아니라
종종 경기자에 직접 가서 구경하기도 한다. 야구장에 갔을 때 닉슨은 두
가지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그 두 가지는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 그는 잘 차려입은 부자들끼리 어울려 앉아 있는 로얄 박스가 아
니라 스텐드 맨 아래쪽에 자리 잡는다. 둘째, 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
리를 뜨지 않는다.
이 다섯 번째 자질 -다양한 분야에 관한 흥미- 로 말미암아 닉슨을 어
떤 토크 쇼의 사회자라도 환영하는 존재가 되었다. 리차드 닉슨이 출현한
다면 중간에 화제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애틀라이 스티븐슨. 스티븐슨이 내 쇼에 출현한 것은 내가 마이애미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이였는데, 당시 그는 유엔
대사로 일하고 있었다. 대담의 서두에서 그는 자신을 '대사님' 이라 부르지
말고 '주지사님'이라고 불러달라고 내게 요청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전에
일리노이 주지사를 지냈기 때문이었다.
말할 때의 스티븐슨은 발음이 분명했고 파란 눈에서는 눈동자가 이글거
렸다. 비록 대통령 선거에서 두 번 낙선했지만, 두 번 다 상대가 아이젠하
워였던 만큼 누군들 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선거에서 이기지는 못
했지만, 사회 보장을 비롯하여 당시 미국 젊은이들이 요구한 문제들을 공
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스티븐슨이 처음이다.
그 다음 성거에서는 케네다가 그러한 정책을 표방하여 당선되었다. 내게
투표권이 나오고 처음으로 투표한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그를 찍었다. 그
런 사람이었던만큼 내 쇼에 초대하게 된 것은 나로서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개인적인 존경을 표시했다. 내가 게스트에게 그렇게
한 것은 내 일생을 통하여 그 뿐이다.
대담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주지사님, 제가 방송중에 이럼 말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만
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주지사님을 찍었습니다. 지사님은 저의 영웅입
니다. 저는 지사님에 대하여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티븐슨은 어떤 경우에나 침착라게 기지를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
가 그렇게 말을 하자 그가 기지를 발휘할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잔주름 진
눈에서 그의 눈동자가 반짝 거렸다.
그리고 그는 이ㄹ게 응수했다.
'우리가 한 번도 만난 일은 없지만 선생을 처음 보자마자 사람들의 성격
판단을 잘하겠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그는 내가 대담해 본 상대 중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심오한 지성과
훌륭한 대화 솜씨를 겸비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서
는 당시의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사실 그는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에 '잘난 척'한다는 악평의 희생물이 되
고 만 것이다. 보통 미국인의 평균 지성을 능가한다는 전이 그에게는 도움
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가 되었다.
하지만 게스트로서 그런 점들은 대담을 더욱 빛나게 한다. 다만 네 가지
기준 가운데 한 가지는 그에게서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즉 그는 결코 화를 내지 않았고, 무슨 아야기를 해도 흥분하는 적이 없
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기준은 그가 많이 가지고 있는 자원이었다. 그 역
시 자신의 실수를 들먹이는 농담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인물이었
다. 이 점은 사실 훌륭한 사람들에게 공통된 한 가지 특징을 그도 갖추고
있었음을 말해 주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지나친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말은 어쩌면 모순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한 나라 또는 이 세
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 자신을 대단하게 여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 정 반대인 경우가 많다. 정부, 기업, 연예계, 기타 분야
에서 지도적 지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바는 한 자
리에서 한 가지 일을 너무 오래 그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의 경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너무 큰 비중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이 점은 훌륭한 게스트 모두에게 공통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자주 발견되는 특징이다.
로버트 케네디. 보비 역시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 였다. 자기 자신에 관하
여 농담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웃길 줄 알았고 그럼으로써 그는 점수를
땄다. 그가 워싱턴 정계에서 얻은 평판은 '매정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
는 그를 인터뷰하면서 전혀 그런 인상을 받지못했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
면 사람들은 놀라겠지만, 나는 그를 가장 재미있는 게스트 중의 한 사람이
라고 평가한다.
그가 웃을 때의 표정은 내가 여태까지 본 사람 중에서 최고였다.
마리오 쿠오모. 현재 미국에서 연설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
는다면 아마도 마리오 쿠오모라고 대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원고를 미
리 준비하고 하는 연설뿐만 아니라 원고 없이 하는 연설에서도 탁월한 능
력을 보인다.
그와 대담을 하다보면 내가 질문을 던져 놓고도 어느 새 나 자신이 그가
제기한 문제에 관하여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1984년에 샌프란시스코
에서 열렸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가 그 유명한 기조 연설을 할 때에 나
도 청중의 한 사람으로 참가하고 있었다. 그 전당 대회만큼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느껴 본 적은 그 전에도 없었고 그 후에도 없었다.
쿠오보가 연설할 때 나는 오클라호마 주에서 온 대위원들 옆에 서 있었
다. 그 중 한 사람이 '저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연설을
듣다보니 내가 왜 민주당원이 되었는지 분명해 지는군.' 하고 말했다. 쿠오
모의 연설에는 바로 이런 종류의 효과를 자아 낼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
다. 무대에 올라가 연단 앞에 서서 말할 때나 아니명 토크 쇼에 출현하여
게스트로 자리했을 때나 이 점은 마찬가지였다.
쿠오모가 내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해 준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1950년데에 그는 피츠버그 파이러츠에 소속된 마이너 리그 팀에서 외야수
로 뛰고 있었다. 하루는 경기 중에 타석에 나갔다가 투수의 공을 머리에
맞고 부상을 입어 그 후 두 경기를 쉬어아 했다. 그 동안 연습도 못하고
하릴없이 앉아서 파리나 잡아야 했다.
그러고 있는데 당시 팀의 총감독을 맡고 있던 브랜치 리키가 찾아와 충
고 한 마디를 해 주었다고 한다. 리키는 내가 어릴 적에 열광하던 브루클
린 템에서 코치로 있었던 사람인데 사람 보는데 천재적은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리키는 쿠오모의 인생 행로에 관하여 이야기 했다. '이보게, 자네는
절대로 메이저 리그에 진출할 수 없을 거야. 그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거
든. 그 대신 자네에게는 좋은 머리가 있지 않나. 그러니 법과 대학에 진학
하게.'
마리오는 결국 리키의 충고를 따랐다. 그리도 그 일화에는 그의 성격에
포함된 두 가지 특성이 나타난다.
즉,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충고를 들었을 때 그것이 도움이 되는 충고라
는 점을 알아차릴 줄 알았고, 아울러 자신의 재능과 한계에 관하여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두 속성은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대
부분 공유하는 특징이다.
빌리 그레함. 이 사람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워낙 대단한 인물이기 때문
에 어떤 토크 쇼에서도 환영받는 게스트가 될 것이다. 물론 내 쇼에서도
그는 일등 게스트 중의 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보통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어떤 일
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오히려 화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든 도와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는 점잖으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의 관심 분야 또한 광범
위하다. 1994년 4월에 그는 북한을 방문라고 돌아왔는데 그 며칠 후에 (래
리 킹 라이브)에 출현했다.
북한의 핵 무기 개발 시도를 둘렀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마찰이 불겨지
고 있던 참이었는에, 그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내
는 모종의 메시지를 받아 가지고 귀국했다. 김일성이 사망하기 석 달 전의
일이었다.
나는 그에게 그 메시지의 내용을 공개헤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한 마디로 잘라서 '인된다'고 대답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을 테니 나
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우리는 주로북한의 대체적 실정에 관하여 그리고 그가 자신의 종교적 메
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하여 구상하고 있던 새로운 계획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그 대담을 통하여 그레함 박사는 뛰어난 대화 솜씨를 다시 한 번 보여
주었다. 그의 말은 언제나 듣는 사람을 매료시키고, 그안에는 항상 풍부한
내용과 정보가 들어 있다.
밀리 그레함과 나는 게스트와 사회자로서 짝이 잘 맞는다. 내 생각에는
내가 불가지론자라는 사실이 거기에 상관되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무
신론자가 아니라 불가지론자 말이다.(무신론자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불가지론자는 단지 모를 뿐이다).
내가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을 물오보기 좋아 한다는 점은 불가지론
과 상관이 있다. 방송 또는 사석에서 나는 자주 여러 사람들에게 신에 관
하여 질문을 던진다.
이와같이 불가지론자들은 계속해서 왜 그런지를 묻기 때문에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적격이다. 특히 상대가 성직자라든가 신학자일 때에 더욱 그렇
다. 반면에 무신론자는 이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가 때
문에이다. 불가지론자의 태도는 '나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기
심을 가지고 '왜' 그런지를 계속해서 물어 본다.
그 질문에 대하여 빌리 그레함은 인간의 능력으로 이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성심껏 답변한다. 지금까지 TV를 통하여 복음을 전파한 사람은 여
럿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이를 들자면 단연 빌리 그레함일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있기 때문에 내 쇼에서는 그를 자주 초청해 온 것이
다.
마이클 밀켄. 미국 증권과 금융계를 뒤흔든 상호 부금 사기 사건과 관련
하여 여섯까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간 소위 '정크 본드의
황제'도 토크 쇼에 나왔을 때에는 훌륭한 게스트였다. 그 사건과 관련하여
그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에 관계없이 이 점은 사실이다.
그는 내가 여지껏 만나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이다. MCI, 터
너 방송회사, 타코 벨 및 기타 미국의 대기업들 사이에 합병을 성사시키면
서 보인 그의 수완이 이를 증명한다.
그와 대담을 할 때면 항상 그의 뛰어난 대화 솜씨를 새삼 느끼게 된다.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솔직하면서도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다. 요즈음
그는 고환암의 치료법을 찾는 일에 자신의 시간, 돈, 정력 및 창의력을 모
두 쏟아 붓고 있다. 또 그 자신이 병마와 싸우고 있기도 하다.
데니 케이. 데니 케이를 한 마디로 설명하라면 데니 케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둘이 만나게 되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얘기하는데, 브루
클린의 동향 출신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를 알게 되면 누구라도 그
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데니 케이는 무대 또는 은막에서 연기 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항상
변함이 없다. 위대한 연기자일수록 항상 자신의 진실된 모습대로 살아가
는 경우가 많은데, 데니 케이는 확실히 그런 사람중의 하나다.
그가 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현했을 때의 이야기인데, 어떤 여성이 전
화를 해서 그에게 물었다.
'케이 시하고 직접 말하게 되리라고는 평생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
어요. 그래서 물어 볼 말도 없네요. 그 대신 무언가 말해 주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제 아들이 워낙 케이씨를 좋아했어요. 그 애는 케이 씨처럼
되고 싶었나 봐요. 맨날 케이 씨처럼 차려 입고 흉내를 냈지요. 그 애한테
는 이 세상이 온통 케이 씨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핵심은 그 다음에 나왔다.
'그런데 그 애는 열 아홉에 전사했어요. 해군 병사로 참전했다가요. 해군
에서는 가지고 있던 유품 하나를 집으로 보내왔는데, 그것이 바로 케이 씨
의 사진이었어요. 내무반에 남겨 놓은 것 중에 사진은 그것뿐이었대요.
그래서 나는 그 사진을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답니다. 그 애 사진 옆
에 붙여서 넣었어요. 지난 30년 동안 난마다 그 두 장의 사진을 수건으로
닦아 왔어요. 저는 케이 씨한테 이 이야기를 꼭 알려 주고 싶었어요.'
그 동안 스튜디오에서는 데니 케이가 울고 있었다. 나도 그랬고 말하는
그녀도 그랬다. 그가 눈물을 삼키고 물었다.
'아드님이 좋아하던 노래가 있었나요?'
'예, 디나를 가장 좋아했어요.'
데니 케이는 그의 히트곡 중의 하나인 그 노래를 불렀다. 한국 전쟁에서
금성무공훈장을 받은 병사의 어머니에게 들려 주었다. 악단도 없이, 피아노
반주도 없이 그냥 혼자 목소리만으로 울먹이면서 불렀다.
그것은 참으로 인간적인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방송을 해 왔지만 그토록
감동 깊은 경험을 해 본 적은 없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데니 케이의 열린 마음 때문이었다. 물론
이 경우에 그가 자신에 관하여 무엇을 토로한 것은 아니다. 대신에 그는
상대방의 느낌에 공감하고 그러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막
상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로젠 아놀드. 나는 로제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그만큼 나는 그녀의 딱
한 처지가 안됐다고 느낀다. 그녀에게는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들이 많았다.
동시에 그녀는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사
람이다.
그만큼 그녀에게는 다양한 면모가 있다. 그녀는 일류 코메디언일 뿐만
아니라 훌륭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전국 방송망을 타는 TV 쇼 프로그램
두 개의 제작자이며 그 밖에 여러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로젠을 인터뷰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녀가 자기 일에 얼마
나 열의를 보이는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의 유머 감각 또한 자기
자신에 관계되는 농담이라고 해서 꺼리지 않는다. 그녀로 하여금 열받게
하는 일이 많다는 점 또한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래리 킹 라이브)에 그녀가 가장 최근에 출현했을 때의 일인데, 그녀는
아주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TV출현 경험이 그토록 많은 사람이 저질
렀다고는 믿기 힘든 정도의 실수였다. 화장을 너무 짙게 한 나머지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를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카메라응 정면으로 바라보지도 못했
다. 상대방과 시선을 맞추는 것은 내가 항상 강조한 점이다.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에서도 그렇지만 TV시청자를 향해 말할 때에도 마찬가지
다. 화장을 진하게 한 정도는 시청자들이 대충 넘어가든지, 아니면 기껏해
야 반쯤 웃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눈동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특히 로제과 같이 대중 사이에 논란
을 불러 일으킨 사람이라면, 시청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ㅇ르 남기게 된
다.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게 있기 때문에 시청자와 카메라를 정면으로 대하
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최악의 게스트
들을 만한 이야깃거리를 흥미진진하게 풀오 놓으리라는 기대 속에서 초
청한 사람들이 막상 나와서는 형편없거나 별볼일없는 이야기로 일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서도 몇가지 배울 점은 있다. 그 교훈이 토
크 쇼 사회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적이 되었든, 감정을 울리는 것이든, 철학적 성찰이든, 똑같은 아야
기를 하고 또 하는 사람은 게스트로서 낙제다.
아니타 브라이언트에게도 게스트로나와서 훌륭하게 대화를 끌어 나갈 자
질은 있었다. 실제로 내 생각에 그녀는 대중 앞에 처음 서기 시작할 때만
해도 말을 곧잘 했다.
하지만 내 쇼에 출현했을 당시에는 이제 막 마음 속에서 일어나기 시작
한 종교적 열정에 너무나 사로잡혀 있었다. 물론 그녀 개인으로 보아서는
그보다 중요한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종교적으로 '새로 태어난' 사람
들은 훌륭한 게스트가 되지 못한다. 그저 종교나 신에 관해서만 말하려 들
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그 한가지 주제말고 다른 화
제로 옮겨 가기가 지극히 힘들다는 점이다. 더욱이 그 주제에 관하여 대화
를 나누더라도 그들이 하는 말은 도무지 다른 사람으로서는 알아 듣기 어
렵다.
봅 호프도 비슷한 이유로 내게 실망을 안겨 준 적이 있다. 호프의 경우
에는 한 가지 주제에 매달렸기 때문은 아니고 말을 줄곧 한 가지 방식으로
만 했기 때문이다. 무슨 질문을 하든지 그는 마냥 농담으로만 받아 넘겼던
것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그는 비공식적 사교 모임에서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다만 카메라 앞에 서기만 하면 그에게는 연기하려는 충
동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물오 보든지 그는 짤막
한 문장 하나로 응수했다. 그렇다고 해서 추상적안 성찰을 통한 경구를 말
한 것도 아니다.
무언가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화제를 꺼내어 물어 보는데도, 그
의 대꾸는 마낭 농담조였다. 코메디언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
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는 때때로 농담말고 다른 이야기
를 원하지 않을 수 없다.
윌리암 러셔는 네 가지 기준 가운데 세가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훌륭
한 게스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인 나를 굉장히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형
편없는 게스트다. 그 대담을 지켜 본 시청자들 역시, 극우파에 속하는 사람
들을 제외하고는,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는 전에 (국민 평론)을
발행한 바 있는 정치 평론가다. 그의 평론은 독설과 독선으로 가득 차 있
다.
러셔가 나를 '그랭글' 했다고 하면 브루클린 사람들은 금방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그랭글'은 사전에 나오는 단어가 아니다. 브루클린에서만
쓰이는 방언이다. 누군가의 성겨을 버아 넘기려니 칠판을 손톱으로 긁을
때 나는 소리를 들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 때 쓰는 말이다.
러셔가 형편없는 게스트라는 마릉ㄴ 그의 정치적 입장이 극우로 치우쳤
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파의 목소리를 목청 높여 대변하는 사람 가운데에
도 훌륭한 게스트는 많다. 뉴트 깅그리치, 패티 뷰캐넌, 댄 퀘일 등이 그런
사람이다. 그들의 견해는 러셔의 견해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러셔와는
달리 그들은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옆에 합석한 다른 게스트와 전화한
시청자들이 피력하는 다른 입장을 경청할 줄 안다.
러셔에게는 그 점이 결여된어 있다. 게다가 그에게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워싱턴 포스트'지의 기자인 필 맥콤이 전한 바가 사실이라면, 리
차드 닉슨이 별세했을 때 러셔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닉슨에 대해서 한 말 중에 가장 심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것은 마
로 살리도마이드 기형아에게 두 팔이 없는 것이 그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닉슨에게 원칙이 없는 것 여시 그의 잘못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을 프랭크 맨키에비치의 경우와 대조해 보라. 맨키에비치는 로버트
케네디의 언론 담당 비서로 일했던 사람인데, 러셔가 오른쪽으로 치우친
만큼이나 왼쪽으로 치우친 사람이다. 그는 닉슨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닉슨은 미국에서 정치로 입신한 사람들 중에서 스스로에
대한 긍지가 가장 낮았던 것 같다. 말하자면 그는 미국 정계의 윌리 로만
이다.'
윌리 로만은 '세일즈 맨의 죽음'에 나오는 인물로서, 사람들이 자기를 좋
아하기는 하지만 '아주' 좋아 하지는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이다.
맨키에비치의 평에는 균형이 잡혀 있다. 미국인 가운데 그 평을 수긍할
사람은 수백만 명에 이를 것이다. 1960년대의 케네디 가의 두 형제 존과
로버트를 보좌했다는 경력은 걷 닉슨의 추종자, 심지어는 닉슨 본인과 목
숨을 걸고 싸웠음을 의미한다.
당시 두 진영 사이의 싸움은 불꽃이 튀는 것이었다. 멘키에비치는 그 싸
움의 한 가운데에서 투쟁했다. 그런데도 그는 닉슨의 심보를 증오한다든가
또는 그 작자는 악당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 인간 또는 대통령으로서의
닉슨에 대하여 차분하고도 사려깊은 평가를 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평가는 그 시대를 함께 겪어 온 미국인 다수가 고개를 끄덕
일 만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러셔의 평은 닉슨의 면모보다는 그 말을 한 사람이 어떤 종
류의 인간인지를 보여 주고 있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러셔조차도 내
가 겪어 본 최악의 게스트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 자리는 로버트 미첨이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딱 한번 내 TV쇼에 출현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지금까지도 그가
그날 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가끔 영화에서 까만 모자
를 쓴 악당역을 맡은 적도 있긴 하지만, 대개 미첨은 말이 없으면서도 강
인한 존 웨인 스타일의 역을 맡아 왔다.
둘 사이의 차이는 웨인이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는 한편도 없다는 점 뿐
이다. 그리고 웨인은 언제나 흰 모자를 쓴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말 대신에
행동으로 무언가응 보여주는 남자다운 서부 영웅의 역을 연기했다. 그렇지
만 그건 단지 영화의 배역을 따름일 거다. 실제로는 어떨까? 원래 그렇게
말이 없을까?
웨인을 인터뷰해 보지는 못했지만 미첨에게는 말을 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다.-내가 그에게 말을 내가 그에게 말을 했을 뿐이다. 나를
약올리려 그랬는지, 즐겁게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었는지, 그날 밤 거기 나
오고 싶지 않았는지, 저녁 먹은게 체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
었는지는 지금도 알쏭달쏭한 일이다.
이유야 무엇이건 간에 그 사람이 말해 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대화는
마냥 다음과같은 식이었다.
'존 휴스턴 감독와 같이 영화 찍을 때는 어땠나요?'
'별문제 없었소.'
'하지만 존 휴스턴 감독 밑에서 연기할 때와, 이를테면 존 스비스 감독
밑에서 연기ㅎ하는 데에는 뭐가 달라도 달랐을 어 아닙니까?'
'아니 다를 거 없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의 대답은 복수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었다. 그런
데 그 다음부터는 그의 입에서 아예 한 단어밖에는 끌어 낼 수가 없었다.
뭐든지 '예', '아니', '응'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 가장 유명한 배우 중에 한 사람이었던 로버트 드 니로
에 관해서 물어 보았다.
그의 대답은 '만나 본 적 없소' 였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실망했다. 시청자들이 실망할 것을 생각하
니 실망은 더욱 커졌다. 미첨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대중의 영웅으로써
거의 숭배의 대상으로까지 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 점은 나 개인에게도 해당된는 일이다. 브루클린에서 허브 코헨이나
데이비 프라이드 등 친구들과 같이 토요일 오후에 벤슨 극장에 가서 영화
보던 시절에 미첨은 우리 편의 영웅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으로 하여금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혼자서 틀오박혀 바깥 세
상과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일이란 참으로 고통스
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로버트 미첨의 경우는 한 가지 교훈을 말해 준다. 당신이 역사상 ㅈ가장
뛰어난 말꾼이 되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거나,
고문을 가하거나. 뇌물을 쓰는 일조차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입을 열게 하기는 불가능하
다.
그런 경우에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을 찾이 보는 것이 현
명하다. 만일 당신이 토크 쇼 진행을 맡고 있다면, 프로듀서에게 그 사람을
다시 초대하려고 애쓸 것 없다고 말해 주는 것이 조금 더 현명할 것이다.

