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전화 문의 안내

  • 02-334-8822
  • Fax. 02-334-8228
  • 평일 09:00 ~18:30
  • 4째주토요일 09:00 ~ 13:00
  • 점심시간 13:00 ~ 14:00

일요일, 공휴일:휴진

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등록시 입력한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비밀번호 입력

제목

'히딩크 호주'와 '지코 재팬'의 명암

작성자명관**
조회수1481
등록일2008-01-11 오후 5:08:34
'히딩크 호주'와 '지코 재팬'의 명암

[매일신문 2006-06-13 14:24]
역사적으로 일본축구에는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드물었다. 대형선수를 야구에 빼앗겨왔기 때문이다. 작고 우수한 일본선수들은 세밀한 축구가 요구되는 미드필드진에 집중되었다.

2006 일본 월드컵 대표는 나카타, 나카무라, 산투스, 신지 등 사상 최강의 미드필드 진을 구축했다. 일본 축구는 침착하다. 패스가 수비-미드필드-공격진에 이르기까지 조화롭다.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유럽의 프랑스와 닮은꼴이며, 바둑의 오청원처럼 모양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너무나 답답해 보인다. 끊임없이 스텝 바이 스텝하는 일본축구는 때로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만든다.‘파괴력’과‘한방’이 부족하다. 2006년 6월 12일 운명의 대 호주 전에서 '지코 재팬‘의 아픔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침착했지만 승부의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해 승리를 호주에 헌사했다. 스포츠는 논리만으로 설명과 해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축구는 창조의 힘이 필요하다. 아시아 축구의 아픔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호주축구는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조직력 부족과 축구문화의 미성숙으로 축구변방으로 취급되었다. 히딩크의 가세는 호주축구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 일본전에서 호주는 투박했지만 강력한 압박을 선보였으며, 후반 막판 동점골이 터질 때까지 마무리의 정확도가 떨어져 답답하긴 했으나 허술해 보이면서도 스피디한 경기 운영은 인상적이었다. 32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축구변방이 첫 게임에서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스포츠에서 감독 때문에 지는 경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감독의 역량만으로 이기는 경기는 거의 없다. 히딩크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스포츠를 좀더 깊게 즐기기 위해서는 심판의 오심을 차원 높게 승화시켜야 한다. 일본의 득점은 명백한 심판의 오심 덕분이었다. 심판의 오심은 경기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시키는 원인이었다. 호주는 실점이후 급한 마음에 허둥대는 모습을 가끔 연출했다. 또 1-1동점 상황에서 페널티에리어 안에서 호주의 반칙은 명백한 페널티킥 상황이었다. 심판이 휘슬을 불었으면 이 경기는 또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게 스포츠이고 축구이다. 심판의 오심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시합에 영향을 미친다. 축구에‘주문’과 ‘기도’가 넘치는 이유는, “신이시여,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으니, 경기 외적인 일로 저희를 괴롭히지 마시옵서소!”라는 불안감에 대한 절규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경기를 하다 보면 이러한 오심이 경기의 한부분이며, 줄일 수는 있으되 결국에는 피해갈수 없는 운명임을 느끼게 된다.‘히딩크 호주’와 ‘지코 재팬’은 이런 점에서 오심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오심의 세계’를 이해하는 팀이자 감독이다. 오심의 ‘매력’을 이해하는 날, 스포츠는 우리에게 또다른 의미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