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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걷자
가을에는 걷자 / 오광수가을에는 걷자그냥 걷자가을 색 유혹에 한번쯤은 못이기는 척걷다 보면 잊고 있었던 먼먼 음성이 발밑으로 찾아와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그토록 설레게 했던 그리운 이의 목소리가 되어 세월로 닫아놓았던 가슴이 문을 연다허전함이 기다리는 공원벤치는 보지 말자 걷다 보면바람 뒤에 살금 따라와 팔짱을 끼는 정겨움으로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구름 위를 걷듯 그렇게 황홀했던 순간이 되어파란 하늘에 그려진 가슴은 행복하다가을에는 걷자그냥 걷자가끔씩 눈을 감고 걸으면억새들이 부르는 손짓과가을 색에 자지러지는 새들의 날갯짓에더 가까이 그리운 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