8. 말을 할 수 있는 한 실언은 나온다.
언어가 있어서 의사 소통을 시작한 때부터 인류는 실언을 해 왔다. 오늘
날과같이 매스컴이 발달한 시대가 그 먼 옛날과 다르다면 실언이 좀더 극
적으로 그리고 규모가 크게 일어난다는 점일 것이다.
라디오 방송이 처음 전파를 타기 시작한 이래 방송인들의 실수는 방송의
역사를 풍부하게
해 준 일면조차 있다. 초창기의 유명한 실수로는 해리 본젤의 것이 있다.
대서양 연안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전국의 청취자들이 귀를 기울인 가
운데 그는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이렇게 소개하였다.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메리카 합중국의 데텅령 후버트
히버씨를 소개합니다.'
물론 실언은 방송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누구
나 하는 것이나 만큼 실언을 했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다. 당신 말을
듣는 사람들이 친절한 사람이라는 신념을 가지도, 얼른 실수를 떨쳐 버리
고 하던 말을 계속 하도록 하라.
해리 본 젤 역시 얼른 떨쳐 버렸다. 후버의 이름을 잘못 부른 실수는 그
뒤 방송계에서 전설적인 실수가 되었지만, 그 때문에 그의 경력에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성공하였고 나중에 텔레비젼이 등장하자 그쪽에서
도 성공하였다. 그는 사회자로서 명성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배우로도 성
공하였다. 1950년대에 방송되었던 인기 프로그램 '조지 번드 앤드 그레이
시 앨런 쇼'에 나오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내가 말 잘하는 비결에 관하여 책을 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게는 실수가 찾이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나간 나날을 돌이켜보
노라면 자랑스러운 일도 있는 반면에 잊고 싶은 일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일수록 잊을래야 잊혀지지 않는다.

실언이 주는 부정적 암시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가장 창피한 실수는 마니애미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플레이저 빵집의 광고였는데 빵집에서 내세우는 구호는 '빵 중에서
최고의 빵집' 이라는 것이었다.
새로 내놓는 광고의 맛을 보다 신선하게 하려는 생각에서 광고주와 대행
사에서는 그 광고를 생방송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을 내가 맡게 되었
다. 저녁 뉴스 중간에 나가는 광고로서 TV 방송국 세트를 돌아가며 해야
했다. 첫번째 방송국에서 광고 문안을 주욱 읽고 나서 마무리로 그 구호를
맡아했다.
'방 중에 빵은 플레이져 빵집.'(Plager Brothers - The Brest in Bed)
이 정도면 실수로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이런 실수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도 나는 두번째 방송국에 가서도 똑같이 하고 말았다.
세번째는? 거기서도 마찬가지.
이렇게 된 까닭은 첫번째 실수를 저지르고 난 다음 또 '그렇게' 할까 봐
너무나 걱정이 컷기 때문이다. 그 실수가 입 안에서 뱅뱅 돌고 있으니 또
다시 혀가 그렇게 돌아갈 수 밖에. 실수를 했을 때 얼른 그것을 떨쳐 버리
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실수를 돌이켜 생각하고 다시 그 말이 튀어 나올까 봐 걱정하지 말
고, 그 실수가 없었던 듯 계속 나아가야 한다. 다시 그럴까 걱정하면 틀림
없이 또 그렇게 된다. 실언이 주는 아미에 걸리기 때문이다.
조지 번즈는 친한 사람들에게 이와 비슷한 종류의 암시를 잘 거는 버릇
이 있다. 그의 보조역을 특히 잘 해 낸 코메디언으로 잭 베니가 있는데, 두
사람은 뉴욕 시의 동부 지역에서 자랄 때부터 친한 친구 사이였다.
베니는 번즈가 아무 말 없이 그냥 방에 들어오기만 해도 웃음을 터뜨리
곤 했다. 물론 번즈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즐겁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베니에게는 깊은 암시가 되었기 때문에 조지가 웃지 말라
고 할수록 그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넬슨 에디와 듀엣을 이루어 인기를 끌었던 지넷
맥도날드라는 가수가 있다. 그녀는 일요일마다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저
녁 식사를 했는데, 한번은 번즈와 베니도 손님 중에 포함되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 사이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이것은 전적
으로 조지가 시작하여 그렇게 되었다.
조지는 자기 보조역을 맡기기에 적당할 성싶은 사람을 보면 우선 암시부
터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니는 언제나 번즈의 조역을 맡기에 안성맞춤
이었다.
"어이, 잭, 자네 이번 일요일 저녁 때 저넷 맥도날드네 집에 갈 건가?"
"그럼 가야지. 내가 초대 거절하는거 보았나? "
"그럼 저녁 먹은 다음에는 저넷이 노래 몇 곡 부르는 것도 알겠그먼."
"당연하지, 거기 가는게 이번이 처음으 아니니까."
그런 다음에 번즈가 주의를 주었다.
"그때 웃으면 안 돼."
"웃을 이유가 있어?"
"어쨋든 웃지 말라구."
일요일이 되었다. 번즈가 베니에게 전화해서 자기 차로 같이 가게 데리
러 간다고 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명심하라구. 웃으면 안 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저넷 맥도날드가 노래 부르려고 일어나자마자 베니
는 웃음을 못 참게 되었다. 그 옆에서 번즈는 꼬마 악마와 같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라스베가스의 무대에서 드 사람이 코메디를 할 때에 번즈가 그
냥 신문을 보는 양 앉아만 있어도 베니로서는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이런 종류의 암시 때문이다.
이 일화들을 소개하는 데에는 까닭이 있다. 마음 속에 걱정이 자리잡을
여지를 마련해 줌으로써 어떤 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를 보이기 위함
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이미 당신 자신
이 그 일이 일어나도록 부추가는 면이 있는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 자체를 마음 속에서 몰아내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는 집중력, 노력 그리고 결단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이다.
혀가 잘 안 돌아가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 실언의 전부는 아니
다. 그리고 모든 실언을 다 스스ㅗ의 노력에 의하여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예 하나를 소개하기로 한다. 마이애미 돌핀스 팀의 미식 축
구 경기를 중계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1960년대 후반의 어느 날 이었는데, 마이애미 팀이 버팔로 빌즈 팀과 경
기를 하는 날이었다. 경기의 실황 중계를 맡은 아나운서는 조 크로건이었
고 나는 해설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경기를 시작하기 작전에 돌풍과 함께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
다. 그 돌풍이 어찌나 강했던지 우리가 준바해 두었던 서류를 모두 날려
버렸다. 광고, 각종 통계, 성수 명단과 포지션 기타 등등 모든 자료가 날아
가 버렸다. 그것들이 아예 경기장 밖으로 멀리멀리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곧 경기가 시작되었다. 돌핀스 팀의 선공으로 시작되는 것을 진눈깨비
사이로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빌즈 팀의 선수들은 누가 누군지
전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계속 내리는 눈으로 말미암아 등번호가 보이지
않았고, 경기장 안의 야드 표시선 역시 금방 눈으로 덮였다.
참으로 속수무책이었다. 눈앞이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저 아래
운동장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잇는지 알아낼 길이 없었다.
어떻게 한다? 따뜻하고 아늑한 마이애미를 출발할 때만 해도 우리는 경
기 상황을 정확하고 빠짐없이 마이애미의 청취자에게 전하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실황 중계라는 것이 무의미
할 것이었다.
먼저 우리는 이리 호 연안을 비롯하여 나이애가라 폭포 주변의 기상 조
건이 최악임을 청취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는 중계 방송을 시작했다. 그 중계 방송은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
는 아니겠지만 어쨋든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독특했다.
"누가 공을 가지고 달려갑니다... 누군가 패스되는 공을 차단하여 떨어뜨
렸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패스를 받았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그를
태클합니다... 쓰로졌습니다. 아닙니다.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군
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에게는 아직 선수 명단과 포지셩 챠트가 없었다.
양 팀의 공격과 수비 진영의 선수, 등번호, 이름, 포지션 등을 표시하는 도
표가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경우에도 그것이 없이는 중계
방송이 지극히 곤란하다. 하물며 그런 악천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그것이 그야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스탭들에게 알려 그 자료를 한 벌 새로 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이
당연히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가 불라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제였
던 것이다. 우리는 구장 꼭대기에 있었고, 그들은 맨 아래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마저 꽁꽁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제 1쿼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조와나는 그런 식으로 중계할 수 밖애 없
었다. 날씨는 여전히 마찬가지 였지만, 제 2쿼터가 시작할 즈음에 엘리베이
터가 움직였다. 그 덕에 선수 명단과 포지션을 건네 받ㅇ르 수 있었다. 시
야는 여전히 진눈개비로 가려 있어서 선수 개개인을 확인 할 수는 없었지
만, 대충 어림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악천후가 우리의 잘못은아니다. 우리로서는 전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
는 상황에 처했을 따름이다. 그 때문에 당황했더라면 거기에 우리 자신의
실수를 자꾸만 더하여 사태를 악화시켰을 것이다.
우리는 청취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에게 그날 모든 말썽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래시켰다. 악천후가 문제의 근원이었고, 그것은 겨울 할아버지
의 잘못이지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모두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돌핀스 팀과 관계된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돈 슐라 감독으로 부임한
직후에 있은 경기에서, 주전 풀백으로 뛰던 래리 송카가 부상을 입었다.
게임이 끝났을 때 나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인터뷰를 위해서 라커 룸
으로 갔다. 거기서 의무실에 누워 있는 송카를 보았는데 그가 손짓으로 나
를 불렀다.
슐라는 의무실에서는 인커뷰를 하지 못하게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송카와 나는 몇 마디를 주고받
았고, 그 대화는 그대로 벙송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라커 룸에 있던 슐라가 문틈으로 우리를 발견하고 내가
손에 쥐고 있던 마니크 역시 그의 시야에 잡힌 것이다. 슐라는 목이 찢어
져라 고함을 질렀다.
"너희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송카는 생방송중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능청을 떡고 있었다.
"저사람이 지금 누구한테 소리지르는 거지요?"
슐라는 나를 밖으로 내쫓았다. 하지만 내게는 아나운서에게 준비된 비상
수단이 있었다.
"이상 인터뷰를 마칩니다. 스튜디오 나오세요."
그날 저녁 모두 모여 파티를 하는 자리에서 돈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아까 그거 방송중이었나?"
내가 그렇다고 하자 슐라의 얼굴이 실망으로 덮였다. 팬들이 그 욕을 다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로는 다음과 같이 위로해 주었다.
"걱정마, 돈. 아무도 당신 이름은 말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름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그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었
다. 마이애미에서 슐라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아예 말도안되는 실수를 저지른 적도 있다. 역시 돌핀스 팀 경기의 TV
중계 방송에서 해설을 맡았을 때였다. 하프 타임이 되어 광고가 들어갈 시
점에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만 것이다.
"여러분 지금 볼티모어 콜츠 상회 관악 협주단의 시범을 보고 있습니
다."

