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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다면…

작성자명관**
조회수1399
등록일2008-08-27 오전 11:31:06
장수부에게 올림


장수부에게 올림 주경여

지난 밤 화촉동방에 붉은 등불 꺼지더니
이른 새벽 시부모께 인사하길 기다리네.
화장 끝나고 소리 낮춰 신랑에게 묻기를
눈썹 그린 것 어때요, 어울리나요?

閨意獻張水部
洞房昨夜停紅燈, 待曉堂前拜舅姑. 粧罷低聲問夫壻, 畵眉深淺入時無.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다면…

당나라 시인 주경여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다. 제목에 나오는 장수부는 그의 친구인 시인 장적(張籍)을 가리킨다. 얼핏 보면 신혼 다음날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것 같지만 사실은 과거를 앞둔 주경여가 장수부에게 자기 실력이 어떤지,과거에 붙을 만한지를 은유적으로 물어본 것이다.

신혼에 시부모께 인사하는 것과 과거의 시험관 앞에 나아가는 것을 비유한 대목뿐만 아니라 신부와 자신,신랑과 장적을 비유한 솜씨가 압권이다. 눈썹의 농도가 시류에 맞는가 하는 것은 자기 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시험관의 구미에 맞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이 시에 대한 장적의 화답도 걸작이다.

'아리따운 여인 화장하고 거울을 떠나면서/ 어여쁜 줄 알면서도 또다시 중얼댄다. / 가지런한 비단옷이야 사람만큼 귀하지 않지만/ 한 곡조 노래는 족히 만금에 해당되네.'

과거시험을 앞두고 마음 졸이는 친구에게 '그 정도 솜씨면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이를 '만금에 해당된다'고 표현했다. 장적은 그때 수부원외랑이라는 낮은 관직에 있었지만 시를 잘 써서 한유,백거이,원진,이신 등과 같은 문인이나 조정 대신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그는 주경여의 과거 응시용 글을 조정 관원들에게 널리 소개했는데 모두들 좋아했다. 친구의 속 깊은 배려 덕분에 주경여의 과거 급제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승진이나 큰 시험을 앞둔 친구가 있다면 이 일화를 들려주며 힘을 북돋워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