어떤 상황에서도 쇼는 계속 진행하라
한 번은 라디오 쇼를 진행하면서 게스트에게 자녀는 몇이나 두었냐고
물은 적이 있다. 통제 실에서 이 말을 들은 스태프들은 기겁을 했다. 그 게
스트가 카톨릭 신부였기 때문이다.
나는이 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결혼 생활의 언저리를 맴도는
질문을 했다. 그 신부가 마침내 신부들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낸다
고 나지막하게 말해줄 때까지 나는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
왜 그런 멍청한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질문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냥 습관적으로 나왔을 수도 있겠
다. 대담의 초반에 청취자들에게 그 게스트의 배경을 간단히 알려 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까닭이야 어찌되었든지 그 질문은 어
리석기 그지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 점을 깨닫자 나 역시 말문이
거의 막혔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하낟. 나는 곧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감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마이애미에서 독립 기념일 페스티벌을 하는
데 내가 그 사회를 맡게 되었다. 온갖 깃발이 펄럭이고 각종 음악이 준비
되고 클로드 페퍼 의원의 연설 순서도 준비된 성대한 행사였다.
행사가 워낙 거창해서 주최측에서는 무대를 두 개나 마련하여 약간의 사
이를 두고 붙여 놓았을 정도였다. 사회자가 소개되자 나는 무대위로 뛰어
나갔다. 그런데 그만 무대 사이의 틈에 발이 빠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는
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런 와중에서도 핸드 마이크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상황
에서 내가 힐 수 있는 최대한으로 행동했다.
즉, 그 와중에도 마이크를 이용하여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 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갑자기 내가 무대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군중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러므로 나의 그러한 대응은 적절했다. 사람들의 시야에서 내가 사라지
자마자 스페커에서는 내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단지 무대에서 떨어졌을 뿐입니다. 걱정하지는 마세요. 다친 데는 없으
니까요."
잠시 영문을 몰라 어리둔절하던 군중들은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그 사
건으로 말미암아 그들은 오히려 즐겁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일
이 내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잘 끝
났다.
실수아니면 그보다 훨씬 심한 재앙을 미연에 방지한 적도 있다. 마이애
미에서 친하게 지내던 짐 비숍이란 친구가 내 쇼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는 신문의 칼럼도 쓰고 책도 쓰는 친구인데, 그 무렵에 이미 존경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특히 그의 문체가 평이하고 보통 사람의 언
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사랑을 받았다. 그는 한때 알코올 중독으로 고
생한 전력이 잇었지만 그 때에는 술을 끊은 지2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 찬구가 그 날밤 완전히 취해 가지고 방송국에 나타난
것이다. 그가 술을 다시 입에 대는 것을 본 것은 그날뿐이다. 방송에 출연
하게 되어서 초조한 나머지 술을 통하여 깅운을 좀 얻어 버려고 그랬는지
도 모른다.
짐이 그 상태인 것을 목격하고 나니 이번에는 내가 초조해졌다. 보통 사
람이 쓰는 평이한 언어 더하기 술이면 답이 무엇이겠는가? 방송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 나올 것이 뻔했다.
그것은 실수로 보아 넘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연방
방송 위원회에서 방송국의 면허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나는 보
따리를 싸고 브루크린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방송국에서 차표야 사
주겠지만 왕복표는 아닐 테니까.
친구라고 봐줄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다. 무언가 긴박하게 그리고 신속
하게 행동히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둑 다친다. 통제실에 유리창
너머에 대기하고 있는 기사에게 손짓을 보내고 '방송중'이라는 표시등을 켜
도록 했다.
부링 들어오는 것을 짐도 보았다. 그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참에
나는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짐, 고맙습니다. 아주 좋은 시간이 되었오요.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
다. 안녕히 가세요."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짐 여시 내게 고맙
다고 인사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청취자로부터 전화를 받아
그 시간을 때웠다.

코를 골다니!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은 대가를 치른 실수는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내가
낸 소리 때문이었다. 방송이 나가는데 코를 골았던 것이다. 왜 그랬냐고?
그 까닭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대답해 줄 수 있다. 잠에 골아떨어졌기 때
문이다.
1959년 새해 첫날 아침 마이애미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전날 밤에 나는
개경주장에서 장내 아나운서로 일했다. 그 일이 끝나고는 망년회장에서 갔
다.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망년회에 참석한댔자 별로 할 일도 없지만
참석은 했다. 그 자리가 파하자 새벽이 되었고, 6세부터 9시까지 WKAT방
송에서 내가 맡은 토크 쇼가 있어서 그것을 진행했다. 이제 남은 일은 9시
30분에 한 마디 하는 일뿐이다.
10시에는 그 다음 프로그램 진행자가 나올 것이고 나는 그 때 퇴근하면
된다. 9시부터 10시까지는 ABC방송의 '돈 맥닐의 아침 대담'이 중계된다.
다만 9시 30분에 잠깐 삽입되는 것이 있는에 그것만 하면 내 일은 끝나는
것이다.
내 쇼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나는 줄곧 '잠들면 안 돼'를 속으로다짐하여
야 했다. 방송국에는 나말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었다. 새해 첫날 아침이
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쇼를 끝마칠 수 있었고, 그리고는 ABC에서 오는
프로그램의 중계 스위치를 켰다. 이때까지 나는 만 25시간 동안 잠시도 눈
을 붙이지 못했다.
9시 30분이 되자 돈 맥닐이 '여기는 ABC 라디오 방송입니다'라고 말했
다. 이 큐 신호로 해서 각 지방의 ABC가맹 방송국에서는 자선의 방송국
이름을 대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ABC의 스위치를 내리고, 내 마이
크를 잡고 거기에다가 '여기는 마이애미 비치의 WKAT방송입니다'라고 말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ABC 스위치를 올리면 된다. 방송국 건물은 표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ㅇ었기 때문에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스튜디오 안이
훤히 보였고, 아나운서나 기자들이 하는 일하는 모습도 밖에서 볼 수 있었
다.
맥닐의 신호에 따라서 나는 ABC 스위치를 내렸다. 그리고 내 마이크를
잡아당겼다. 그것으로 그만 잠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날 아침 WKAT를 틀어 놓은 사람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이상
한 소리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겠지만 사실은
바로 내가 코고는 소리였다.
내가 다시 스위치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돈 맥닐의 아침 대담' 역시
소개될 리 없었다. 이상한 소리만이 마냥 계속되었다. 음악도 없고 광고도
없고 아나운서의 말도 없이 그냥 그 소리만 계속 나갔다.
청취자들이 방송국에 전화를 해댔지만 전화받는 사람도 없었다. 행인들
이 지나가다 WKAT방송국을 들여다보니 누군가가 마이크 앞에 쓰러져 있
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싸이렌이 울리고
소방차가 오고 구조대가 달려왔다.
구조대는 건물 앞면의 유리창을 도끼로 깨고 들오왔다. 청취자들에게 이
번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무슨 유리창 같은 것이 깨지는 소리가 둘렸을
것이다. 그리하여 갈수록 궁금증만 커졌으리라. 소방대원과 구조 대원들이
내게 소리쳤다.
"무슨 일이예요? 다친 데 없어요?"
부시시 잠에서 깬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야단 법석이고 여기저
기 유리 조각 천지가 된 것을 보고는 그저 '어?' 했을 뿐이다.
다음날 아침 나는 사장실로 불려갔다. 사자은 프랭크 카첸타인이었는데
대령으로 예편한 사람이라서 우리는 그를 대령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우선
내게 해고를 통고했다. 그 다음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었다.
"나는 자네를 좋아해. 자네는 재능이 많거든. 설명할 수 있겠나? 내가 자
네를 해고해서는 안 될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해보게."
나느 되물었다.
"대령님, 제가 어제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
"아니, 모르겠네."
"마이애미 소방대와 구조대가 긴급 사태에 얼마나 빨리 출동하는지를 시
험해 본 겁니다."
그는 해고를 취소했다. 하지만 유리창 값은 내 주머니에서 지불해야만
했다.

말을 아무리 잘하는 사람, 협상을 아무리 잘 하는 사람, 기타 어느 분야
에서 최고봉에 오른 사람이라도 실수는 한다. 야구의 통계를 낼 때에는 처
음부터 한 칸을 따로 떼어 실책의 횟수를 재기까지 해야한다. 그러니 실수
를 했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옛날부터 이런 마도 있지 않
은가?
'실수를 두려워 하는 사람은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다.'

9.훌륭한 연설 : 준비 그리고 연습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ㄹ듯이 연설에서도 첫 경헙이란 떨리는 일아다.
대화를 아주 잘 하는 사람들도 처음 연설을 하게 되면 종종 두려움을 느낀
다. 어떤 사람은 경험이 아주 많은데도 연설을 할 때마다 공포를 느낀다.
사람들은 대중 연설을 하는 데에 무슨 비책이라도 있는 것처럼 생각한
다. 그 문제에 관한 책들도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연단에 서기 전에 연설
대학원 과정이라도 밟아야 하는 양 생각하기가 쉽다.
나는 해마다 수차례에 걸쳐 강연과 연설을 하러 다닌다. 청중이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변한다. 그런 까닭에 청중을 기본적으로 딱 꼬집어 무엇이
라고 규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때마다 연설을 잘하기 위한 나의 비결은
아주 간단하다.
나는 대중 열설이라고 해서 굳이 특별히 다른 망식으로 말해야 한다고
여기디 않는다. 어차피 내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일 따름이다. 어떤
점에서 보면 연설은 대화보다 쉬운 점이 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어디로
끌고 나갈지의 문제가 전적으로 연사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당
신에게 "정말 그래요? 어디 설명을 좀 더 해주시겠습니까?" 하는 식으로
흐름을 끊지 못한다.(물론 연설이기 때문에 생기는 약점도있다. 예를 들어
이야기 준간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빠져 나가는 수단 같은 것이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
이 점을 염두해 둔다면 연설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
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진다. 당신이 잘 아는 일에 관해서 망을 해야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점은 너무나 당연해서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지 보른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뻔한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지
한 번 샐각해 보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별로 잘알지도 못하는 주제를
꺼냈다가 위기를 맞는 것이다. 그 위기는 다음과 같이 양면에서 찾아온다.
1. 만일 그 주제에 관하여 청중이 당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면 그들은
금방 지겨워 할 것이다.
2. 당신이 그 주제에 관하여 어딘가 불편히게 여긴다면 당신의 행동 역
시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주제를 정할 때부터 당신이 잘 아는 주제를 정하는 것이 좋다.
만일 할 수 없이 광범위한 주제에 관하여 연설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당
신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인 다든가 하는 식의 개인적인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성지 순레를 하고 돌아와서 교인들 앞에서 그 여행이
어떠했는지를 소개하는 자리라고 하자. 이런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PLO 사
이의 강화조약의 의미를 분석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다. '당
신' 이 본 것, 그리고 '당신' 이 만났던 사람들이 그러한 정치적 사건을 어
떻게 받아들이거 있었는지만 말해 주면 된다.
그렇게 접근함으로써 틀림없이 당신 자신이 훨씬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청중 또한 부담없이 당신의 이야기를 즉길 수 있게 될 것이
다.

내 생애 최초의 연설 - 열세살 때
나는 열세살 때 처음 연서릉ㄹ 했다. 그 때 나는 내가 아주 잘 아는 이
야기를 주제로 정했다. 유태인 소년은 누구든지 일생에 한 번 13세가 되었
을 때 성인식을 갖는다. 당시 우리집은 돈의 여유가 없었다.
아버지가 3면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머니 혼자서 생계를 꾸려야 했
던 것이다. 영세민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당시 우리 어머니의 가장 큰 꿈이었다. 내가 성인식을 치룬 얼마 뒤에 우
리 집은 보조금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쪼드리는 살림이었지만 어머니는 나와 내 동생의 성인식만은 치루어 주
었다. 성인식에서 당사자는 사람들 앞에 나가 연설을 한 마디 해야 한다.
그때까지 나는 학교 교실에서 앞에 나가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불러 본 것을
빼면 남들 앞에 나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럼데 그 자리는 진짜로 내가 청중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청중의 대부분 역시 내 또래의 꼬마들이 아니라 어른들이었던 것이
다.
그래서 그들과 같이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나는 아
버지 생전에 내가 얼마나 아버지를 존경했는지를 얘기했다. 그리고 일주일
에 엿새 동안 식당을 경영하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나와
함께 지냈음을 얘기했다.
ㄹ하워드가에서부터 사라토가 공원까지 아버지와 산책하던 추억도 들려
줬다. 그럴 때면 아버지는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면서 "엄마한테는 말
하지 마라. 저녁 먹을 때가 되었는데 군것질 시킨다고 나무랄 테니까" 말
씀하시곤 했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공원이나 아니스크림보다도 마버지와 나눈
이야기를 훨씬 소중하게 느껴ㅈ다고 덕붙였다. 또한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조 다마지오가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의 양키즈 팀에 대한 이야기며, 1941
년 루 게릭의 장례식에 가 본 이야기등을 내게 해 주었다.
어떤 때는 그날 유태인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묻기도 하였다. ㄱ,리고는
당신이 스무살 때 머물 곳을 찾아 떠나면서 러시아를 택하지 않고 미국으
로 온 것이 참으로 다행이ㅓㅆ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이런 추억들을 나는 청중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이고 내가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사라토가 공원에서 나를 향해 말하던 그의 숨결을 느낀다고
말했다.
내 경우에 성인식에서 아버지를 주제로 이야기한 것은 당연한 일ㅇ리 수
밖에 없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아버지가 마땅히 화제의 초점이 되어야 했
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내게는 사람들 앞에나가 말할 만한 얘깃거리로 마땅한 것
이 없기도 했다. 내가 편안한 기분이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에
관한 것뿐이었다. 아버지에 괸해서라면 자신있게 그리고 자세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연설을 끝마치자 어른 몇몇이 내게 와서 칭찬을 해 주었다. 나 스
스로도 그들과 추억을 나누는 일이 썩 괜찮은 일이었다. 내가 '말하는 직
업'을 갖기로 결심하게 된 데에 이 경험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유비무환 : 준비와 연습
연서을 잘하기 위한 두번째 열쇠는 준비하는 것이다. 항상 대비하라는
것이다. 방금 앞에서 말한 애 충고에도 익히 알고 있는 주제를 선택한 경
우라면 연설의 준비가 특별히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점들을 염두해 두면 당신의 생각을 존더 효율적으로
조직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1.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서두에서 밝혀라.
2. 본런을 이야기하라.
3.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요약함으로써 마무리하라.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미리 밝혀 두면 청중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따
라 가기가 훨씬 쉬워진다. 말미에 가서 그 이야기를 한 번 더 요약해 주면
요지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이 때에는 서두에서 한 표현을 그대로 다시 한 번 되풀이하기 보다는 약
간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연설을 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번번히 그 준비를 위하여 많
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나를 연사로 초청하는 사람들이 대개 원하
는 주제는 내게 아주 익숙한 일들이다.
예를 들면, 토크 쇼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 클린턴, 부시, 퍼로말고도 기
타 대통령 후보자들이 내 쇼에 출연했을 때의 이야기, 고어와 페로 사이의
TV토론에서 내가 맡았던 경험담, 방송 매체가 활자 매체에 미치는 영향과
상호 관계의장래, 또는 옛날 브루클린 다저스 킴에 대한 이야기들과 같이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주제들이다.
따라서 내 연설에 앞서서 내가 특별히 해야 할 숙제는 없다.
하지만 전에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주제에 관하여 열설하게 될 경우
에 사전 준비는 필수적이다. 이 준비는 여러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 그 가
운데 가장 좋은 방법을 그때그때 선택하면 되될 것이다.
먼 저 연설할 때 할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원고로 작성하여 연단에서 그
대로 읽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연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
할 때에는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원고를 사전에 여러 번 읽고 숙지하
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연단에서 청중을 향해 머리만 숙인 채 마냥 원고나 들여
다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요점만을 간략하게 정리하여 그것을 토대로 연설을 행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사람은 메모지에 요약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파일 카드를 사용하기
도 한다. 요점만을 메모해서 연설하게 되면 몇가지 좋은 점이 있다. 연설이
좀더 즉흥적이 되기 때문에 생동감이 있게 되고 머리까지 숙여 가며 원고
를 들여다볼 필요도 없게 된다.
또한 단순히 말뿐만 아니라 온몸을 다 사용하여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첫번째 방법보다 반드시 낫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당신에게 가장 편한 방법을 찾아서 그대로 하면 된다.
원고를 작성하든지 아니면 요점만을 메모하든지 사전에 충분한 연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연설을 여러 번 마리 연습해 봄으로써 그 내용, 속도 그
리고 표현 방식 등을 익혀 두어야 한다.
거울 앞에서 연습한다든가, 아니면 가족 또는 동료를 청중으로 삼아 그
앞에서 연습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연습을 할 때에는 시간을 재도록 하는 것이 좋다. 원고를 작성할 때, 또
는 요점을 정리하면서 생각한 것과는 달리 막상 해 보면 내용이 너부 길거
나 너부 짧게 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당신에게 할당된 시간이 얼마나 되
는지를 알아보고 그 시간에 맞추는 연습 또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연설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이 맡은 연설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당연해 보이는 일이지만 무
심코 자나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 한창 연설 경험을 쌓아 나가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
다. 그때 나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일이 하도 즐거웠기 때문에 어
떤 자리든 불러 주기만 하면 마다 않고 수락하였다.
대중 연설가로서 명성을 얻고 싶은 의욕에 불타서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 '사례비야 당신이 주고 싶은 만큼 주시오' 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돈이 없다구요? 그럼 무료로 합시다.때와 장소만 일러 주시오 그러면 가리
다,' 이런 식이었다.
하루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전화가 왔다. 마이애미 로타리 클럽의 화장에
게서 온 전화였다. 6월에 클럽 정기 총회가 있는데 거기서 연설을 좀 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직 1월이었으니 반 년 뒤의 일이었다. 내가 쾌히 승락
하자 상대방은 그 모임의 시간과 장소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가
물었다.
"그런데 연설 주제는 무엇입니까?"
"뭐 주제랄 거야 있습니까? 콩상 저는 그냔 아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쨌든 청중을 즐겁게 해 주면 될 거 아닙니까?"
그때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였다. 로타리 클럽의 회장은 이렇게 응수해 왔
다.
" '이 자리' 는 러타리 클럽의 모임이예요. 연사가 아이젠하워라 해도 주
제가 뭔지는 미리 알려 주어야 해요."
" 그럼 그 사람에게 전화하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며칠 뒤 방송국에서 쇼 진행을 준비히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방송
시작이 일 분 밖에 남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럼데 프로듀서가 와서 '래리,
1번에 긴급한 전화' 하고 소리쳤다.
수화기를 들자 무언가 찰칵찰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로타리 클럽의 회
장인지 하는 친구가 다시 전화한 것이다.
"지금 여기 인쇄소에 와 있어요. 정기 총회를 알리기 위해서 안애 전단
을 찍거 있어요. 당신 연설의 주제가 무엇인지 꼭 들어거야 돼요."
"연설의 주제는 미국 해운업의장래라고 하세요."
내 대답이었다. 그로부터 3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내가 그 때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때 내가 한 음절 한 음절 또박
또박 그렇게 대답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로타리 클럽의 회장 마음에는 그 주제가 마음에 쏙 들어 버린 모
양이었다. 자기네 회원이 모두 좋아할 주제라고도 하였다.
"6원 10일 오후 8시, 마이애미 해변 컨트리 클럽."
그는 다시 한 번 일시와 장소를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6개월 뒤 나는 약속된 사간에 약속돤 장소로 갔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차에서 내려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데 출입구에 붙
은 커다란 안내문이 보였다.
'오늘 밤! 미국 해운업의장래!'
그것을 보면서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김 새는군. 연사가 나 혼자인 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이 또 있나 보네."
그것이 내 연설의 주제라는 사실을 까맣게 ㅇ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도착한 것을 발견한 회장이 컨트리 클럽 문 밖으로 나와 마중하였
다. 그리고는 아주 신이 나서 떠들었다.
"래리! 모두들 지금 당신 연설을 듣고 싶어서 기다릴 수가 없었을 정도
야. 이 주제 때문에 지금 클럽 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참섯했다구!"
사회를 맡은 친구는 주제가 너무나 흥미있어서 그날 하루 직장을 쉬고
도서관에 가서 해운업에 관해 이것저것 뒤져 보았을 정도라고 했다.
나를 소개하면서 주제에 관해서도 뭔가 몇 마디 덧붙이려고 했다는 것이
다.
그래서 사회자는 나를 소개하면서 해운업에 쓰는 단위며, 항만의 규모,
화물이 어떻고 군수품이 어떻고 하면서 설먕을 곁들였다. 하지만 나는 그
런 일에 관해서 와전히 문외한 이었고 관심도 전혀 없었다. 해운업의 '역
사'에 관하여 일장 연설을 한 다음에 나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 해운업의 '장래'에 관하여 말씀해 주실 연사가 여기 오셨
습니다. 래리 킹 씨를 소갸합니다."
내 연설을 30분 짜리였다. 모르는 일이면 아는 체 말라는 것이 내 신조
다. 그래서 해운업에 관해서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연설이 끝났을 때 박
수도 없고 환호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그 자리를 떠나 차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부터 나에게
는 어떤 연설 요청도 들어오지 않겠구나 히고 생각했다. 어쩌면 오히려 잘
된 거야. 연설로 먹고 살 것도 아닌데 뭐. 시동을 걸 때까지도 나는 속으로
질려서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는 참인데 그 사회자가 내 차에까지 쫓아와서 차창을 두드리는 것이
었다. 차문의 유리를 내려주자 고개를 안으로 디밀었다. 내 손가락에 엄청
난 유혹이 전해졌다.
그는 내게 악을 썼다.
"당신이 해운업의 장래에 관하여 연설을 할 거라고 여태 안내해 왔단 말
이오! 그래서 내가 도서관에 가서 공부한 다음에 그 역사에 대해서 설명까
지 했는데, 당신은 해운업의 장래에 대해서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을 수
있소?"
"해운업의 장래는 어두워요."
그리고 나는 그냥 떠나와 버렸다.
약간 죄스러움이 느껴졌다. 가책에 사로잡힐 것까지는 없는 일이었지만
아무튼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20대 청년의 행동에는 무책임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어쨌
든 그들이 원하는 바는 해 주지 않았는가? 내 연설은 분명히 좌중을 즐겁
게 해 주었어'라고 나는 스스로 합리화하였다.
며칠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실제로 거기 참석한 로타리 클럽 회원들은
내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고 한다. 박수가 없었던 까닭은 다만 예고된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리둥절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만일 내 입으로 밝힌 주제를 잊지 않았더라면 그런 곤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이애미 시절에 ㄱ은 경험인데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
었다. 나를 초청한 쪽에서는 주제가 무엇이든지 상관하지 않고 내가 (아니
면 누구라도)와서 연설만 해 주면 된다고한 경우였다.
이번에도 전화 벨이 울리면서 일이 시작되었다. 내 동료 한 사람이 전화
를 받아 건네주었다.
"어이 래리, 2번에 자네 전화야"
수화기를 받아 들고 내가 한 말은 '여보세요'하는 한 마디였다.
저쪽에서 나에게 일방적으로 통고하고 있었다.
"킹 씨죠? 내 이름은 붐붐 죠르노. 11월 3일. 전쟁 기념관. 포트 로더데
일시. 자선 모금 만찬. 가수는 세르지오 프랭키. 사회자는 래리 킹. 검은 색
넥타이로 정장할 것. 여덟시. 반드시 참석할 것."
딸깍. 그러고는 전화를 끊는 것이다.
몇 달이 지나 그 곳에 갔더니 죠르노라는 사람이 웃으며 나를 맞았다.
"이렇게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영광 좋아하시네.'
나는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얼른 무대 위로 가서 세르지오를 찾았다.
"세르지오, 여기 어떻게 오게 됐나?"
"붐붐이라는 친구가 전화했던데."
그 때 붐붐이 와서 내가 할 일을 꼬치꼬치 일러주었다.
"이봐, 젊은 친구. 무대에 올라갈 차례야. 소리를 지르든 떠들든 맘대로
해. 20분 간 그렇게 하고 세르지오를 소개하는 거야. 단, 홀의 전등은 켜면
안돼."
"내가 전등 스위치에 손댈 까닭이 있겠소?"
"글쎄 전등은 켜지 말라니깐. 사람들 틈에 경쟁자들이 많이 섞여 있단
말이야."
"경쟁자라니, 무슨 소리요?"
"올리브 기름 장수도 와 있고, 밀가루 반죽 장수도 와 있고, FBI 친구들
도 와 있단 말이야. 홀은 계속 어두침침하게 놔 두어야만 해."
그래서 나는 무대로 올라가 20분 동안 사람들을 좀 재미있게 해 주고 세
르지오를 불러낸 뒤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 행사가 파하고 차 쪽으로 가는
데 붐붐이 나를 불러세웠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어이, 젊은 친구. 아주 잘 하던데!"
"고맙군, 붐붐"
그러자 그는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이봐, 자네 덕분에 잘됐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부탁하라구."
"덕은 무슨... 그냥 좋아서 한 일이야. 나도 재미있었거든."
그 다음에 붐붐이 한 말은 내 평생에 처음 들어 본 말이었다. 그 뒤로도
나는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지금도 그 네 마디 말이 생생하
게 기억난다.
그뿐만 아니라 그 때 그 상황을 모두 뚜렷이 기억할 수 있다. 바다 위
하늘에 달이 떠 있었고, 가을 밤의 냉기가 바람 따라 스치고 있었다. 그리
고 붐붐이 한 말 때문에 내 등골에도 냉기가 흘러내렸다.
"보기 ㅅ은 놈 있나?"
누구든지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우선 주변의 인물을 주욱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양심이 들고 일어나서 나를 가로막았
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본인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날 밤 나는 채널 4번 방송국 사장의 목숨을 구
해 준 셈이다.
그 이름을 대는 대신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붐붐. 그런 짓은 못해."
그러자 붐붐은 다른것을 물어 왔다.
"경마 좋아하니?"
"그럼, 재밌잖아."
"나중에 연락할께."
3주 뒤에 전화가 다시 왔다. 저쪽에서는 '히얄레 경마장 3번 경주 애플
트리'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 내 명의로 된 재산이라곤 800달러가 전부였다. 500달러를 더 꿔서
1300달러를 전부 애플 트리에 걸었다. 그 모두를 단식 마권으로 바꾼 것이
다. 장난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었으며 허풍도 아니었다. 지면 나는 완전히
파산이다. 처음 두 경주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내 인생에서 필연은 세 가지 -죽음, 세금 그리고 애플 트리가 오늘 우승
한다는 사실.'
내 생각으로는 결승점에 바로 못 미친 지점에서 앞서 달리던 말 다섯 마
리가 '우연히' 넘어진다든가, 뭐 그런 식으로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세번째
그런 희귀한 사건이 전혀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 결
과 뿐이었다. 애플 트리가 우승한 것이다.
마권 한 장당 배당액은 12달러 80센트. 총액으로는 8천 달러 가깝게 땄
다. 붐붐은 이제내게 빚을 갚았다. 그는 오늘 밤 다리를 쭉 뻗고 쉬어도 된
다.

기타 충고 몇 가지
나 자신의 경험과 아울러서 내가 목셔한 다른 연사들의 경우에 비추어
몇가지 충고가 더 있다.
말할 때는 청중을 바라보라. 시선의 일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반복한 요점이다. 첫째, 원고 또는 메모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라. 둘째, 연설장 뒤의 벽이나 옆의 창을 보지 말라.
당신의 청중은 벽이나 창이 아니다. 준비한 원고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 때마다 시선의 방향을 바꾸도록 하라. 그리하여 청중들 모두에게 당신
의 시선을 전하도록 하라. 청중 각자는 당신이 바로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말의 속도와 억양을 미리 준비하라. 원고를 준비하여 말하는 사람들 가
운데에는 가조하고자 하는 단어에 밑줄을 그어 두는 경우가 많다. 요점만
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꼭 가조하고 싶은 부분에 표시를 해두면 좋을 것이
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ㅈ은 점이 있다. 연사가 위도하는 곳에서 강조를
잊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군데군데에서 말투와 강약을 달리함으로써 연설의 단조로움을 피
할 수 있게 된다. 단조로운 목소리의 연설은, 특히 식사 시간 직후에는 청
중을 꿈나라로 모시기에 안성맞춤이다.
똑바로 서서 말하라. 물론 군대식으로 차려 자세를 취하라는 말은 아니
다. 연설용 탁자에 몸을 기대거나 하지 말고 편안한 자세로 서서 말하라는
것이다.
탁자 위에 몸을 수그리면 호흡이 불편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게다
가 보기에도 좋지 않다.
마이크를 사용하는 경우. 마이크를 당신의 키에 맞추어 조절하든지, 혼자
소 할 수 없으면 기사에게 부탁해서라도 그렇게 하라.
마이크가 너무 높아서 황새처럼 목을 뽑아 들고 말하게 되는 경우를 미
연에 방지하라.(가능하다면 이런 점은 미리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마
이크에 대고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고 평소대로 하라.
소리를 질러 댈 것 같으면 애당초 마이크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지르게 되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함들게 만들
뿐이다.
마이크와 입 사이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가까이
왔다 멀리 왔다 하게 되면 메아리처럼 들이게 된다.
옆쪽에 자리한 청중 가운데 누가 질문을 한다고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면
서 대답하면 목소리가 마이크에는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유머
연설이라면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암 치료법이라도 발명해야 해설한다든지, 아니면 선전 포고라도 하는
따위가 아닌 한 , 필요 이상 오랬동안 심각한 어조로 일관하려 들지 말라.
주제가 실네로 심각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가끔씩 유머를 섞게 되면 모두에
게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농담을 하나 하려고 하면서도 미리 김을 빼고 시작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1. 농담 한 마디 하겠습니다.(농담을 여러 마디 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
무도 없다.)
2. 오늘 여기 오는데 재미있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3. 농담이 하나 있는데, 들어 보면 재이 있을 겁이다. 진짜로 웃기는 이
야기예요.
4. 농담 하나가 생각나는데, 들어 본 사람도 있겠지만 해 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한들 무엇이 잘못 되었느냐고? 그 까닭은 그것들이 낡을
대로 낡아빠진 표현 방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배꼽 잡는 농담을 하겠다고 해서 청중들로 하여금 잔뜩 가대하게
해넣고 막상 별볼일 없는 농담을 하게 되면 실망만을 안겨 줄 따름이다.
농담을 하나 하겠다고 하면 누구든 약간의 기대를 하기 마련인데, 거기
에 대고 이미 들은 들은 적이 있을거라고 덧붙이는 것 역이 김빼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농담을 끝마치면서 '지금까지는 농담이었고, 이제 진지한 이야기를 합시
다.'하고 말 하는 것 또한 같은 이유로 피해야 한다.
이와 같이 진부한 표현 대신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농담이 연설 내용의
흐름에 섞이도록 하는 일이다. 기업체의 간부진을 청중으로 경영 전략과
각 전략의 추진 방식에 관하여 연설하는 자리라고 가정하자. 이런 주제의
종류를 논할 때 내가 즐겨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1차 세계 대전 때 월 로저스(당시 활약하던 미국 배우이자 코미디 작가)
는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고 큰소리쳤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지요.
"내가 보기에 문제는 독일 잠수함 U보트들이 우리 편 함정을 침몰시킨
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대서양을 가열해서 팔팔 끊여 버리자. 그러면 바다
가 너무 뜨거워서 독일 잠수함들이 물 밑에 숨어 있을 수가 없을 테고, 따
라서 모두 바다 위로 떠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 때를 기다렸다가, 오클라호마에서 사냥할 때처럼, 그놈들을 하나하나
박살 내 버리면 된다."
로저스는 이 말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데서양을 섭씨 100도로 끊일 방법이
뭐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는 기술자들이 해결할 문제이지 내가
해결할 일은 아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이지 기술
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청중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나서 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이 이야기를
당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논지에 연결시킨다. 정책의 수립과 정책의 집행
사이에는 이와 같은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 되는 것이다.
만일 청중이 기술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같은 일화를 아야기하더라도
반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 팀이 이런 식으로 정책을 수립해 주니 고마운 일 아니겠습니까?
기술자들을 자극해서 분발하게 해 주니까요."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끌러 갈 때 청중의 호응을 얻기가 쉬운 까닭으로
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1.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다.
2. 그 이야기를 통해서 끌어내려는 논지가 청중 각자의 경험에 와닿는다.
사업하는 사람이나 다른 전문 분야애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깊
은 관심을 가지는 주제 가운데에는 문제 해결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 이
주제에 관하여 연설을 행할 때 적절한 예화 하나를 소개한다.내 친구 재키
글리슨의 재담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뉴욕시의 교통 문제
에 대한 해결책 하나를 가지고 있다.
"모든 도로를 일방 통행로로 정해서 북쪽 방향으로만 갈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러면 올바니 시(뉴욕 시의 북쪽에 있는 도시)에서는 골치 아파하겠
지만 그거야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다."
웃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이 재담을 본래 논지에 연결시킨다.
예를 들면, '글리슨의 농담에는 문제 해결을 꾀하면서 문제를 오히려 복
잡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뼈가 드러 있다.'는 식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상식적 표현과 상스러운 표현
유행어와 전문 용어를 피하고 평이한 언어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여러번 설명한 바와 같다. 이 점은 연설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청중 앞에서 하는 연설도 마찬가지로 대화의
변형뙨 형식이라는 점을 염두해 두고 당신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
으로 말한다면 청중들 역시 당신이 하는 말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당신의
말이 머리 꼭대기를 살짝 스쳐가는 정도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하
는 말이라는 느낌을 청중들로 하여금 갖게 해야 한다.
하지만 쉬운 표현을 쓴다고 하더라도 구어체 표현의 지나친 사용은 삼가
야 한다. 90년대에와서 금기 사항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비어나 상스러운
말로써 청중의 감동르 불러일으키려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할 뿐이
다.
일상 언어를 가능하면 삼가고 점잖은 표현-당신의 입장에서 보면 '실언'
에 해당하겠지만=을 써야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사람 자신은 '빌어먹을', '젠
장'등의 말투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가 마침 자기 아내와 동행하고 있고, 당신의 말투가 자기 아내
의 귀에는 거슬릴 것이라는 점을 그가 알고 있는 상화이라면, 당신과의 대
화가 그 사람 자신에게도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아주 친근하게 잘
아는 사람이나 또는 부대의 동료를 만나 말하는 경우는 전적으로 다른 상
황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평소에 쓰는 말투는 삼가야 할 것이
다.
























10. 청중과 KISS하기 : Keep it simple. Stupod
청중의 기호를 파악하라.
대중 연설에 관한 원칙이 있다면 그것이 몇 가지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청중의 기호를 파악하는 일은 틀림없이 그 강누데 하나 일 것이다.
일단 청중의 기호를 파악하게 되면 당신이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다
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연설의 앞머리에서 이미 그러한 사실이 드러 난
다면 청중과 연사 사이에 끈끈한 연대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워싱턴에서 오랫동안 연설문을 작성해 온 사람의 펴현을 빌리면 '청ㅈ우
의 생각에 머무르는 바로 그 지점에서 그들을 공략하라'는 것이다. 청중이
누구인지, 그들의 관심이 무엇니지, 그들이 무슨 말을 듣고자 하는지 등을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
청중에 관해서 미리 잘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준비 단계에서 다음
과 같은 점들을 알아내는 것 자체가 연설 준비에 해당한다. 그 사람들은
어느 지역 출신인가? 그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그들이 나
에 관하여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의 원하는 연설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그들이 연설이 끝난 뒤에 질문하는 것
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브루클린의 시절에 알고 지내던 샘 레벤슨은 이 점에 관한 도사였다. 그
는 (에드 설리반 쇼)에 자주 출연하였으며 각종 밤 무대에도 출연하여 성
공을 거두었다. 그가 하는 말은 언제나 유창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들 청중들 사이의 평균에 자신의 처지를 맞추어 그들 가운데 한 사람
의 입장에서 말하였기 때문에 말에 호소력이 붙을 수 있었다. 샘은 자신이
평균 정도의 가정 출신이라 밝힘으로써 청중들과의 사이에 연대감을 자아
내었다. 자기 아버지는 열심히 일해서 가정을 꾸려 나갔고 자기 역시 열심
히 노력해서 교사가 되었디고 말했다.
그러한 사실은 그의 말 뿐만 아니라 그의 겉 모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
다.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 흰색 셔츠에 양복은 보수적인 더블 스타일로
가슴 부분의 단추가 달린 복장이 그가 즐기는 차림새였다.
그가 자주 한 말을 한 가지 소개하겠다.
"우리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미국이 기회의 나라이며 모든 길이 황금으
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이 나라로 이민을 결심하셨지요. 그리고 이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세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1. 길이 황금으로 포장된 것은 아니다.
2. 길은 아예 포장조차 되지 않았다.
3. 길을 포장하는 일이 바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그의 말을 듣는 청중은 대개 노동자 계급이었고, 그들의 가족이 이민 온
역사 역시 겨우 몇 세대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 자신의 배경 설명을
듣는 순간 청중은 곧 그와 같은 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신의 관점역시 청중에게 밝혀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일은위헌천만한 생각이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TV에서 맹활약 중인 모리 포비치의
부친이기도 한 셜리 포비치의 일화가 좋은 예이다. 그는 곤경에 한 번 처
해 보고 나서야 그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셜리는 지금도 워상턴의 명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정통 유
태인이다. 한 번은 국제 유태인 조직인 버네이 브리쓰 모임에 연사로 초청
되었다. 유태인들로만 가득 차 있는 자리에서 그는 연설의 서두를 이렇게
꺼냈다.
"제게 가장 친한 친구 몇 사람이 유태인이라는 점에서 오늘 밤 이 자리
에서게 된 것은 특별한 영광입니다."
그 순간 청중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고 좌중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흘
렀다. 청중들은 이 연사가 그 따위 상투어를 생각없이 남발하고 있다는 생
각에 모욕을 느끼고 만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자마자 셜리는 돋 그
까닭을 알아차렸다. 그 자신 또한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청중에게
미리 알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그 친구 중에는 유태인이 아닌 사람도 있지만 제 친척은 모두가
유태인이지요."
그 다음날 그는 신문사의 동료에게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영혼이 교감이 아루어진 순간이었어. 그 뒤로는 청중
을 내 손아귀에 휘어잡을 수 잇었지."

청중의 예상을 깨뜨려라.
청중이 예상라지 못한 말을 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경찰국장 감사들로 이루어진 청중 앞에 내가 연사로 초청받은 적이 있었
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마이애미 지방 검찰관으로 오래 일했던 딕거
스타인이 전화를 걸어 왔다.
"여보게 래리,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네. 이 지역 사법 공무원들 사이에
큰 행사 두 가지가 동시에 열리게 되었네. 하나는 전국 지방 검찰관 협회
고 다른 하나는 국제 경찰국장 협회야. 이 두 모임이 저녁 식사까지도 함
께하기로 결정을 보았네. 폰테인블로에서 말이야."
나는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되물었다.
"그 만찬이 끝나면서 회의 마지막 순서로 연설이 있는데, 그것이 문제야.
그 연설ㅇ르 프랭크 설리반이라고 플로리다 범죄 대책 위원장이 맡게 되었
거든. 연설하면 이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거든. 그래
서 순서를 좀 바꿔야 한다구. 그 사람다음에 자네가 마지막 연설을 좀 해
주게."
나는 참석자 가운데 내 이름을 들어 본 사람도 하나 없을 거라거 하면서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딕이 재차 설득했다.
"설리반이 말하는 동안 대부분 졸음에 빠질 테니까. 어쨌든 누군가 나서
서 그 사람들 잠을 깨워야해. 걱정하지 말고 해 보라구. 내가 마리 자네를
바짝 추켜세워 주면 될 거 아닌가?"
만찬장에 가 보니 딕이 한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설리
반은 계속 웅얼거렸고 그의 말투 또한 따분하기 그지 없었다. 말이 워낙
따분하고 보니 슬라이드니, 그래프니, 챠트니 잔뜩 동원했지만 별도움이 되
지 않았다. 2천 명에 달하는 청중이 전부, 심지어 그 자리에 참석한 설리반
부인까지 졸음에 빠졌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턱시도를 걸치고 맨 앞자리 주최측 식탁에 자리잡고
앉았다. 제복을 차려입은 경찰국장들을 비롯한 검사들이 고개를 끄덕거리
며 조는 모습을 구경했다. 설리반은 30분 동안 연설했는데, 구의 말이 끝나
자 모두들 일어나서 자리를 뜰 채비를 했다.
딕은 이 광경을 보고 당황했다.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리 식탁
중앙에 있던 마이크를 잡고 급하게 말을 이었다.
"여러분, 아직 떠나지 마십시요. 제 친구 래리 킹을 소개합니다."
그 다음 그는 분위기를 잡기 위해 나를 추켜세워 소개했다.
이번에는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나에 관해서 이름 조차 들어본 적이 없
는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 이야기해야 한다. 2천 명의 군중이 방금 전까지
영어권의 역사상 최악의 연설을 참고 들어 주어야만 했다. 그들은 지쳤고,
그저 얼른 아놈의 자리에서 빠져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어쨌든 나는 마이크를 쥐고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그 날 밤 한 이야기
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밤 범죄가 극도로 만
연되었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생사의 문제가 되고 있
다.
하지만 그 때는 30년 전이었고, 30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나는 목
청을 높여 이렇게 말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는 방송인입니다. 방성계에서는 공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방송시간 평등 배분의 원칙이라고도 불립니다.
그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마음 속 깊이 신종하는 원칙입니다. 지금까지 설
리반 씨가 범죄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따라서 공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범죄의 긍정적인 측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두가 발걸음을 멈췄다. 좌중이 다시 조용해져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은 정도가 되었다. 일단 주의를 끄는 데에는 성공한 것이다. 이
제 문제는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 나가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질문 하
나를 던졌다.
"여기 계신 분 가운데 몬태나에 있는 뷰트 시로 이아하고 싶은 분은 손
을 들어 주십시오."
손을 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내 말이 이어졌다.
"지구의 서반부에서 뷰트 시는 범죄 발생률이 가장 낮은 도시입니다. 지
난해에 뷰트 시에서는 범죄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여기 계신 분 가운데 그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시 두 가지 잘문을 더 던졌고 마찬가지로 내가 대답했다.
"미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다섯 곳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그
답은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라스베가스, 마이애미입니다. 범죄 발생
률이 가장 높은 도시 다섯은? 그 역시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라스베
가스, 마이애미입니다. 따라서 결론은 분명합니다. 범죄가 관광객의 구미를
끄는 것입니다. 범죄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지 않습니까?"
설리반 부인도 졸음에서 깨어났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범죄와 관련있는 돈은 각 지
방에 머무르지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지 않습니다. 연방 정부가 세금으로
거두어 가는 것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분명한
일이지요. 이 지방에서 누가 경마로 돈을 번다면 그도 역시 이 지방의 거
주자일 것입니다. 그러니 이 지방 식당에 가서 그 돈을 쓰지 않겠습니까?
이와 같이 돈이 이 지방 밖으로 빠져 나가지는 않습니다."
급한 김에 만들어 내기는 했지만, 이 이론만은 두고두고 생각해 보아도
맞는 이론인 것 같다.
그 다음에는 결정타를 먹였다.
"중요한 점이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설리반 씨가 그래프와 챠트를 통해
서 제안한 대로 하기만 하면 미국 땅에서 범죄를 일소 할 수 있을것 같습
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범죄가 없으면 여기 계신 분
모두가 실직하는거 아닙니까?"
켄터키 주 루이빌 시의 경찰국장이 일어나서 웃으면서 반문했다.
"그러니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요?"
그는 사법 공무원이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날 밤 내 연설이 역사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김이 빠져 버린 청
중에게 생기를 불러 넣은 것은 사실이다. 내가 취한 전략은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말을 함으로써 그들의 흥미를 돋구려 한 것이고, 그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유머 감각이 이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
다.
내 경우가 재치로서 국면을 전환시킨 예라면,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진지
한 접근을 통해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마리오 쿠오모 주지사의 예가 바
로 그런 종류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그의 경우에도 청중은 사법 공무원들
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참석하녀 그가 유머보다는 웅변으로써 청중의 마
음을 시로잡는 것을 목격했다.
이삼 년 전, 뉴욕 시내 경찰서장들이 모여 점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있
었던 일이다. 나는 그 자리에 사회자로서 참석했고 쿠오모 지사는 연사로
초청되었다. 식사 시간 중에 나는 그를 향해 물었다.
"마리오, 오늘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할 거요? 내가 당신 소개할 때 한 마
디 덧붙이자면 말하고자 하는 것의 주제를 알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 쿠오모가 말했다.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 작정이오."
나는 좀 놀라서 넌지시 비꼬았다.
"마라오, 그것 참 좋은 생각이오. 경찰간부 천 명이 모인 자리에 와서,
모두들 사형 제도에 찬성하는데, 당신은 사형 제도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참 대단한 이야기가 되겠군요."
그는 진짜로 대단한 존재가 되었다. 경찰 간부로 가득 찬 자리에서 그는
사형 제도에 반대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처음부터 밝혔다. 그리고 그 이유
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청중들이 그의 주장에 감동을 받고 만 것이다.
그의 말 한 마디마다 흘러넘치는 힘, 그가 하는 표현의 유창함, 그리고 그
문제의 찬반 논거에 관한 그의 해박한 지식 등으로 인하여 청증은 다만 그
의 말을 경청할 뿐이었다.
쿠오모는 본시 뛰어난 언변을 타고난 사람이다. 하지만 그날 그의 연설
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두 가지는 누구든지 노력하면 터득할 수 있는 것
이다.
첫째는 철저한 준비다. 쿠오모는 청중이 어떤 사람들인질르 잘 알고 연
설에 임했다.
그리고 사형 제도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이 결코 말초적인 변덕이 아님
을 분명히 증명했다. 그는 문제에 관하여 자신이 해 온 깊은 성찰과 연구
결과를 연설을 통해 피력한 것이다.
둘째는 열의의 중요성이다. 정치인들은 대부분 그런 자리에 초청받았을
때 보다 말썽의 소지가 없는 안전한 소재를 택한다. 쿠오모 역시 장치인인
만큼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
는 이야기를 했고, 그러한 열의에 힘입어 그의 연설에 힘이 붙을 수 있었
다.

간략함의 가치
작문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주 해 주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친
구로부터 편지를 편지를 받았다. 아주 긴 편지여서 말미에 너무 길게 써서
미안하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 구절에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시간이
없서서 짧게 쓰지 못했네.' 간략하게 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당
신이 잘 아는 주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대화에서도
하고자 하는 말을 간추려 핵심만을 정리하는 노력하는 보답이 따른다.
간략하게 말하는 능력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경우는 물론 연설이다. '퇴
장할 때를 알라' 는 연예계의 격언이 여기에서도 다시 적용되는 것이다. 연
설을 잘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때가 언제인지를 안다.
에이브라함 링컨도 그 점을 잘 알았던 사람이다. 그의 게티스버그 연설
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1863년 11월의 그날, 링컨의 앞 차례에서 연설
한 사람은 당대에 가장 인가있던 연설가 에드워드 에버레트였다. 에버레트
의 연설은 두 시간이나 걸렸다. 하지만 그 두 연설 가운데 어느 것이 후세
의 기억에 남았는지는 우리 모두 분명히 알고 있다.
에버레트 자신도 위대한 연설을 들었을 때 그 위대함을 알아차릴 능력을
갖추고는 있었다. 그는 나중에 링컨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각하께
서 하신 2분 간의 훌륭한 연설이 2시간짜리 내 연설과 가까이 가기는 했다
고 자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만 있어도 저에게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국민들이 참고 들어 주어야 했던 연설로는 대통령 취
임사가 있다. 그 연설들은 대부분 청중들을 죽을 지경으로 몰아간 것이 사
실이다. 물론 이는 청중이 극도로 지루함을 느꼈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
로 윌리암 헨리 해리슨 대통령은 자기 연설 때문에 스스로 죽음을 맞이했
다. 1841년 3월 4일, 그는 혹한 속에서 취인사를 했다. 그 취임사는 한 시
간 이상 걸렸는데, 그 때문에 그는 폐렴에 걸렸다. 그는 끝내 병석에서 일
어나지 못하고 한 달 뒤에 사망했다.
반면에 역사상 가장 짧은 축에 드는 취임사 하나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에 남았고 지금까지도 널리 인용되고 있다. 그것은 1961년 1월 20일 존 F.
케네디의 취임사이다. 1950년대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죽음의 시대였다.
그 시대를 벗어나 새 시대로 접어드는 초입에서 케네디는 미국 국민의 분
발을 촉구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가 여러분을 위하여 무엇을 해 줄지 묻지
말고 여러분 각자가 국가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으십시오."
냉전이 한창 고조되고 있던 무렵, 케네디는 어떠한 외세도 미국을 위협
할 수 없음을 단호하게 천명했다.
"우리에게 선의를 가졌든 악의를 가졌든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자유의 유지 ㅁ 성장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대가도 치르고, 어떤 부담도 감수히고, 어떤 고난도 마다하지 않으며, 어떤
적과도 맞서 우방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유명한 작가, 시인이자 역사가인 칼 샌드버그는 링컨 대통령ㄹ 전기를
써서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는 케네디의 취임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존
경을 표시했다고 한다.
"바로 저것이 링컨식이야."
케네디의 취임사는 채 15분이 걸리자 않았다.
간결함이라면 윈스턴 처칠이 단연 수위일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일
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 그는 자기 모교의 초청을 받았다. 그는
런던 교회에 있는 헤로우 스쿨 출신이다. 당시 처칠은 전시 지도자로서 자
기 인생의 최고봉에 있을 때였다.
영국 국민은 히클러의 런던 공습에 시달리고 있었고, 2년 이상이나(일본
의 진주만 기습으로 인하여 미국이 참전하기 전까지) 독일군에 맞서 고전
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처칠은 당시 영국뿐만 아니라 전유럽의 기대를 한
몸에 모은 지도자였다.
1941년 10월 29일 그는 해로우 스쿨에 가서 학생들에게 말했다.
"굴복하면 안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굴복하면 안 돼요.
상대가 크든 작든 대단하든 보잘것 없든 굴복하면 안 됩니다. 오직 명예의
확신과 올바른 판단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것에도 굴복하면 안 됩니다."
그 말만을 하고 그는 자리에 앉았다. 그 몇 마디가 그가 한 연설의 전부
다.
우리 가운데 자유 세계의 지도자 입장에서 연설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
을 것이다. 국가의 생존, 또는 자유라든가 평화에 관해서 연설할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보통 사람의 연설도 자신이나 청중에게는 중요하다. 그
대신 유명한 연설가의 연설에는 배울 점이 많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
한 사람은 다 그렇겠지만 연설로 성공한 사람들도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
로 표현하는 능력으로써 성공에 이른 것이다.
그들에게서 배을 점은 무엇보다도 간결함이다. 링컨, 케네디, 처칠과 같
은 사람들이 연설의 효과를 높이려고 말을 짧게 했다면, 우리 역시 그들을
따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KISS
위대한 연설가들이 공통적으로 지킨 원칙을 정리한 말이 있다. 그것은
'KISS'이다. 이는 '단순하게 그리고 머리 나쁜 사람들도 알아듣게 하라'
(Keep It Simple, Stupid)는 말을 축약한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든 세 사람
의 세계적 지도자들의 연설에는 진부한 표현, 과장된 문장, 전문 용어, 유
행어 들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평이하고 단순한 표현으로 감동적인 연설
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예를 교훈 삼아 따른다고 해서 당신이 처칠이 될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당신의 논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이미 당신은 효과적인 연설을 한 것이다.

요기 베라를 초청하시오.
내가 연설을 마무리할 때 자주 쓰는 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다음번
에 연사를 구할 때에는 요기 베라를 초청하시오"하는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의아해 하기 마련이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지 나도 잘 알고 있다. 저 친구는 대통령, 외국
의 원수, 회사 사장들, 일류 운동 선수, 인기 배우, 연예인, 신경 외과 의사,
우주인 등등 안 만나 본 사람이 없다더니 이게 무슨 소리야? 요기 베라를
초청하라고? 왜 하필 요기 베라야?
하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요기는 현명한 사람이다. 그는 늘 우화를
통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다. 얼핏 들어서는 그의 이야기를 이
해하기 힘들지만 사실은 그 안에 궁극적인 진리가 들어 있다.
내가 왜 그를 양키즈 팀에서 선수로 뛸 때 통산 2509게임 이상을 외야수
로 뛰었다. 양키즈 스타디움은 해가 저물 때 생기는 그늘로 유명하다. 특히
월드 시리즈가 열리는 9월과 10월에 해가 일찍 지는 만큼 구장에도 그늘이
더 일찍 찾아온다. 이 그늘이 특히 촤익수에게는 골칫가리다. 그늘 안에서
밝은 하늘을 보기 때문에 날라오는 공을 시선에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
다. 그래서 관중들이 보기에는 쉬운 플라이 볼인데도 좌익수가 간신히 잡
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어느 해인가 시즌이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요기가 좌익수로 뛰었다. 경기
가 끝나고 기자가 찾아와서 그에게 그늘을 어떻게 생각하느나고 물었다.
요기가 대답했다.
"저기서는 날이 일찍 저물어요."(It gets late early out there.)
어떤 천재도 그 말을 요기처럼 간결하고도 분명하게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기의 말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냥 들으면 논
리적이지도 않은 말이다 (late early는 직역하면 '일찍 늦어진다'는 뜻). 하
지만 간단하고 평이하기 때문에 누구나 알아 들을 수 있다. 같은 뜻을 전
달하기 위해서 길고 복잡하게 말하는 사람보다 요기는 말꾼으로서 훨씬 훌
륭하다.
요기는 1964년에 양키즈 팀의 감독이 되었다. 기자 한 사람이 찾아와서
어떤 요소를 갖추어야 훌륭한 팀이 되느냐고 물었다. 요기는 이렇게 대답
했다.
"길을 가다가 갈래 길이 나오면 -그 길로 가요" (When you get to a
fork in the road -take it. 영어의 fork는 갈래길의 뜻이기도 하고 음식을
먹을 때 쓰는 포크를 뜻하기도 함).
누가와서 몇 시냐고 물었다. 요기가 되물었다.
"지금 말이오?"
요기는 연설만 해도 한 재산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럭 필요가 없겠지
만. 연설보다는 골프가 더 재미있을 테니까.

11. TV와 라디오에서 잘 나가기
대중 앞에서 말하는 데에 성공을 거든 사람에게는 방송국으로부터의 출
연 교섭이 찾아온다. 하지만 겁낼 것은 없다. 이 책에서 지금까지 배운 여
러 기교를 구사할 수 있다면 방송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제 방송에서 말하는 방법을 설명하기로 한다. TV로 방송되는 대화에 임할
때 나 자신이 사용하는 접근 법, 내가 게스트와 대담하면서 겪은 경험 몇
가지, 그리고 방송 매체에 관하여 염두헤 두어야 할 점 몇 가지를 들기로
한다.

방송 대화에 대한 나의 접근 방식
나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대화할 때, 그 키메라가 우연히 거기 있는 것
이라 여긴다. 거기에 대고 내가 말해야 한다는 느낌은 전혀 갖지 않는다.
이 점에서 나는 샘 도날슨과 다르다. 나는 게스트에게 검사가 심문하듯이
공격적인 질문을 해야 분명하고 내용 있는 대답을 끌어낼 수 있다고는 생
각하지 않는다.
내 방식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게스트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내용 있는 대담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대담 프로글램이 시청자에게 말해주는 바가 아무 것도 없다면 나 자신에
게나 출연한 게스트에게나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무언가 전하
는 내용은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재미있지 않고서는 아무 내용도 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용을 전하기 전에 시청자들의 손가락이 리모트 컨트롤을
도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댄 퀘일과 대담하면서 아무도 예상 못했던 대담을 끌어낸 일화는 앞에서
소개한 바 있더. 만일 자기 딸이 낙태했다고 한다면 딸의 의견을 존중하겠
다는 퀘일의 답변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내가 그의 말을 주의 깊게 경
청하지 않았다면 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퀘일의 예에서 주의 깊은 경청 이외에 중요한 점이 또 하나 있다. 그것
은 내가 그 대답을 끌어낸 방식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거부감을 일으키
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종류의 솔직한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
자가 두 가지 요소를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선 상대방 질문에 대해서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하고, 나아가 질문 하나하나를 잘
판단 해서 해야 한다.
위대한 야구 선수 조 디마지오에게는 아들이 있는데 아들의 이름도 조
디마지오이다. 나는 그의 아들 조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떼에도 비
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인터뷰는 '제 6서프사이드 호'라는 선상 나
이트 클럽에서 진행되었다. 첫번째 게스트는 경마 가수인 빌 하택이었고,
빌과의 대담이 끝나자 조가 출연하여 30분 동안 대답을 했다. 그토록 유명
한 아버지로부터 이름까지 물려받은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지가
대답의 주요 화제였다.
대담이 진행되면서 이야기가 아주 자연tm럽게 부자 관계로까지 옮겨 가
게 되었다. 이는 거의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내 내 질문은
부자 관계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도달하였다.
"아버지을 사랑하세요?"
아들 조는 매우 오랫동안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가 하신
일'을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업적말고 아버지는요? 사랑하세요?"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저는 아버지를 안
간적으로는 잘 몰라요.' 였다.
아버지 조에게도 그 나름대로 부자 관계에 관하여 할 말이 틀림없이 있
을 것이다. 그가 내 쇼에 출연했다면 그 문제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할 기
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정 생활에 관한 언급은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그런 까닭
에 출연 요청이 있었더라도 그는 거절했을 것이다.
만일 아들 조와의 대담 첫머리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면 아
마도 그의 대답은 지극히 상투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다.
'당연하죠'따위. 하지만 그가 나와의 대담을 편안하게 느끼게 된 다음에
그 점을 물었다. 그 때까지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따라서 그 질
문에 대해서도 그는 피상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자세히까지는 곤란하더
라도 그의 대답은 여전히 솔직했으며, 또한 구절마다 정곡을 찌르고 있었
다.
나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멍청한 질문으로 보일 것 같다는 점 때문에 망
설이지는 않는다. 시청자들이 궁금해야 할 질문이면 나는 언제나 주저하지
않고 묻는다. 전세계의 시청자가 지켜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나는 댄 래더, 톰 브로코, 피터 제닝스 등 다른 방송국의 앵커라
면 결코 물어 보지 않을 질문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1992년 선거 기
간중의 예를 들면 나는 부시 대통령에게 이렇게 물었다.
"빌 클린턴을 싫어하십나까?"
이 질문은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자극할 뿐 선거에 하등 상관이 없다고
주장할 언론인이 꽤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이 선거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대꾸해 줄 수 있다. 그 질문은 선거에서 후보자가
경쟁자를 대하는 태도, 즉 인간적인 요소를 부각했던 것이다.
특히 그 선거가 미국 땅에서 최고 지위에 관계된 것이니 만큼 인간적인
요소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내 질문은 TV
를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물었다.
리차드 닉슨과 대담할 때에는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원터 게이트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별일을 다
당한다고 생각하셨나요?"
레이건 대통령과 재직중에 만난 마지막 대담에서는 "총에 맞아 보니 어
떠하더냐"고 물었다. 1981년 존 힝클리가 그를 자적한 사건을 두고 보통
기자라면 무언가 다른 방향에서 질문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질문한 바로 그 점을 궁금해 할 것이라
고 확실히 장담할 수 있다. 법정에서 예기치 못한 답변은 쌍방 모두 원하
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정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것이다.
내 토크 쇼에서 나는 결코 뻔한 대답을 예상하여 질문하지 않는다. 게스
트의 답변을 듣고 시청자들이 보이는 반응과 똑같은 방식으로 나 자신이
반응할 수 있기를 원한다. 내가 대답을 미리 알고서야 그렇게 될 수는 없
는 것이다.

게스트로 출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송 대답을 처음 해 본다면 그것은 사회자로서가 아
니라 게스트로서일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보이스카우트의 신조를 떠올려
미리 빠짐없이 준비하라.
인터뷰에서 성공하는 첫번째 비결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인터뷰를 주도하
게 하지 말고 당신 자신이 주도하는 것이다. 이 철칙은 취직 면접이거나
신문사와의 인터뷰이거나 방송 대담이거나 할 것 없이 두루 적용된다.
대담을 주도 할 수 있으려면 먼저 그 주제에 관하여 철저하게 알고 있어
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
다고 스스로 끊임 없이 다짐하는 일이다. 뉴스에 나가는 인터뷰라면 명심
할 점이 하나 있다.
뮤든 질문에 빠짐없이 대답해야 할 의무, 또는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자
세히 털어놓아야 할 의무 따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늘상 벌어지는 한가지 일은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날 수 있다. 골치 아픈 질문을 받았을 때 유머로 빠져 나감으로써 오
히려 그 인터뷰가 성공리에 끝날 수도 았는 것이다.
법전의 증인석에 앉아 있다든지 또는 재판과 관련된 진술을 행할 때를
제외하면 질문에 꼬박꼬박 답해야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내 쇼에 출연하
여 내 질문을 받는 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설령 재판에 관계된 진술이
라 하더하도 기억나지 않는 것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그런 경우에 처했을 때 초조한 나머지 기억나지도 않는
일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마는데, 그랬다가 나중에 그것이 사실이 아님
이 밝혀지면 위즌 혐의까지 받게 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말
하면 된다.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만일 당신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그 역시 사실대로 말하면 된다. 물론
여기서 핵심은 '사실대로' 이다.
그 자리에 없었으면서 그렇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가는 문제가 커질 것이
다. 사실이 밝혀지는 날,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하든지 아니면 좀더 심각하
게는 법적인 처벌이 따를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 되겠지만, 사실을 사실대
로 말하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일 때, 그 사실
을 두려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법정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인터뷰를 하면서 골치 아픈 질
문이 나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질문에 대답하기 싫은 이유가 합당하
든지 않든지 그 이유를ㄹ 밝혀야 할 법적 의무가 애초에 전혀 없는 것이
다.
내 쇼에 출연한 게스트가 내 질문을 피해 간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하겠
는가?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피해가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 가운에 몇가지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것들은 기업체의
경영진, 정부 관리, 유명 인사나 방송계의 내 동료들이 대답하기 싫은 질문
을 피할 때 흔히 시용하는 표현들이다.
지금 지룸에 대답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보고서를 아직 읽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하여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사건에 관해서는 현재 사법 당국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저
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써 불법이 되겠군
요.
우리 나름대로 진상 파악을 위해 조사중이거나 조만간 전모를 밝힌 보고
서가 나올 것입니다.
그 질문은 가상에 기초한 것이군요. 저는 가상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습
니다.
뉴스 인터뷰에서 '노 코멘트' 라는 말은 과거에는 자주 쓰였지만 요즈음
은 환영받지 못한다. 실은 과거에도 그것이 좋은 대답은 아니었지만 어쨌
든 그런 식으로 대충 넘어 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에 그 대답은 최
악의 답변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갈 수도 없다. 오늘날과 같이 말이 많고 각종 언론
(3류 언론까지 포함하여) 매체들이 번성하는 시대에 '노 코멘트'는 걸 문제
가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켕기는 데가 없다면 노 코멘트라고 하지 않고 질문에 대답했을 것'
이라는 논리다. 지금 세상에서 그 표현을 들어 버거 싶은 사람은 각색을
잘못한 영화나 TV드라마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대담 도중에 이야기의 흐름이 골치 아픈 방향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가 하나 있다. 타이레놀 회사의 경우가 그렇
다.
1980년대에 누군가가 타이레놀 캡슐 안에 독극물을 주입한 사건이 일어
났다. 이로써 제품 전체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제조 회사인
존슨 앤 존슨 사는 그 사실을 덮어 버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곧은 자세로
대처했다.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 하지 않고 사실을 사실대로 밝힌 것이
다.
회사의 간부들이 TV와의 인터뷰를 자청하고, 소비자들에게 그 사건에
관하여 사과했다. 그들은 광고를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광고 전략을 삼았
다.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제품 자체는 안전
합니다. 그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고 있
으며 제도적 안전 장치도 마련 했습니다. 그러니 아무 염려 없이 타이레놀
을 구입하셔도 됩니다."
그 결과 타이레놀 제품에 대한 공증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가 그 정직한 태도에 힘입어 더욱 존경을 받게 까지 되었
던 것이다.
존 케네디와 자넷 리노의 행동도 비슷한 유형에 속한다. 1961년에 케네
디 행정부는 쿠바의 피그 만에 공수 부대를 투입시켰다가 실패했다.
이는 군사 작전의 실패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 국내. 국제적인 대망신이
었다.
그런 상황에서 케네디가 총대를 맸다. 변명을 하자면 그 작전은 사실 아
이젠 하워 행정부에서 기획된 것이로서, 케네디 행정부는 단순히 전 행정
부의 계획을 실행한 데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작전 실패는 정보 부서의 무능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케네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만 말했다.
1993년 텍사스 와코에 모인 데이비드 코레쉬의 사교 집단을 해체하는 과
정에서 발생한 비극이 있었다. 그 때 법무 장관 자넷 리노의 태도 역시 같
은 유형이다. 당시 그녀는 법무 장관에 취임한 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노라고 밝혔던 것이다.
케네디와 리노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문제에 당당하게 맞서 책임을 인정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솔직한 태도로 말미암아 오히려 존경을 받게 되었다는 사
실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인터뷰에 임해서 예리한 질문을 피하는 데에는 미국 군부의 관료들이 전
문가다. 미 공군의 공보 부서에는 오래된 지침이 하나 있다.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공군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나면 해당 부대의 공보 담당 장교가
즉각 해명 발표를 내도록 되어 있다. 이 해명은 언제나 두 요소로 이루어
진다.
1.'정규 훈련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고가 났다.
2.조사 위원회가 구성되어 현재 진상 조사중이다.
둘 다 그럴듯한 해명이다. 그이고 신속하게 해명함으로써 공군 당국은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사고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그러한 해명을 발표함으로써 비난과 의혹의 날카로운 비판을 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진상 규명에 필요한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어기제
라디오와 TV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성공을 거두는데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이것들은 애가 방송계에서 일해 오면서 나 자
신의 경험,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간추린 내용이다.
1. 스스로 느껴서 편안한 것만 하라.
2. 최근 돌아가는 사정을 숙지하라.
3.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라.
4. 라디오와 TV에 본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라.
5. 목소리, 말투와 어감, 그리고 TV의 경우라면 외모 등의 요소들이 중
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노력과 훈련을 통하여 향상시켜라.
스스로 편안한 부분을 고수하라. 라디오와 TV에 출연한다는 것은 곧 당
신 자신, 또는 회사, 또는 어떤 조직체를 대변하는 일이다. 이 일을 성공적
으로 수행하기 위한 첫번째 비결은 당신 자신이 그 일을 편하게 느껴야 한
다는 점이다. 인터뷰가 싫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회의장 밖으로 나오는데 누가 다가와서 얼굴에 마이크를 들이댄다면 내
가 앞에서 소개한 표현들을 사용하여 피할 수 있다. 싫은 일을 억지로 해
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해서는 재키 클리슨의 충고를 따르는 게
현명하다.
"나는 무슨 일이건 즐기면서 하고 싶다. 일이니까 한다는 기분으로는 아
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
껄끄러운 주제라든지 아니면 잘 모르는 주제 같으면 인터뷰 자체를 거절
하라. 당신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그냥 사람을 잘
못 찾았다고 말해 줄 수도 있다.
세상늬 최근 흐름을 숙지하라. 같은 의미에서 항상 '젊게' 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처ㅣ근 가장 인기 있는 TV프로그램 또는 영화가 무엇인지, 한
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나 배우가 누구이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날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뉴스에서 무슨 일들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모르면 안 된
다. 물론 그런 것들에 관해서 전문가가 되라는 말이 아니고, 대충 몇 마디
할 수 있을 정도로는 알고 있으라는 뜻이다.
나의 십대, 이십대, 삼십대까지는 프랭크 시나트라, 글렌 밀러, 조 디마지
오, 프랭클린 루스벨느 등이 그 시대의 유명 인사였다.
그리고 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유명 인사의 명단이 바뀌었고 그만큼
시대도 변했다. 조금지나자 재키 로빈슨이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사람
들의 화제에 오르내렸고, 구 다음에는 존 . 케네디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오늘날에는 톰 크루즈나 로젠 아놀드가 누구인지를 모르고는 대화에 끼
여들 수 없다. 우리가 자랄 때는 지루박과 바비 양말이 유행이었지만 요즘
에는 록 또는 랩 음악이 유행이다. 내가 그런 것을 좋아하느냐 마느냐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1050년대 이후 몇 십 년 동안은 냉전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조금은 알고
있어야 했다. 이제는 그것이 끝났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소
련이야기가 나오면 ㅁ 마디 할 줄 알아야 했다. 이제는 보스니아에 관해서
조금은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MTV에 출연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클린턴은 기
쇼에 출연함으로써 자기가 단순히 세상 흐름에 따른다는 점만을 보인 것이
아니다.
나아가 그는 자기가 그 흐름의 일원임을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어린 세대를 비롯한 그 부모 세대의 관심과 사고 방식을 자기가 알고 있음
을 보여 준 것이다. 물온 이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해한다는 의미가 된다.
부정적인 면은 생각하지 말라. 잘못 할지도 모른다는 따위의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 부정적인 면에 신경을 곤두세우면 실제로
당신이 그 일을 잘못 하게 되고 만다. 쇼에 출연할 때의 차림새라든지 어
떤 질문에 대한 답변 따위가 당신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에
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대 문명의 흐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바로
그 점을 항상 기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존 로웬스타인은 재능있는 야구 선수로서 16년 동안 메이저 리그에서 활
약했다. 그리고 지금은 볼티모어 오리올즈 팀 전속 해설자로 방송에 종사
하고 있다. 그가 오리올즈 팀의 선수로 뛰고 있을 때의 일화이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번트를 실패한 적이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 기자가 찾아와서
그 일에 대하여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중국에는 10억이라는 인구가 살고 있어요. 하지
만 내일 아침 그들 가운데 내가 그 번트를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케이시 스텐젤과 요기 베라 이래 야구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는 존
로웬스타인일 것이다.
자, 그러니 마음을 넣으라.
라디오와 TV는 마찬가지다. TV에 출연한다면 차림새가 중요하나 라디
오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차이를 제외하면 라디오와 TV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내 견해다.
나의 의사 전달이 직업인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말로 한다. 방
송에 몸담은 37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이든 TV프로그램이든 게스트를 대
하는 나의 자세는 똑같았다.
TV 방송의 경우, 나는 카메라로 하여금 나를 떠올리게 만들지 내가 카
메라를 쫓아다니지는 않는다. 라디오 방송의 경우 차림새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자주 청바지를 입는다.
물론 TV에서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 아침에 TV방송이 있는 날이면
흰 셔츠에 타이를 맨 채로 점심을 먹고, 바로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있는
내 콘도로 가서, 청바지로 갈아입은 뒤, 오후에 라디오 방송을 한다. 그 다
음에는 다시 저녁 TV쇼를 위하여 집에 가서 양복으로 갈아입고 타이를 맨
다.
목소리를 개선하라, 그리고 최대한 잘 차려 입으라. 라디오와 TV모두 목
소리는 중요하다. 이상적으로 보면 목소리가 중요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
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목소리가 중요한 갓은 현실이다. 목
소리를 통하여 말하는 사람의 능력과 권위가 투영된다. 방송인 가운데에는
목소리가 훌륭하지 않아도 훌륭한 효과를 거두는 사람들이 있다.
에드윈 뉴맨이나 레드 바버와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예외적인 경우다.
그들은 타고나지 못한 목소리의 결함을 극복했다. 즉 목소리 대신에 다
른 방법으로 눙력과 권위를 투사한 것이다. 이를테면 뛰어난 언어 구사 능
력, 주어진 주제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를 파악하는 해석 능력,
그리고 그 주제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깊은 열의 등을 통하여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목소리는 꽤 괜찮게 타고난 편이다. 방송에서 통할 수
있는 좋은 목소리를 타고 났기 때문에 목소리에 관하여 걱정해 본 적은 없
다. 하지만 만약 내가 지금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노력을 통하여 그렇게 개선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방송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목소리는 성공을 위하여 매우 큰 요인인 것이다. 클린턴 대통
령의 목소리가 가끔 이야기 거리가 된다.
만일 그의 목소리가 좀더 강하고 깊었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TV 화면에 나와서 그보다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TV화면에 비친 모습만을 두고 말할 때
그는 레이건과 더불어 케네디 이래 쌍벽을 이룬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분야에서 종사하든지 자신의 목소리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 망설일 것 없이 발성법 선생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도시 지역이면 어디에나 발성법 선생이 있기 마련이다. 사람을 찾기 힘
들다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생을 책과
동시에 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방송계 동료들의 경우를 보면 발성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확실히 개선
될 수 있다. 목소리가 직업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고, 자신의 목소리에 개
선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면 결론은 분명하다.
어떤 면에서,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개선이 가능할지를 알아내어 그렇게
훈련하는 것이다.
젊은 바이올리스트가 나이든 음악가에게 카네기홀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러자 그 노음악가는 '첫째도 연습, 둘째도 연습, 셋째도 연습이라고 대답
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길(way)이라는 단어의 이중 의미와 관련된 농담이
지만, 어쨌든 그 음악가의 대답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억양이 지나치게 단조롭다거나 소리가 작아서 잘 안들린다거나,
말이 너무 빠르다는 등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면 그러한 지적을 염두에
두고 개선해야 한다. 너무 빨리 말하는 경향이 있을 때에는 속도를 좀 늦
추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당신 자신을 감정을 조절해야하는 과제가 따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 하나는 목소리와 친숙해지는 것
이다. 이는 나아가 라디오와 TV의 세계에서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요인 가
운데 하나다.
목소리를 녹음 테이프에 담아서 한 번 들어 보라. 전화 자동 응답기 테
이프라도 괜찮다.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목소리가 저렇게 형편없었나?' 하는 실망어린 반응을 보이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들어 보면 그렇게 실망하는 것이 사실이
다. 그러므로 TV나 라디오에 나갈 일이 생기면 먼저 당신 자신의 목소리
에 실망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즉 목소리 때문에 주눅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듬어 두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자신의 귀에
분명히 들을 정도로 소리내어 말하는 연습을 하면 된다. 웅변연습 하듯이
하는 것이다.
질문을 몇가지 가상하여 그 질문에 답변한다고 생각하면서 연습할 수 있
다. 또는 친구나 동료더러 상대방의 역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여 질문을 하
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계나 재계의 지도자들은 기자 회견에
앞서서 그런 식으로 연습을 거친다. 이런 방식을 통하여 자신의 목소리와
친해지도록 하라.
그리고 자기 나름대로 적당한 말의 속도를 찾아내라. 자기 나름대로 적
당하다는 것은 당신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속도를
말한다. 이렇게 한 다음에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 자신감을 훨씬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침착함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자기 말의 설득력을 높이고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는 점은 말할 나위가 없다.
TV에 출연할 때에는 외모 역시 중요하다. TV 화면애서 당신이 시청자
에게 보여 주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잘 차려 입어야 한다. 그리고 손톱이 깨끗한지와 같이 사소한 부분에 이르
기까지 새신랑처럼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개인 위생에 관해서야 여기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
건대 TV카메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당신의 모습을 그대로 적나라하
게 시청자에게 보여 주는 것이다. 와이셔츠 또는 블라우스의 세 번째 단추
가 열렸다면 시청자들의 눈에 그대로 포착된다.
방송국으로 출발하면서 잠깐 자동차의 윤활유를 점검하느라고 손톱에 검
은 때가 좀 묻었다면 그것 역시 시청자의 눈에 금방 띄게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헤어 스타일이 아주 멋있게 되었도
나머지 차림새 역시 그럴 듯하다면, 시청자 눈에도 그대로 비친다. 그렇게
되면 TV를 통하여 당신 개인과 당신이 속한 조직체를 대변하는 효과를 한
층 높일 수 있다. 이 모든 점들이 TV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미디어 다루기 : 교과서에 나올 만한 사례
한 지방 행정기관에서 불미한 사고가 나서 평판에 큰 흠집이 나게 되었
는데 언론 매첼,f 곧고 바른 방식으로 상대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
가 있다. 평판에 흠집이 나지 않게 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더 좋은
평을 얻게 된 경우이다.
워싱턴 교외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있었던 일이다. 1960년대
에 죄수 세 명이 밤 사이에 탈옥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 아침 그 지역
의 공보관이 워싱턴 시와 메릴랜드 쪽 교회 지역의 모든 신문사 방송국에
연락하여 기자 회견과 교도소 시찰은 행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실을 취재진을 비롯한 편집진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취
재 기자와 사진 가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그리 되었는지
를 다 밝히고 탈옥수들의 감방과 탈출 경로 등을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카운터의 행정 및 사법 기관들은 로크빌에 있었다. 기자들이 로크빌로
오고 있는 동안에 그 공보관은 카운티의 책임자를 만났다. 그는 메이슨 버
처라는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사고와 행정 능력을 갖추어 주민의 존경을 받
는 인물이었다. 공보관은 그에게 미디어를 상대로 어떤 말을 할지 조언했
다.
기자들이 도착하고 버처와 교도소장이 회견장에 나와 질문에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말 그대로 질문에 대답했다.
'노 코멘트'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모호하게 말하지도 않았으며 언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도 않았다. 회견이 끝난 뒤에는 - 믿기지 않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 버처와 교도 소장이 송수 기자들을 안내하여 교도소
로 갔다. 그리고 탈옥의 경로와 죄수들이 사용한 재료와 장비를 보여 주었
다.
그 다음에 버처는 공조관이 일러준 대로 조사 위원회의 구성을 발표했
다. 공보관은 공군 출신이었는데,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사 위원회가 진상을 조사할 것이며 나아가 장차 그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탈옥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검거됐다. 몇 달 뒤 조사위원회는 사고
보고서를 작성했고 계선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 교도소장이 물러
났다.
카운티의 행정 당국에게 큰 망신이 되었고, 재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
에게 재난이 될 수 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공보 부서에게 승리를 안겨 주고 끝났다. 지방 신문의 사
설은 찬사로 가득 찼다. 그 상황에 대처함에 있어 공무원들이 침착하고 올
바른 태도를 취했다는 칭찬이었다.
공무원들로서 이와는 정반대로 행동할 수도 있었고, 그랬더라면 훨씬 나
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당당하게 정
면으로 상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리하여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언론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인 것으로 전환시
킨 고전적인 예에 해당된다. 또한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그 문제
와 관련된 모든 사람, 그리고 특히 당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대처한 사례의 고전이기도 한다.

유머를 동반한 임기 응변
케네디 대통령은 유머를 사용하여 곤란한 질문을 피해 가는데 달인이었
다. 60년대에 민주당안에는 젊고 진보적인 세력이 형성되어 당 지도부의
보수 성향을 비판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청년 민주당원'(The Young
Democrats)이라 일컬었는데, 케네디의 정책 몇가지 역시 그들의 비판대상
이 되었다. 어느날 TV로 중계되는 기자 회견 석상에서 기자 한 사람이 그
문제에 관하여 질문했다. 케네디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길고 작위적인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청년 민주당원이 되었든 청년 공화당원이 되었든 그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쨌든 이 시대는 우리 세대가 주도하
고 있으니 우리 운이 좋다고나 해야 할까요?"
수세에 몰려 방어에 힘쓰는 대신에 그는 오히려 공세를 취한 것이다. 젊
은 세대의 짧은 연륜을 살짝 놀림으로써 웃음을 자아냈고, 그것으로서 그
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승리했다.
닉슨 대통령은 이런 부분에서 취학한 면을 보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하여 공경에 처한 즈음, 기자 회견석상에서 있었던 일이다. TV로 전국에
중계되는 회견에서 댄래더가 닉슨에게 아주 성가신 질문을 하나 꺼냈다.
그러자 닉슨은 그 질문에 정면으로 대응하지도 않았지만 간단히 일축하고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지도 못했다.
그는 래더에게 반격을 가하려 했다.
"선거에 출마라도 할 작정이요?"
이에 대한 래더의 대꾸는 한 술 더 떴다.
"저는 물론 아니죠 각하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시청자 가운데는 래더가 대통령에게 불손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닉슨의 처음 답변이 부적절했다는 것이었다. 정
당한 질문은 정당한 답변을 받을 자격이 있다. 닉슨의 대답은 정당한 대답
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장에서 질문자를 모욕한 데에 지나지 않았다. 그보
다 십년 앞서 회견했던 케네디와는 달리, 닉슨은 기자 회견에서 패배자가
되고만 것이다.
대통령의 수준에서 조금 낮추어 보자
몇 년 전의 일인데,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사람이 기자 회
견에 나왔다가 비싼 대가르 치른 일이 있었다. 그는 당시 모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회견장에 나오면서 위원회와 관련된 사항에 관
하여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으레 그렇듯이 회견장은 기자, 마이크, 카메라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 거기에는 이웃 지방의 고위 공무원이 참석했는데, 그가 일어서서 이
위원회의 업무 중에서 상당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질문을 해 왔다. 이
위원장은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곧 드러났
다. 그가 더듬거리면서 연방 '에-, 저-' 하면서 겨우 뱉어 낸 대답이 다음
과 같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그 문제에 관하여 본 위원회로서는 아무 입장도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 본 위원회의 입장입니다."

고어 대 페로의 토론
1993년에는 북미 자유 무역 협정 (NAFTA)의 비준을 둘러싸고 앨 도어
부통령과 로스 페로 사이에 토론이 있었다. 두 사람이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하여 토론하고 내가 두 사람 사이에서 사회를 보는 형식이었다. 이 토
론에서 두 사람이 보인 언행으로부터 ㅁ가지 배울 점이 있다.
말을 어떻게 하며 보디 랭귀지는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좋은 교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화에서 기초적인 점을 실수함으로써 패배를 자초하
는 일이 어떠한 일인지도 보여 주기 때문이다.
1993년 가을의 어느 목요일로 기억된다. 아침 여덟시 반에 내 방의 전화
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더니 상대방이 말했다.
"래리? 나 앨이오."
"앨이라니, 앨 누군데요?"
"앨 고어요."
수화기에 귀를 바싹 갖다 EOF 수밖에.
부통령의 용건은 NAFTA를 주제ㅇ로 로스 페로와 TV토론을 하고 싶다
는 거였다. 그 협정 비준안은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표결에 관한
대체적인 예상은 행정부가 패배하리라는 것이었다. 비준안은 행정부가 제
출한 안건이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협정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로스 페로는 강력
한 비판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고어로서는 페로와의 토론을 클린턴 대통
령이 승낙한 것만으로도 승리로 삼을 만한 일이었다. 행정부 내에서도 그
토론에 찬성하는 사람은 고어를 빼고는 오직 클린턴 한 사람뿐이었던 것이
다. 모두들 도어가 페로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리라고 예상했다.
괜히 페로에게 전국적인 각광을 받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이 지지층
의 세력만 불려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TV 토론을 통하여 페로가 정
치적으로 성장해 왔으니 만큼 그 무대는 그가 가장 좋아할 싸움터라고들
했다.
페로 자신도 고어를 얕잡아 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고어는 부통령으
로서 그 문제에 관하여 페로보다 월등히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상원 의
원들의 행동 준칙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결코 냉정을 잃지 말라. 정적에 대한 경멸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 응수
할 때에는 상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확고한 자세를 취하라. 상대방
을 조롱하지 말라.
고어는 시종 이러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한편 페로는 쉽사리 흥분했고,
흐트러진 몸가짐을 보였다. 상대방의 말이 인신 공격이라고 비난하면서 자
신이 계속 인신 공격을 해댔다. 그러한 광경을 목격한 시청자들로서는 그
정도의 대치 국면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모을 수 있는지 궁금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토론에서 고어가 승리했고 페로가 패배했다는 판
정을 내렸다.
그리고 판정이 그렇게 내려진 데에는 보디 랭귀지가 큰 몫을 했다. 그들
이 의식적으로 그랬는지 아니면 각자의 자연스러운 몸의 자세가 그런 것이
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두 사람은 보디 랭귀지에서 대조적이었다. 고
어는 앉을 때부터 페로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있는 방향을 잡았다.
반면 페로는 내 자리 쪽을 향하고 앉아서 가능한 한 고어의 시선과 마주
치지 않으려 했다. 고어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여유 있는 태도였다. 페로는
전투적이었고 초조감을 내비쳤다. 고어의 말은 확신이 가득한 반면에 페로
는 줄곧 고어가 자기 말을 가로막고 중간에 끼여든다고 불평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어떤 주제에 관하여 철저한 지식과 왕성
한 기백을 겸비하고 토론에 임할 태세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사람에게 잘
알지도 못하고 별로 경험도 없는 사람이 섣불리 덤벼든 경우의 전형인 것
처럼 보였다.
페로의 장점은 오히려 토론이 그런 식으로 끝난 뒤에 나타났다. 긍정적
인 사고가 바로 그의 장점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 토론에서 자기가 졌다
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고어와 나에게 친근한 태도를
보인다. 그 토론이 있은 지 나흘 뒤에 나는 페로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나흘 동안 내가 들은 이야기는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뿐이었
다. 그 토론은 부통령과 일개 시민의 토론이었다는 점에서도 TV 토론 역
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페로의 기분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만 이렇게 말했다.
"로스, 내가 죽으면 내 사망 기사에는 당신 이름이 반드시 들어갈 것 같
네요."
그러자 그도 '내 사망 기사에도 당신 이름이 빠지지 않을 거요' 하고 맞
장구쳤다.
토론이 계획될 때부터 나는 그것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 알았
다. 결과는 내 예6상을 확인해 주었다. 그 프로그램은 2천5백만 명이 시청
했다. 케이블 텔레비전 역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형식 역시 TV 토론의 새 장을 열었다. 아마도 부통령뿐만 아
니라 대통령이 나와서 공직을 갖지 않은 시민과 공공 문제라든가 사사로운
주제에 관하여 토론을 벌일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이다.
텔레비젼은 우리네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정치의 방식도 바꾸어 놓는다.
고어-페로 토론은 TV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예시해 주었
다. 그 토론은 앞으로 정치라는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그리고
다른 여러 일들 역시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질는지에 관하여 많은 암시를
주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내게 보낸 편지에서 바로 그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히
브리 대학을 위한 미국인 후원회' 에서는 스코푸스 상을 해마다 수여하는
데, 1994년 수상자로 내가 선정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것을 축하하는
편지를 보내 왔다. 그 편지에서 그는 만약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오늘날
과 같은 상황에서 헌법을 기초했다면 어떻게 했을지에 호기심을 보였다.
"헌법에는 연방의 현황 (The State of the Union)에 관하여 대통령이 정
기적으로 의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지요. 그런데 그 규정을 만든 사람들
이 의도한 바가 무엇이었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 그들도 알
았다면, 게스트 몇 명에 전화 몇 대만 있으면 연방의 현황이 어떠한지 파
악할 수 있다는 점을 그들도 알았을 것입니다. 사실은 세계의 현황을 날마
다 알 수 있지요. CNN이 현장에서 보도하니까요."

물론 이는 약간 과장된 표현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
아 도래할지도 모른다.
(고어-페로 토론)을 준비하면서 내가 스스로 다짐한 점이 있다. 그와 비
슷한 경우면 언제나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으로서 야구를 비롯하여 모든
운동 경기에서 심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즉 심판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내 쇼에 고어와 페로가 나와서 NAFTA에 관
하여 토론한다고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보려고, 내가 사회를 얼
마나 잘 보는지 알고 싶어서 채널을 맞추는 사람은 없음을 다시 한 번 다
짐했다. 고어와 페로가 주연이니까 나를 드러내는 일은 가능한 한 삼가야
할 것이다.
그날 밤 내가 맡은 역할을 당신도 맡아야 할 경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할 때 사뢰를 보는 일은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종종
필요한 역할이다.
각종 회의, 세미나, 워크숍, 기타 온갖 모임에서 사회자가 필요하기 때문
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할을 맡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 하
겠다. 어떤 의제 또는 문제에 관하여 두 사람 이상이 만나 찬반 양론을 펼
치는 상황이면 어디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토론 또는 논쟁을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할 일은 이런
것이다. 엄정한 중립을 지켜 토론이 진행되도록 힘쓰라. 쌍방이 골고루 발
로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하며, 청중의 질문을 받을 때에는 질문의 어조라든
가 길이, 내용을 적절하게 제어해야 한다.
그 자리가 의회도 아닐 테고 무슨 법안을 심의하는 자라도 아닐 것이지
만 당신에게는 중요한 자리일 것이다. 심판을 맡아서 잘 진행하면 당신은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한 것이 될 것이고, 참석자들 역시 끝나고 서로 악수
를 하며 헤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말은 살아남는다: 미래의 화술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자주 듣게 된 단어로 '정보초고속도로'(Information
Super Highway)라는 것이 있다. 1994년 5월 뉴올리안즈에서 그것을 주제
로 하는 좌담회가 있었는데 내가 사회를 보게 되었다. 워싱턴 근교 버지니
아 주 헌든 시에 있는 뉴브리지 네트워크라느 회사가 주최하여 마련된 자
리로서 그 분야에 종사하는 여러 회사의 고위 경영진이 참석하여 발언했
다.
좌담회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 머리 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은 사실 좌담 사회를 보는 내내, 그리고 그후에도
뇌리에 머물고 있었다. 바로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영리한 체하는 말장난이나 한 마디의재치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좌담회에 참석하여 토론의 내용에 주의를 기울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러한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거기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들로서 현재의 의사소통 방식, 장래의 방식, 그
리고 그 사이의 차이 등에 관하여 논의했다.
나아가 장차 새로운 방식의 켜뮤니케이션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 올지에 관하여 전망을 내놓았다.
그들이 지적한 바와같이, '정보초고속도로'는 이미 현실 속에 자리잡고
있다. 현상황은 그것이 창조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에 더욱
많은 선로를 추가로 깔고 있을 뿐이다. 무선 호출기, 팩시밀리, 휴대용 전
화기, VCR, 자동 응답기, 음성 사서함, 초미니 컴퓨터, 전자 게시판 등등은
장래의 꿈이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십
년이 지나면 훨씬 다양한 종류의 켜뮤니케이션 장비가 출현하게 될 것이
다.

그렇다면, 말은 구식이 될까?
이러한 전자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대화는 점점 구식으로 밀려나게 되리
라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정반대다. 미디어가 발달하
면 할수록 대화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장비들의 출현은
대화의 방식을 더욱 다양하고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대화는 계속된다.
그 좌담회에서 나는 또한 바로 그 점을 느꼈다. 21세기에 어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든지 이 책의 맨 처음에 내가 한 말은 변함없는 진리다:말하
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무엇이 새로이 발명되든 어떤 놀라운 우주 장비가 개발되
는 세상이 오든 성공은 언제니 가장 기본적인 데서 나올 것이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든 컴퓨터 통신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든 말 잘하
기 위한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두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일
임에는 다름이 없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 대화가 이루어지든지, 훌륭한 대화꾼이 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 열의,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 등을 갖추어야 한다. 마을 회관
에 여나믄 명의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게 되든지 아니면 위성을 통해
중개되는 최첨단 회의에 나가게 되든지, 결국은 마찬가지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이다. 철저한 준비, 청중의 관심에 관한 이해, 그리고 간명한 표
현은 성공적인 연설을 위하여 항상 필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이 책을 시작하면서 나는 누구나 말하기의 예술을 배울 수 있고 이 책이
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한 바 있었다. 이제 책을 다 쓴 시점에서 생각하
니 그 점에 관하여 더욱 분명한 확신이 생긴다. 이 책이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나 자신이 벌써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
다. 나는 바쁜 세상에서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깜박깜박 잊게 되는 생각과
기법들을 이 책을 써 오면서 많이 되찾을 수 있었다.
제10장에서 내가 언급한 사람으로서 '워싱턴 포스트' 지의 설리 포비치가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가 평
생 지켜 온 신조가 하나 있다 : '더 이상 잘 쓸 수 없을 정도로 잘 쓴 글이
란 이 세상에 없다.' 이 신조를 따름으로써 그는 성공을 거둘수 있었다.
그의 신조는 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은지에 관
하여 아무리 잘 알고 있더라도 여전히 향상의 여지는 있다. 현상태에서 향
상을 이룰 수 있다면 그만큼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사회에서의 성공으로 연결된다. 나처럼 오랫동안
말로 먹고 살아온 사람에게도 역시 그러한 기술들을 계속해서 훈련해야 할
여지가 있고, 또 실제로도 계속 훈련해야만 한다. 내가 말을 더 잘하기 의
해 훈련을 계속하겠다고 한다면 허브 코헨에게는 걱정거리가 될지도 모른
다. 그는 이미 지난 50년 동안 줄곧 애 이야기를 들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내게 감사할 일도 한 가지는 있다. 야구 경기를 구경하고
나와서 그 실황을 그대로 전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새 야구는 세 시간도 넘게 걸리니 그렇게 하려면 나 자신이 너무 피곤해
진다.
이 책을 통하여 당신에게 전해 주고 싶은 것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그것
은 말하는 태도다. 말하기란 성가시고 힘든 일도 아니고, 우울한 부담이 되
어서도 안 되며, 단순히 시간이나 때우는 일일 수도 없다.
말이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우리는 말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 연
결된다. 더욱이 말은 고된 인생길에서 몇 안 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언제나 어느 경우에나 대화에 임할 때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임
하라. 현재 당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이든지 상관없이 다음 두 가지는 변함
없는 진리다. 따라서 항상 명심하라.

1. 스스로 생각할 때 말을 별로 못 하는 것 같으면, 말을 잘하게 되는 것
이 가능하다.
2. 스스로 생각할 때 말을 잘하는 것 같으면,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자, 앞으로도 계속 말을 하면서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